국제거래법의 최근 동향


1. 머리말

우리 나라는 IMF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경제·사회·교육·정보통신 여러 분야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제도개선을 추진해 왔다. 특히 기업과 관련된 법률제도에 있어서는 기업지배구조의 개선 등 괄목할 만한 성과가 있었다.

국제거래법 분야에 있어서는 UN 산하의 국제거래법위원회(UNCITRAL)가 국제적인 표준을 정립해 나가고 있다. 매년 뉴욕 또는 비엔나에서 열리는 연차총회와 실무위원회(Working Group) 회의에서 토의되는 안건을 보면 국제거래법의 입법동향과 향후 과제를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해마다 UNCITRAL 연차총회의 토의내용을 소개하였거니와 이번에는 그 중에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몇 가지 사항을 집중적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금년도 UNCITRAL 제33차 총회는 지난 6월 12일부터 7월 7일까지 미국 뉴욕에 있는 UN 본부에서 개최되었다.

UNCITRAL은 국제거래 관련 법규의 조화와 통일을 위해 1966년 UN 총회의 결의로 창설되어 1968년부터 활동을 개시하였다. 사무국이 있는 비엔나와 UN 본부가 있는 뉴욕에서 번갈아 가며 총회가 열리는데 금년에는 뉴욕에서 개최되었다. 현재의 회원국은 아시아 8개국, 미주 8개국, 유럽 12개국, 아프리카 8개국 등 36개국이다. 우리나라는 이번 UNCITRAL 회의에 옵서버로 참가하였다.

2. 2000년도 UNCITRAL 총회의 주요 안건

UNCITRAL은 1992년 전자상거래 모델법(Model Law on Electronic Commerce) 제정 사례에서 보듯이 회원국 정부 차원의 입법 수요를 파악하여 현실적으로 추진가능한 분야에서 영미법(common law)과 대륙법(civil law) 법제의 조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번 총회에서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민자유치 방식의 인프라 건설(privately financed infrastructure projects), 전자상거래(electronic commerce), 기업도산(insolvency)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

  가. 민자유치 방식의 인프라 건설
UNCITRAL은 1996년의 제29차 회의때 BOT(build-operate-transfer) 및 이와 유사한 민자유치 방식의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에 관한 입법지침(legislative guide)을 작성하기로 결의하였다. 그 후 입법 가이드에 수록할 내용에 관하여 회원국간에 의견을 교환하고 목차 시안을 마련한 후 금년 총회에서는 별표와 같은 목차를 확정하였다. 또한 각국의 검토의견을 별표로 작성하여 심의를 거쳤다. 이와 아울러 동 입법지침을 단순한 입법 권고안(legislative recommendations)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구체적인 모델법안(molel legislative provisions)을 만들 것인지에 관하여도 토의를 가졌다.

  나. 전자상거래
1997년 회의에서는 전자상거래 실무작업반(Working Group on Electronic Commerce)에서 마련한 디지털 서명 및 인증기관의 필요성과 타당성에 관한 보고서를 승인하고, 1998년 총회에서 그에 관한 통일규칙안을 작성할 것을 실무작업반에 위임하였다. 실무작업반에서는 디지털 서명과 인증기관에 관한 통일규칙(draft Uniform Rules on Electronic Signatures)을 마련함에 있어 공통된 이해에 도달하기 매우 어려웠으나 논의가 가능할 정도의 구조를 갖추어 심의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위원회에서는 그 동안 상당한 논의의 진전이 있었음에도 통일규칙의 입법정책에 관한 합의를 도출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고 통일규칙안의 마련에 노력하되 구체적인 일정은 정하지 않기로 하였다. 그러나 금년 2월에 있었던 36차 회의에서 통일규칙안의 1조와 3조 내지 12조에 관한 실무작업반의 시안이 통과됨에 따라 나머지 2조, 13조의 규정과 입법지침안에 대하여 논의를 계속하기로 하였다.

통일규칙의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면, 디지털 서명은 공개키 암호화(public-key cryptography) 방식을 따르기로 하되 UNCITRAL 전자상거래 모델법에서 채택한 媒體중립적(media-neutral)인 입장을 견지하기로 하였다. 즉 일부 회원국에서 이미 채택한 공개키 암호화 방식의 디지털 서명 외에도 다른 전자서명 방식(authentication techniques)을 포괄적으로 인정할 방침이다. 또한 인증기관에 대하여는 전자상거래에 적용되는 기준이 있지만 국제적인 인증(cross-border certification)이 필요한 경우 이에 적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하기로 하였다.

