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재산권 로열티의 유동화

우리나라 자산유동화(ABS) 시장은 최근 들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유동화자산만 하더라도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정상적인 자산은 물론 신규 발행 회사채, 대출채권 외에도 장래의 카드론 채권, 매출채권, 아파트 분양채권으로 확대되었고 리볼빙, 유동교체를 통한 증권화도 실시되고 있다.

그렇다면 다음 차례는 무엇일까?

'컬쳐 본드'의 등장

1997년 2월 영국 출신의 록 가수 데비드 보위가 자신의 음반 로열티를 대상으로 만기 15년 짜리 유동화증권("Bowie Bonds")을 55백만달러 발행한 데 이어 미국의 드림워크스 영화사, 모타운사의 작곡가 그룹, 영국의 로드 스튜어트 등이 저작권 로열티를 유동화하는 데 성공하였다. 그 다음에는 모두가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지만 유명 패션 디자이너의 상표권, 하이테크 기업의 특허권 등 지적재산권 전반에 걸쳐 로열티를 증권화하는 것도 추진되었다.

영화 '쉬리'의 흥행 성공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영화, 음반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해외진출이 늘고 있고, 벤처 기업들도 수익 모델을 개발하는 데 부심하고 있어 로열티 수입이 어느 정도 안정적인 것으로 판단된다면 이를 대상으로 유동화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이미 확고한 성가를 올린 작품·기술의 로열티 수입을 기초로 하여 다양한 신용보강조치를 취하고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투자적격 평가를 받는다면 투자대상에서 제외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최근에 열띤 경쟁을 벌였던 벤처 기업의 P-CBO 발행과는 달리 본연의 현금흐름을 가지고 ABS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지재권은 다소 환금성이 떨어지는 문화적·기술적 자원에 관한 것이므로 일반 자산을 유동화하는 것과는 여러 모로 차이가 있다.

우선 저작권, 상표권, 특허권 등의 지재권에서 나오는 로열티 수입이 과거로부터 오랜 기간에 걸쳐 안정적이어야 하며, 현금흐름이 확실하고 예측 가능하여야 한다. 과거의 실적(track records)에 비추어 장래의 현금흐름을 합리적 확실성을 갖고 예측할 수 있어야 하므로 오직 성공한 작품·기술만이 ABS 대상이 될 수 있다. 그 성공 여부는 발표후 5∼8년 이상, 경우에 따라서는 20년은 되어야 판단할 수 있다고 본다. 또 아티스트, 저작권자, 특허권자 등 지재권 보유자가 그 대상이 되는 일련의 작품·기술에 대하여 국내 및 국제적으로 권리를 확실히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저작권자가 레코드 회사 또는 음악출판사와 장기 라이센스 계약, 레코딩 계약 등 기본계약을 체결하고 이들 라이센시(licensee)의 신용도가 좋으면 금상첨화이다. 특허권의 경우에도 그 실시권자는 매출규모가 상당한 유수 기업이라야 할 것이다.

유동화 구조의 특수성

법적인 관점에서 유동화 대상자산은 아무런 제한이나 담보 설정이 없어야(free and clear)하고 라이센스 계약상의 권리의 귀속, 유효기간, 양도제한 등에 있어서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한다. 또 라이센서가 파산하였을 때 라이센스 계약은 미이행 쌍무계약으로서 파산관재인이 그 이행을 거절(cherry picking)할 수 있으므로 라이센시는 계약이 해제된 것으로 보든가 아니면 파산신청 직전 시점을 기준으로 계약상의 권리를 계약기간 중에 보유할 수 있어야 한다.

구조화의 측면에서 로열티 채권을 특수목적기구(SPV)에 양도하고 대항요건을 갖추어야 함은 다른 ABS 사례와 다르지 않지만, 오리지네이터의 파산으로부터의 절연(bankruptcy remote)을 위하여 다단계 구조(two-tier structure)를 취하는 예가 많다. 자산보유자는 일차로 대상자산을 자회사(SPV1)에 진정한 매매로 양도하였다가, 자본관계가 독립되어 있는 SPV(SPV2)에 다시 양도함으로써 SPV2가 투자자들을 상대로 증권을 발행하게 된다. 이러한 복층구조를 취하는 것은 1단계 SPV1에 대하여 법적으로 진정한 매매(true sale)의 형식을 취하고, 2단계 SPV2에 대하여는 자산보유자와의 실질적 연결(substantive consolidation)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제2단계의 SPV2앞 양도는 진정한 매매가 아니어도 된다. 다시 말해서 SPV2의 증권발행 전에 담보부 대출 형식으로 미리 자금을 빌리는 것도 가능해진다.

자회사인 SPV1은 채권을 완전히 상환한 뒤 모회사인 자산보유자에 대하여 잔여재산을 배당하거나 흡수합병되는 것이 보통이다. 진정한 매매와 유동화증권의 상환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로열티 수입 중에서 채권 원리금을 지급하고 남는 것은 초과담보(over-collateralization)로서 SPV에 적립해두기도 한다.

다만, 로열티 채권을 유동화하는 것은 그 내용을 소수의 투자자만이 이해할 수 있으므로 지명도가 높은 작품이나 기술을 제외하고는 공모 발행에는 부적합하고 대부분 사모로 발행되고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지적재산권 유동화의 메리트

저작권 로열티의 유동화는 아티스트들이 음반기획사나 금융기관에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고도 자신의 인기작품을 가지고 당당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 일신전속적인 저작권·특허권을 양도 처분하지 않고도 현금화하고 나아가 자기 작품을 계속 보유함으로써 미디어의 다양화, 국제화에 따른 장래의 이익을 향유할 수 있다는 점, 특히 아티스트는 SPV에 대해 상환의무가 없으므로 채권상환 자금이 부족하더라도 다른 자산을 급히 처분할 위험이 없다는 점, 또 세무회계상 유동화증권의 이자에 대한 손금처리 및 소득세의 이연처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상적인 자금조달원이라 여겨지기도 한다.

이러한 견지에서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아티스트, 스포츠 스타는 움직이는 대기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일부 연예인의 전속(노예?)계약이 논란을 빚고 있거니와 아티스트 개인이나 그를 발굴·지원하는 연예기획사나 장기적으로 투자를 하고 인기관리, 고객관리를 해야 하므로 비즈니스 마인드가 절대 필요하다고 본다. 만일 우리나라에서도 로열티 수입을 유동화하는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한다면 새로운 금융기법 때문에 우리나라의 엔터테인먼트 산업도 기업경영 못지 않게 선진화가 촉진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