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국가 신인도가 바닥에 떨어짐으로써 일부 대형은행,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海外起債의 길이 사실상 막혀 버렸지만, 1990년대 이후 국제금융시장에서는 괄목할 만한 변화가 많이 일어났다.
그것은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 규제가 전세계적으로 강화되면서 BIS 비율을 개선할 수 있는 거래가 각광을 받고, 1997년 동남아에서 비롯된 외환위기를 계기로 해서는 安全性 위주의 거래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2001년 들어서는 미국 신경제(New Economy)의 퇴조, 선진국의 경기둔화 조짐, 油價불안 등으로 혼란스러운 양상을 보이고 있고, 특히 미국 닷컴(.com) 기업의 주가 폭락은 전세계적으로 同調化되고 있는 증시의 불안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신용이 다소 취약한 많은 기업들은 은행차입이나 사채발행, 유상증자와 같은 전통적인 자금조달 방식보다는 보유자산을 이용하여 자금을 조달하는 에셋 파이낸스에 역점을 두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의 세 가지 키 워드
이러한 관점에서 국제금융시장의 최근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키 워드는 '安全性 위주의 자산운용(flight to quality)', 'BIS 자기자본비율의 개선 노력', '에셋 파이낸스(asset-based financing)의 성행'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1980년대 중반 이후 국제금융계에 불어닥친 세계화(globalization), 규제완화(deregulation), 증권화(securitization)의 열풍이 형태를 바꾼 모습이 될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두드러지고 있는 안전자산 선호 경향은 국제자본시장이 그만큼 불안정하고 불확실성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의 경기위축으로 기업의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데다 1997년에 외환위기를 겪은 나라들의 경기회복 지연과 일부 신흥시장국의 통화불안으로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를 비롯한 안전자산의 보유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신용등급이 1999년 초에 투자적격 등급으로 회복되면서 국내 기업·금융기관의 외자조달 여건이 꾸준히 개선되어 왔으나, 최근 들어 대우자동차 해외매각의 지연, 현대 그룹의 유동성 위기,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 부진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 원화 환율의 급등, 국내 주가의 급락 등으로 외자유입이 크게 줄어들었다. 현재 한국계 채권의 유통수익률은 미 국채(Treasury) 수익률 대비 상당히 높은 수준의 스프레드가 유지되고 있는데 국내 경제가 크게 호전되지 않는 한 앞으로 상당 기간 현 추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투자자들이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것은 국내 자본시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새한·현대 등 대기업의 유동성 위기는 전반적으로 회사채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고 그 대신 국공채와 'AAA'급 유동화증권 쪽으로 투자자금이 몰리게 하였다.
自己資本比率의 개선을 위한 노력
BIS 비율 8%가 금융기관으로서 존립을 유지할 수 있는 절대요건으로 부각됨에 따라 국내외를 막론하고 각 금융기관은 자기자본을 늘리거나 위험자산을 줄이는 등 이 비율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유상증자, 수수료수입의 제고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므로 대차대조표 자산 항목의 금액을 감축(off-balance sheet)하거나 위험가중치(risk weight)를 낮추는 방법이 많이 행해지고 있다.
예컨대 대출참가(loan participation), 리스크 참가, 신용파생상품(credit derivatives) 거래가 좋은 예이지만,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자산을 제3자(SPV)에 매각하거나 신탁회사에 맡긴 다음 이를 기초로 유동화증권(asset-backed securitization: ABS)을 발행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ABS가 금융기관이나 기업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유동화의 대상자산이 동질적이어야 하고 충분한 현금흐름이 창출될 수 있어야 한다. 자산관리자로서는 ABS의 노하우가 충분치 않으면 신용보강(credit enhancement)을 위한 추가비용이 더 들 수도 있다. ABS의 규모가 별로 크지 않다면 상대적으로 부대비용이 과다하게 소요될 수 있으며, 금리 하락기에는 유동화 대상채권의 중도상환이 늘어남으로써 구조화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에셋 파이낸스에 대한 관심의 고조
에셋 파이낸스란 보유자산 또는 여기서 창출되는 현금흐름을 이용하여 자금을 조달하는 각종 금융기법을 말한다. 앞서 말한 유동화증권 외에도 부동산담보부 채권을 유동화한 주택저당채권(MBS),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기초로 원리금을 상환하는 프로젝트 금융, 고가의 耐久財 판매시 많이 이용되는 팩토링, 투자자들의 자금을 가지고 부동산관련 상품에 투자·운용하는 부동산투자신탁(REITs) 등 여러 가지가 있다.
통상 에셋 파이낸스는 일정한 목적 하에 설립되는 투자기구(vehicle)를 매개로 이루어지는데 투자기구에 자산을 매각하는 만큼 오프-밸런스가 가능하다는 점, 투자기구를 導管體(conduit)로 구성함으로써 조세감면의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점, 자산보유자의 파산으로부터 절연(bankruptcy remote)시키는 등 법적 리스크를 배제할 수 있다는 점, 무엇보다도 기동성 있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이 특색이다.
우리나라에서는 IMF 위기를 극복하면서 현금흐름과 같은 자산의 수익가치에 중점을 두게 된 것도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부동산 간접투자상품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도 관리가 잘되는 부동산에서 양호한 현금흐름이 창출될 수 있다고 믿어지기 때문이다. 금융시장 관계자들이 이노베이션을 발휘하여 보다 안전한 자산을 선보이고 금융기관들의 자선건전성을 제고하면서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절실히 요청된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