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企業支配構造와 監査委員會

현대 그룹의 후계자 다툼을 계기로 '株券상장법인을 누가 다스리느냐' 하는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 문제가 클로즈업되었다. 수많은 주주들을 제쳐놓고 '주식을 하나도 갖고 있지 않은 재벌회장이 인사권을 휘두를 수 있는가' 하는 비판은 오늘날 우리 나라 기업들이 처한 상황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IMF 위기가 닥치기 전만 해도 우리 나라에서는 그룹 계열사들이 船團을 구성하여 오너 중심으로 경영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계열사 중에는 금융관련회사가 있어 오너의 지시 한 마디로 자금을 끌어다 쓰고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자연히 자매회사, 관계회사를 매개로 한 그룹 오너와 많은 자금을 빌려준 주거래은행이 영향력을 갖고 경영진을 선임하거나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게 되었다.

IMF 사태와 기업지배구조의 변화

그러나 IMF 사태 이후 상황이 급변하였다. 우리 나라에 구제금융을 해준 IMF와 세계은행이 이를 문제삼고 시장에서 주주와 투자자들이 경영진의 위법부당한 행위를 심판하도록 한 것이다. 시장이 심판한다는 것은 기업경영이 공정하고 투명한 기업은 기업의 내재가치에 비해 주가가 크게 오르는 반면 그렇지 못한 기업은 주가가 부진하여 기업의 자금조달마저 지장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은 과도한 차입경영이 금융위기를 초래하였다는 지적과 함께 부채비율을 200% 아래로 낮추지 않으면 안 되었다. 또 오너의 이른바 '皇帝 경영'을 불식하기 위해 상법·증권거래법 등의 개정을 통하여 사외이사(outside director)를 많이 뽑아 이사회를 구성하도록 했다. 그 결과 주거래은행의 영향력은 현저히 감퇴되었다.

사실 경영진에 대한 감시·감독의 중심을 주력 계열사나 거래은행에 두느냐, 아니면 시장에 두느냐 하는 것은 그 사회의 전통과 기업풍토에 달린 문제이다. 전자는 독일과 일본식이고 후자는 영미식으로, 나라마다 서로 다른 産業化의 길을 걸어온 만큼 그 성향이 달랐다. 우리 나라는 獨日式에 英美式을 가미한 이를테면 절충형이었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 나라에서는 기업의 차입경영이 종식되고 종래 주거래은행이 차지했던 자리는 市場(market)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1998년과 1999년에 개정된 상법은 이러한 권력의 이동(power shift)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는 데 주안을 두었다. 예컨대 소수주주들이 사외이사를 선출할 수 있도록 집중투표제(cumulative voting)를 도입하는 한편 監事(auditor) 대신 監査委員會(auditing committee)를 설치할 수 있게 했다. 다만, 회사마다 주주총회에서 정관변경을 통하여 그 도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하여 새로운 제도의 충격을 완화하였다.

1998년 말에 상법을 개정하였던 정부가 다시 서둘러 商法을 손질하고 새로운 기업지배구조의 모형을 마련한 것은 OECD가 1999년 5월 연차총회에서 기업지배구조의 원칙(Principles of Corporate Governance)을 확정하고 각 회원국에 이에 의거한 立法을 권유하였기 때문이다. OECD의 기업지배구조 원칙(framework)은 다음 다섯 가지 항목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를 구체적으로 시행함에 있어 착오가 없도록 자세한 주석(annotations)을 덧붙인 것이 특색이다.

- 절차의 공정성·투명성, 충분한 정보의 제공 등 주주의 권리를 보호할 것
- 소수주주, 외국인주주를 포함한 모든 주주가 평등하게 대우받으며 권리의 침해에 대하여 시정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것
- 회사경영에 있어 회사와 주주가 기업의 富, 일자리를 창출하고 재무건전성을 유지하는 데 긴밀히 협력할 것
- 회사의 재정상태, 영업실적, 소유관계 기타 주요 경영내용을 적시에 정확히 공시할 것
- 이사회에 회사에 대한 전략적인 지도와 경영진에 대한 감독, 회사와 주주에 대한 책임이 있음을 명시할 것

監査委員會에 대한 올바른 인식의 확립

새로 개정된 상법에 의하여 상당수의 기업들이, 그리고 시중은행들은 4월 22일부터 발효되는 개정 은행법에 의하여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게 되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삼권분립의 원칙에 입각하여 경영진과 맞서는 監事 제도에 익숙해 있던 우리로서는 이사회내의 위원회로서 감사위원회를 둔다는 것이 어색한 게 사실이다. 감사위원회 3인의 위원중 2/3 이상을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하도록 한 결과 이들 감사위원은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한편 감사위원으로서 이사회의 업무집행을 감시해야 하는 자기모순에 빠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 상법상 상당 기간은 이사회가 사외이사(director) 중심의 감독위원회(supervisory board)와 업무담당 임원(officer)들로 구성된 집행위원회(management board)로 나누어지고, 이와 아울러 감사와 대립하는 전통적인 이사회(unitary board)가 병존할 수밖에 없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영미식 감사위원회 제도가 본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으려면 이사회에서 사외이사가 수적으로 우세해야할 뿐만 아니라 사외이사들이 각자 본연의 임무를 다하여야 한다. OECD 기업지배구조 원칙에도 규정되어 있듯이, "이사회 구성원은 선의로써 상당한 주의의무를 다하여, 그리고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위하여 회사의 사정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갖고 행동하여야" 한다(Board members should act on a fully informed basis, in good faith, with due diligence and care, and in the best interest of the company and the shareholders). 아울러 OECD 원칙은 이사회 구성원이 그의 책임을 이행하는 일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고, 정확한 관련정보에 적시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외이사는 단순한 명예직이 아니라 상당한 책임이 따르는 중요한 직책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사회내의 위원회'라 하여 감사위원회가 이사회에 종속되어 있다는 것이 아니고 하나는 분기에 한 번씩 모이는 회의이고, 다른 하나는 거의 매달 모이는 회의라는 식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