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行의 경영개선과 인원 감축

지난 11월 초 은행경영평가위원회로부터 '不承認' 판정을 받은 한빛·평화·광주·제주은행은 경영진이 개편됨과 아울러 1,500명 이상의 직원들이 감원되리라고 한다. 공적 자금이 투입된 은행으로서 경영평가의 낙제점을 받았으니 경영진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직원들의 경우에는 사정이 사뭇 다르다.

당국이 이들 은행에 대하여 인원감축을 요구하는 것은 직원들에게 경영실패의 連帶責任을 묻는다기보다는 人件費를 절약해서라도 수익을 호전시키라는 주문일 것이다. 왜냐하면 상사의 지시를 받고 일하는 은행 직원들로서 어려운 시기에 한 배에 탄 것일 뿐 특별히 잘못한 일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선 당장은 인건비를 줄여서라도 이익을 내는 것이 보기 좋을지 모른다. 그러나 여기에는 엄청난 獨善과 무지가 깔려 있다.

은행 인사관리에 대한 無知와 獨善

무엇보다도 은행이란 제조업체의 생산라인처럼 원재료를 투입했을 때 일정한 제품이 나오는 곳은 결코 아니다. 직원들이 성심껏 고객에 대해 서비스를 하고, 여·수신 활동에 따른 預貸마진 등으로 이윤을 내는 기업이다. 그러므로 계속적인 거래관계를 통하여 거래처의 전후사정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어야 고객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다. 사실 電算化를 통해 은행업무의 생산성이 상당히 제고된 것도 사실이지만, 최근 정부당국의 인원감축 명령은 생산성 향상에 따른 잉여인력을 해소하는 차원이 아닌 수익목표에 얼마 미달했으니 무조건 그에 상응하는 인원감축을 하라는 식이다.

은행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적정인원이 몇 명인지는 안중에도 없다. 전략적으로 강화해야 할 부서에 필요한 인원과 수익을 내지 못해 축소·폐지하게 된 부서의 불필요한 인원을 따져보는 것도 아니다. 결국은 은행 영업에 필요한 요원마저도 할당량에 쫓겨 마구잡이로 내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처음에는 비정규직 직원의 계약제 전환, 명예퇴직 허용 등으로 머릿수를 채웠지만 지금은 알짜배기 책임자급 직원들을 내보내지 않으면 안될 상황에 처하였다. 그 결과 업무를 은행 전체의 관점에서 처리하고 수치로 드러나지 않는 거래처의 속사정도 '감'으로 감지해 위험을 방지하는 고참 간부직원들이 많이 희생되고 있다. 감시자가 줄어든 결과 금융사고도 빈발하고 있다. 이 정도의 숙달된 책임자를 양성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했던가. 이들은 좋은 학교를 나왔고 그간 여러 차례의 名退戰線에서도 살아남은, 規程과 良識에 의한 업무처리가 습관화되어 있는 사람들이 아닌가.

중간관리자는 생산직 근로자를 레이오프하는 것처럼 일시 면직하였다가 다시 채용할 수 있는 직급이 아니다. 상하간의 커뮤니케이션 전달자로서 조직의 계속성을 유지하는 책무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사태가 조만간 불식되기는 어려울 전망이고 이런 식으로 계속 사람을 내보내다 보면 나중에 조직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요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때 어떻게 그에 대처할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된다.

기업금융이든 국제금융이든 투자은행 업무이든 전형적인 '얼굴' 장사로서 고객관리를 잘 해야 성공할 수 있는 법인데 이처럼 경험 많고 숙련된 중견간부들을 내보낸다면 한국의 은행들에 과연 장래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歷史에서 배우는 智慧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TV 드라마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전략적 요충지를 용맹한 장수가 지키고 있는데, 적과 내통한 그 고을 태수가 간언을 한다. 이 지역은 外侵의 우려가 없는 곳이니 평화시에는 병졸들을 고향에 보내 농사를 짓게 하다가 전쟁이 일어나면 급히 소집하여 싸움을 시키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장수가 용맹스러우니 병졸들도 짧은 시간 안에 전투태세를 갖추고 열심히 싸울 것이라고 침이 마르도록 설득을 한다. 이 말에 흐뭇해진 장수는 필수요원만 남겨 놓고 병졸들을 해산한다. 얼마 후 적군이 쳐들어 왔을 때에는 이에 대적할 병사 수가 절대적으로 모자랐고 소집령을 내려도 이미 戰勢가 기울었으니 원대복귀를 할 병졸도 없었다. 그 장수는 태수의 말을 곧이 들었던 것을 후회하지만 때는 너무 늦었다.

지금 우리나라의 금융산업은 부실채권의 누적과 증시불황으로 매우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지만, 전망이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 이 고비만 넘기면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붕괴되지 않는 한 공전의 特需를 맞게 될 가능성도 크다. 경제가 되살아나 점포망이 확대되고 다시 중국과 아시아 지역으로 해외진출에 나서야 할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은 부담이 될지라도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어리석은 장수처럼 다시는 충원하기 어려운 인재를 내쫓아서는 아니된다. 그리고 사람을 내보내라고 부추기는 자가 누구이던가. 敵과 내통한 관리가 아니던가!

은행의 구조조정과 경영개선은 은행이 본연의 업무를 할 수 있도록 경영여건을 바로잡아주는 일이다. 돈이 될 만한 곳에 대출을 해주고 예대마진을 얻도록 하고 철저한 위험관리를 통하여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게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자금의 흐름이 생산적으로 善循環을 이루게 해야 한다. 이것은 각 은행이 할 일이라기보다 정부가 감독당국이 챙겨야 할 몫이다. 정상적인 기업대출을 100% 위험자산을 볼 것이 아니라 정부가 위험의 일단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은행들이 과감하게 돈을 풀 수 있게 해야 한다. 지금처럼 기업대출이 위축된 상황 하에서는 장래의 현금흐름까지 감안한 새로운 건전성 분류방식(FLC)은 초등학생에게 고등수학을 가르치는 것처럼 그 도입이 너무 성급했다고 본다.

그렇다고 은행들이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더 이상 부실자산의 증가를 방치해서는 안된다. 최근 일련의 금융사고에서 보듯이 더 이상 외부청탁에 의한 대출이 자행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리고 자원의 감소를 최대한으로 줄이고 위기가 해소된 후의 中興을 준비해야 한다. 이것은 농부가 아무리 굶주려도 種子씨에는 손을 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