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이미 한국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한중수교의 주역이자 주중대사를 역임한 권병현(66세) 씨는 요즘도 중국을 자주 방문하고 있다. 그는 중국에 갈 때마다 한국이 경제와 기술면에서 중국을 앞서 있다는 생각이 조금씩 희박해졌는데, 최근 경희대 국제법무대학원의 강연에서는 마침내 중국이 한국을 앞지르기 시작했다는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곰곰 생각해보니 1인당 국민소득은 큰 차이가 나더라도 13억의 인구 중에 부자만 1억명이나 되는 중국과의 평면적인 비교는 무의미하다고 여겨졌다. 무엇보다도 중국판 실리콘밸리인 중관촌(中關村)이 보여주는 중국의 지적 자산(intellectual capital)과 중국으로 무섭게 유입되고 있는 국제자본, 그리고 전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화상(華商)과 화인(華人)자본의 네트워크를 보면 한국 경제를 훨씬 능가한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몇 개 공산품에서 중국보다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 중국에 으스댈 정도는 아닐 터이다.

또 한 가지 권 대사가 주목하는 것은 중국의 역사 복원력이었다. 그것은 중국이 17-18세기까지만 해도 세계 최고 경제대국이었다는 점에서 21세기에 중국이 일본이나 유럽, 나아가 미국 경제와 겨룬다는 것이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는 말도 되었다. 1980년대 이후 중국 지도층이 보여주는 것처럼 근대화 과정의 실패를 거울삼아 중국 현대화에 노력한다면 선진국을 따라잡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중국 기관차와 함께 달리려면

그렇다면 중국의 경제발전이 우리에게는 축복일까, 아니면 재앙일까.
축복이라고 보는 견해는 중국 경제건설에 필요한 석유화학제품 등의 원자재를 수출할 수 있고 경쟁력 있는 상품은 중국 시장에 직접 내다 팔 수 있다는 점을 든다. 중국의 농수산물을 값싸게 들여올 수도 있고, 중국의 베이징 올림픽, 상하이 엑스포 특수(特需)효과를 함께 누릴 수 있을 거라고도 한다.
반대 입장에서는 중국이 마치 블랙홀처럼 국제자본과 원자재를 싹쓸이하는 것, 우리나라의 제조업체들이 중국으로 몰려가는 것을 걱정하고, 생산요소를 중국에 빼앗긴 한국 경제는 결국 중국 경제에 종속되고 말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 한국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중국 경제를 맹렬한 기세로 달리는 기관차에 비교한다면 우리는 철로 지선(支線)에 대피해 있을 게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지 그와 연결하여 함께 달리는 방도를 강구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몇 가지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비교적 잘 해 왔다고 생각된다. 그것은 우리나라가 대중 무역에 있어서 엄청난 수출초과를 기록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이는 마치 우리나라가 경제건설에 일본 원자재를 필요로 했던 것처럼 우리가 중국 경제건설에 필요한 철강재, 석유화학제품 등의 원자재를 공급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 결과 묘하게도 일본은 한국에 출초, 한국은 중국에 출초, 중국은 일본에 출초라는 3각 무역체제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러한 동반성장이 가능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그 해답은 중국이 필요로 하는 것을 우리나라가 상시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원자재 수출이 한물 갔다면 우리나라가 앞서 있는 고부가가치 기술력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휴대폰 기술(CDMA)에서 보았듯이 표준화를 공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나아가 경제성장으로 잘 살게 된 중국 인민들이 고급문화나 해외여행을 찾기 시작할 때 그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에서 살고 있는 화교나 조선족 동포들을 매개로 하여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음식, 놀이습관, 소비지출 행태를 체계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 그리 함으로써 그들의 취향에 맞는 문화상품, 관광상품을 원활히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요즘 중국의 젊은 세대에 불고 있는 한류(韓流) 열풍을 효과적으로 이용해도 좋을 것이다.

韓-中 相生의 길

여기서 우리가 절대로 피해야 할 것은 우리가 중국보다 잘 산다고 자만하는 일이다. 그 동안 동북 3성에 투자진출한 한국 중소기업들은 80% 이상이 실패하였다고 한다. 이것은 조선족 동포가 많은 그곳에 가서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려 한 기업들이 빈번히 경험한 일이었다. 실패요인을 분석해보면 투자여건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그리 된 것이라기보다는 우리의 잘못이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중국인들은 한국인들이 잘 살게 된 것을 지난 몇 십년 동안으로만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100불짜리 지폐를 흔들면서 그네들의 자존심을 해치는 일부 기업인들의 행태는 실패를 자초할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서 현지인들을 형제로서 대우하면서(삼국지에서 보듯이 중국인들은 의형제 맺기를 좋아한다) 매사를 돈으로만 해결하려 들지 않고 오래오래 중국에 뿌리내릴 각오를 하고 착실하게 투자한다면 중국인들도 물심양면으로 도우려 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것은 중국에만 통하는 원칙이 아니라 동서고금에 두루 통하는 진리라고 생각되었다. 우리는 중국을 기회의 땅이라 여기면서 그곳의 값싼 노동력과 원자재를 이용할 생각만 했지 다음 세대까지 동반자관계를 지속할 이웃나라라고 생각하였는지 반성이 되었다. 예를 들면 봄철마다 우리를 괴롭히는 황사 문제를 대놓고 항의만 할 게 아니라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중국 내륙지방에 나무를 심는 운동을 함께 전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마침 권병현 대사는 한국의 젊은 대학생들을 중국으로 보내 중국 젊은이들과 함께 나무심기 운동을 몇 년째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