  다. 기업도산제도
위원회는 1999년 총회때 오스트리아의 제안을 받아들여 기업도산에 관한 각국의 상치된 법제를 통일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바 있다. 금융불안시기에 강력한 도산제도를 채용한 나라는 그만큼 채권자의 불안감을 덜 수 있고, 어떠한 도산절차를 이용할 수 있는지는 그 나라에 대한 신용평가에 있어서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국의 도산제도(insolvency regimes)는 정치사회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서 국제적인 차원에서 논의를 진행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위원회는 다른 국제기관에서 조사·연구한 결과 및 관련된 법률 이슈를 검토한 후 실무작업반이 논의의 타당성을 제청(recommendation)해 옴에 따라 실무작업반의 보고서에 대한 심의에 착수하기로 하였다.

  라. 국제운송법
위원회는 1996년의 29차 회의 당시 국제물건운송(international carriage of goods)에 관한 법률 및 거래관행의 실태를 조사한 후 관련법규의 통일을 기하기 위하여 사무국을 중심으로 광범하게 정보와 자료, 의견을 수집하기로 결의하였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국제해사법회(CMI)의 협력을 얻어 향후 추진과제(exploratory work)를 정리한 후 작업방향을 정하기로 하였다.

3. 담보제도의 개선을 위한 국제적 노력

21세기 국제 상거래법의 통일에 있어서는 담보거래(secured transactions)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추가적으로 효과적인 담보제도를 마련할 수 있다면 그만큼 자금의 융통이 용이해지고 국제거래의 활성화를 도모하게 될 것이다.

UNCITRAL은 일찍이 "전세계적인 담보법의 통일은 그 복잡성과 법제의 상치로 인하여 달성하기 어려울 것"(in all likelihood unattainable; 1980년 13차 총회)으로 전망했었다. 그러나 그 동안 Unidroit(私法統一을 위한 국제협회)는 리스, 팩토링에 관한 국제협약(the Ottawa Conventions of 1988)의 제정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EBRD(유럽부흥개발은행) 등은 동구권 체제전환국에 시행할 담보거래 모범법을 공표한 바 있다. 이에 UNCITRAL은 지난 20년간 다른 국제기구의 담보거래법(secured transactions law)에 관한 연구성과를 알아 본 후 구체적인 추진계획을 수립하기로 하였다.

  가. Unidroit의 이동장비의 국제담보 협약
담보제도에 관하여 UNCITRAL로 하여금 행동에 나서게 한 것은 Unidroit가 그간 논의해 온 이동장비의 국제담보권에 관한 협약안(preliminary draft Convention on International Interests in Mobile Equipment) 및 동 항공기 의정서(Protocols on aircraft)의 확정을 위한 국제회의(diplomatic conference)를 2001년 초에 개최하기로 하였기 때문이다.

Unidroit는 캐나다 정부의 제안에 따라 국제적 이동성이 있는 高價의 동산·장비(mobile equipment: 항공기 동체·엔진, 선박, 인공위성, 우주비행물체, 컨테이너, 철도차량, 농업·건설장비, 선박 등)를 국제거래의 담보로 이용하는 작업을 벌여왔다. Unidroit의 실무작업반에서는 동산·장비에 대한 외국의 담보권을 어떻게 인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봉착하였으나, 미국 UCC 제9장의 동산담보거래(secured transactions) 제도를 모델로 하여 국제적인 컴퓨터網에 당해 장비를 등록(국내 담보권에 대항하기 위한 요건)하는 담보권 설정방식을 채용하였다.

  나. UNCITRAL 매출채권 양도 협약
UNCITRAL은 매출채권의 양도(assignment of receivables) 방식에 의한 금융이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보고 일찍이 1995년부터 통일법의 제정을 추진하여 왔다. 여기서 매출채권이란 물품의 매각, 대여, 용역의 제공 등의 대가로 받게 될 금전채권 및 이러한 채권을 표창하는 약속어음이나 환어음을 말한다.

