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이 함께 추구해야 할 '홍익인간'의 정신

현재 남과 북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크게는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6자회담이 그러하고, 가까이는 개성공단의 임금조정이 시급하다고 한다. 최근 중앙일보와 현대경제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한 21세기 동북아 미래 포럼에서 철도공사 이 철 사장이 밝힌 남북철도 연결 문제도 같은 맥락이었다.

남북철도를 연결하여 시베리아횡단철도(TSR)나 중국횡단철도(TCR, TMR)와 잇는 사업은 누구나 그 경제적 효과가 크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당장 수 조원에 달하는 재원조달의 길이 막막하고, 북한의 철도시설 개선사업 지원에 대한 남쪽의 퍼주기 논란과 바세나르 체제 하에서의 전략물자 수출통제가 큰 걸림돌이다. 또한 군사적 전용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떨칠 수 없는 실정이다.
현재 금강산관광지구와 개성공단을 연결하는 경원선과 경의선의 연결공사가 끝나 철도를 통한 남북의 혈맥이 분단 60년 만에 서로 연결되었다. 김대중 전대통령은 열차를 타고 평양을 방문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부산 또는 광양에서 출발한 열차가 한반도에 머무르지 않고 만주나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까지 달려갈 때 한반도를 기점으로 한 진정한 실크로드의 길이 열리게 될 것이다.

'弘益人間' 정신의 실천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우리의 속담처럼 어떻게 해야 남과 북이 相生의 길을 열 수 있을까. 북한과의 협상은 성공을 기약할 수 없는 일이지만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첫째는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인정을 받으려면 국제사회의 룰을 지켜야 함을 일깨워주어야 한다(국제규범 준수). 아무리 국가적 생존이 중요하다고 해도 국제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는 일(불법자금 세탁 등)은 해서는 안된다. 북한은 각종 국제회의에 이해당사자로서 참석하고 국제적인 네트워크에 참여함으로써 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판을 깨지 않기로 약속해야 한다(대화의 계속). 인내심을 갖고 양보할 것은 양보하면서 생산적인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하여야 한다.
셋째는 남북한이 동의할 수 있는 공통이념을 되새기는 일이다(공통가치의 확인).

2006년 2월 중순 북한법연구회가 하와이대학에서 국제세미나를 가졌을 때 하와이대학의 명예교수인 글렌 페이지 교수는 우리도 자칫 잊고 있었던 명제를 지적해주었다. 그것은 '弘益人間'의 정신으로 서로를 존중하라는 말씀이었다. 여든이 가까운 老교수는 한국민이 일제의 강점과 국토분단, 민족상잔의 전쟁, 강대국의 이념대립, 체제경쟁 등을 통하여 너무 많은 피를 흘렸다고 탄식하였다. 더 이상 한반도에서 전쟁과 폭력이 일어나지 않고 평화가 정착되려면 남과 북이 공통의 조상인 단군의 정신을 살려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여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홍익인간의 대상은 남북한 주민만이 아니고, 중국사람, 러시아사람, 미국사람, 일본사람 모두 해당되는 것이므로 주변국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남과 북이 한반도 깃발을 휘두르듯이 앞으로는 홍익인간의 정신을 실천할 것을 작정해야 한다. 홍익인간을 선포하고 실천함으로써 미국이나 일본이 의심하는 '햇볕정책'도 포섭할 수 있으며, 남남갈등의 소지가 있고 북측의 자존심을 거슬리는 '퍼주기' 시비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개성공단에서 임금 몇 달러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것보다는 좀더 싸고 질 좋은 물건을 생산함으로써 이웃나라의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될 때 개성공단 입주업체가 늘어나고 북한 노동자들이 더 많이 고용될 수 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규범을 지키고 미국민을 불안하게 하지 않아야 미국 정부도 북한당국을 신뢰하고 미국의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북한에 투자를 하기 시작할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통일은 이렇게 조용히 찾아올 것으로 생각한다.
[로앤비] 칼럼 200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