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앞 잔디광장의 상징적 의미

서울시청 앞에 둥근 잔디광장이 생겼다. 5월 1일 오픈하자마자 많은 시민들이 몰려들어 어린애들처럼 좋아했다고 한다. 서울시의 앞마당에 잔디가 깔렸다는 것은 5월 1일과 2일 주말 이틀 동안에만 15만명이 몰렸을 정도로 보통 사건이 아닌 것 같다.

우리가 분명히 기억하지만 우리가 살던 전통가옥의 마당에는 잔디가 없었다. 이 점은 대궐이나 관아도 마찬가지였는데 고궁이나 용인 민속촌에 가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작년에 외국 손님을 모시고 용인 민속촌 안내를 하면서 이를 궁금해 하는 미국인 교수에게 우리의 전통적인 음양오행 이론을 빌어 다음과 같이 설명한 적이 있다.

"한국 사람은 옛날부터 죽은 사람의 묘(陰宅)에는 지성껏 잔디를 심고 가꾸었다. 그러나 산 사람들이 살고 지내는 집안(陽宅)은 맨땅으로 두었다. 왜냐하면 집안에 잔디가 심어져 있으면 음기가 왕성해진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여성의 발언권을 억제했던 봉건사회에서는 집안 잔디를 금기시했다."

서울 아니 대한민국의 앞마당에 비록 1900평에 불과하지만 잔디가 심어졌다는 것은 여러 가지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크게 들리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번 4·15 총선을 계기로 3김(三金) 시대가 막을 내리는 것과 동시에 감성의 정치가 인기를 끌고, 야당대표를 여성이 맡는가 하면 여성 국회의원이 국회의석의 13%인 39명을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여성의 정치참여가 비교적 오래 된 서구 국가에서도 여성의원의 비율이 평균 15% 안팎에 머물러 있는 것이나, 우리나라 국회의 15대 3%, 16대 6%에 비하면 놀랄만한 약진이 아닐 수 없다. 요즘은 기업경영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여성 경영자도 적지 않다. 금녀의 구역으로 여겨졌던 사관학교에서도 여성 생도들의 활약상이 눈부시다.

太極이 상징하는 相生과 和合

음양오행설에 따르면 흙이나 돌로 된 맨땅에 비하여 잔디밭은 陰에 속한다. 그것은 여성뿐만 아니라 비주류(非主流)나 소수자(minority)를 의미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단기간에 걸친 경제성장의 그늘에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소수자들이 목청을 높이면서 여러 가지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가 쌓이고 있다. 이러한 현안과제를 여성들의 감성과 창의성, 인내력에 맡겨보면 어떨까. 집집마다 마당에 잔디를 심어서라도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정치, 경제, 사회의 현안 문제를 말끔히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만, 여성들을 비롯한 마이너리티에게 발언권을 부여하되 진정한 의미의 상생과 화합을 일구어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과거의 지나친 여성폄하·배제에 따른 일시적인 구색 맞추기로 그치거나, 온통 여성 일색으로 도배를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본다. 우리 국기 속의 태극이 보여주는 것처럼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너무 한 쪽으로만 쏠리게 되면 또 다른 반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미국 LPGA 대회에서 한 손가락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한국의 낭자들이 태평양 건너 잔디밭에서 펄펄 날고 있는 것은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의 일부 언론에서 LPGA의 인기가 떨어졌다거나 국별 쿼터를 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는 것을 보면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