이에 따라 국제계약관행에 관한 실무작업반(Working Group on International Contract Practices)은 여러 차례 모임을 갖고 '매출채권의 양도에 관한 협약안'(draft Convention on Assignment of Receivables)을 작성하였다. 위원회는 동 협약안에 대한 각국 정부 및 국제기구의 코멘트를 반영하여 이를 수정 보완한 다음 UN 총회에서 공식적으로 채택하든가, 아니면 이를 위한 국제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다. EBRD의 담보거래 모범법
1990년대 초 러시아를 비롯한 동구의 사회주의 국가들이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하면서 당면했던 어려움은 외국인투자자들이 채권회수에 대하여 안심할 수 있는 담보제도가 미비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이에 많은 나라들이 미국, 독일 등 서구 제국의 선진 담보제도를 도입키로 함에 따라 EBRD는 1992년 법률전문팀(Legal Transition Team)을 구성하고 1994년 4월 그 지침 내지 참고가 될 수 있는 담보거래 모범법(Model Law on Secured Transactions)을 제정 공표하였다.

EBRD 모범법의 골자는 주로 동산을 대상으로 동구 제국의 대륙법 전통(civil law tradition)과 부합되는 담보제도를 수립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장래의 취득예정 자산, 증감변동하는 재고자산을 포함한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 모든 자산에 대하여 단일 담보권(single security right, 즉 "charge")을 설정할 수 있게 하였다. 이러한 담보권은 서면에 의한 등록(registration), 매도담보(unpaid selling), 점유권(possessory right) 유보거래의 형태로 성립하는데 각각 등록 또는 매도 시점, 서면상의 점유이전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대항력의 우선순위(priority)를 갖게 된다.

EBRD 모범법은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는 있으나 미국의 담보법 위주로 되어 있어 대륙법 전통에 맞지 않고 통일된 담보권으로서는 덜 독창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EBRD가 제시한 ㅇ신용위험의 축소, ㅇ여신조건의 개선, ㅇ담보제공자의 계속적인 사용·수익 허용, ㅇ신속·간편·저렴한 담보설정, ㅇ채무불이행시의 용이한 담보권 실행, ㅇ다른 채권자에 우선하는 변제 확보 등 담보법의 핵심원칙은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라. IBRD/ADB의 담보제도 개선안
세계은행과 아시아 개발은행도 차관을 공여받는 개도국의 담보제도 개선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근대적인 담보제도의 정비야말로 효율적인 도산절차와 함께 원활한 자금의 조달, 신용 리스크 감축의 요체가 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하여 세계은행은 모든 형태의 자산에 대하여 그것이 동산이든 부동산이든, 유형이든 무형이든, 또 재고자산, 매출채권, 투자유가증권을 막론하고 적절한 담보권을 설정하여 경제적으로 자금을 빌려 쓸 수 있게 하고 있다. 특히 ㅇ융통성 있는 담보대상의 인정, ㅇ담보권 설정후의 추가 담보취득 허용, ㅇ非占有型 담보권(non-possessory security interests)의 인정, ㅇ담보설정의 경제성, ㅇ대항력의 확보, ㅇ담보의 투명성 등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아시아 개발은행도 회원국들의 담보제도와 도산절차에 관한 실태조사(Report on Law and Policy Reform of Member States)를 벌인 후 담보권의 설정·등록·실행이 도산법제와 부합되게 실효성을 발휘할 것(예: 회사정리절차에 있어서 정리담보권자의 담보권 제한의 타당성 검토)을 주문하였다.

4. 우리 나라에의 시사점

이상 국제거래법이 최근 들어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 UNCITRAL의 활동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다시 간추려 말한다면, 첫째로 국제거래법은 실제 거래계의 수요, 기술의 발달을 좇아 부단히 새로운 법제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 둘째로 세계경제가 균형있게 성장하려면 금융과 자금의 배분이 원활해야 하고 채권자를 안심시킬 수 있는 채권보전장치 내지 담보제도가 완비되어야 한다는 점, 셋째로 담보제도는 궁극적으로 채무자의 도산으로 채권회수가 곤란해졌을 때의 기업도산 대책과 상통한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우리 나라의 경제현실을 돌아보더라도 대우사태에 따른 자금시장의 경색, 기업도산 법제의 개선, 對北 경제협력의 활성화 등 어느 한 가지도 담보제도의 개선이나 국제적 기준(Global Standards)을 떠나서는 효과적인 해결방안이 나올 수 없게 되어 있다. 국내 법제의 운용, 정비에 있어서도 새로운 접근방법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