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법' 속히 국회 통과돼야

우리나라 개인정보법만큼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면서도 정작 입법이 지지부진한 법안도 없을 것이다.
인터넷에서 국회의 법안심의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개인정보 관련법률의 개정안이 항시 발의되어 심의를 기다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개인정보보호체계를 하나로 통합한 법안도 여러 차례 시도된 끝에 마침내 정부와 여야 간에 대강의 합의가 이루어졌다.
작년 9월 말 의원안과 정부안을 통합한 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까지는 통과하였으나 언제 본회의에 상정될지 기약이 없는 형편이다.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한 정보유통이 매우 활발한 오늘날 개인정보보호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온라인 쇼핑몰에서의 개인정보 유출이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거니와, 최근 들어 구글이 국내에서 스트리트 뷰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개인정보를 본인의 동의 없이 수집하여 물의를 빚었고, 페이스북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할 때 자칫 국내 가입자들의 개인정보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새 통합법안을 보면 네티즌들은 개인정보가 제대로 보호되는지 확인할 수 있고, 감독당국도 대형 인터넷 서비스사업자(ISP)들에 대해 감시를 강화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새 법안에서는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처리할 때 개인정보보호에 만전을 기하도록 했으며, 개인정보의 대량 유출이 발생했을 때에는 이 사실을 본인과 당국에 통지ㆍ신고하도록 했다.
또한 피해자는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하거나, 직접 나서지 않더라도 소비자단체가 대신 단체소송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지금까지는 개인정보가 대량으로 유출된 경우에 일부 네티즌만 소송을 벌여 10만원에서 100만원 정도의 배상을 받는 데 그쳤으나, 이 법이 시행되면 전체 피해자에 대한 구제, 다시 말해서 사업자의 손해배상액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
지금처럼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람들이 인터넷 카페 등에 모여 불안감을 하소연하거나 변호사의 피해자 모집에 응할 필요 없이, 피해사실만 확인되면 집단분쟁조정이나 단체소송을 통해 구제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만큼 개인정보를 다루는 사업자들은 하루아침에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다시 말해서 온라인 사업자들은 개인정보를 소홀히 취급하였다가는 크게 곤욕을 치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물론 분쟁조정위원회나 법원에서 사실관계를 파악하여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겠지만, 새 법에 의한 의무가 강화되는 이상 개인정보 관련 사업자들은 개인정보보호에 더 한층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Avatar Theory의 가능성

이러한 개인정보 침해 구제는 외국의 사업자들에게 더 효과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많다.
예컨대 구글의 개인정보 침해 혐의에 대해 경찰청이 상당한 증거를 확보하였음에도 피해자를 확정할 수 없다거나 구글 본사를 기소할 수 없다는 이유로 더 이상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
그러나 새 법에 의하면 피해자의 확인은 집단분쟁조정이나 단체소송으로 대처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이런 문제를 대처함에 있어 외국의 감독당국과 국제공조를 펼 수 있다.
구글 같은 대형 ISP에 대한 감시는 주요국 개인정보감독기구들의 현안과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종전에는 외국 사업자가 국내에 사업장이 없으면 법정에 세울 수 없었다.
자회사나 독립된 사업부에 대해서는 직접 책임을 묻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년 전 화제가 됐던 영화 `아바타'를 보면 한 부족이, 자연환경이, 멸절될 수 있는 상황에서 아바타와 사람이 `한 몸'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어차피 사이버 공간에서는 국경의 구분이 없는 터에 실제로 많은 수익을 올렸음에도 수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입혀놓고도 외국의 본사가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새로운 법률제도 하에서는 우리 법원의 획기적인 `아바타' 판단을 기다려 봄직하다.

이와 관련된 국제협력을 강화하고 주요국 당국이나 NGO와 공동전선을 폄으로써 ISP 본사의 항복을 받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개인정보는 우리나라 유ㆍ무선 인터넷 이용자들의 귀중한 자산이므로 위와 같은 장치가 완비돼 있는 새 법안이 속히 시행되어 보다 확실하게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
오늘날에는 국제간의 교역이 상품, 서비스를 거래하는 것 못지 않게 개인정보를 수반하여 널리 행해지고 있다.
다국적기업이나 대기업들은 외국에 콜센터를 두거나, 직원과 고객의 신상자료, 금융정보를 해외에서 처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루속히 새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개인정보의 대량 유출 사고가 발생해도 현행법의 한계 때문에 좋은 제도를 활용하지도 못하는 속수무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 법안은 국제적으로도 모범이 될 수 있어 우리나라의 위상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출처] 디지털포럼 디지털타임스, 201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