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해야 할 內部者去來

내부자거래(insider trading)는 증권시장 참가자들이 극력 회피해야 할 일임에도 가장 빠져들기 쉬운 유혹이다. 회사의 내부자가 자신의 지위를 통해 알게 된 미공개의 중대한 정보(nonpublic, material information)를 이용하여 회사주식을 거래할 경우 땅 집고 헤엄치기 식으로 일확천금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돈"이 되는 증권시장에서 거래당사자간에 정보의 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이 있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해도 어느 일방이 부당하게 이를 악용하려 든다면 결국 증권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무너뜨릴 것이다. 물론 발행회사는 광범한 공시(disclosure)의무를 지고 있지만 내부자는 공시에 앞서 증권을 매매하려 들 것이므로 정의의 관념에 반하는 일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에서도 1987년부터 미국 등 선진국 예에 따라 내부자거래를 범죄로 규정하고 이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증권거래법 188조의2, 207조의2).

최근 미국 판례의 동향

우리나라가 立法의 모델로 삼은 미국에서는 정보가 불균형한 상태에서 증권거래를 하는 것은 내재적으로 불공정(inherently unfair)하다고 보고 내부자거래를 규제해 왔다[정보평등이론]. 이에 따라 美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내부정보를 가진 자는 그것을 '공시하든지 아니면 거래를 단념하라'(disclose or abstain)는 원칙을 세웠다(SEC Cady, Roberts Decision, 1961).

그런데 내부정보를 이용하는 자의 범위를 회사의 임·직원만으로 국한하기 어려워지자 일정한 선을 그어 외부자에 대해서도 내부자거래를 규제하기 시작했다. 즉 회사측과 '믿음과 신뢰의 관계'(relationship of trust and confidence)가 있는 사람은 내부자로 보게 된다[충실의무이론].
예컨대 M&A 관련서류를 인쇄하던 인쇄공이 사전정보를 알아내 증권거래를 통해 많은 이익을 남긴 사건에서 미 연방대법원은 피고인이 외부자로서 회사측과 믿음과 신뢰의 관계가 없다고 보고 내부자거래로 인정하지 않았다(Chiarella v. U.S. 1980). 또 회사의 비리를 알게 된 종업원(정보제공자: tipper)이 이런 사실을 정보분석가에게 알려주었는데 정보분석가(정보수령자: tippee)가 자신의 고객에게 정보를 제공하여 증권투자를 하게 한 사건에서 정보제공자는 정보제공의 대가로 개인적인 이익을 얻은 것도 아니고 회사의 부정을 막기 위해 그리 한 것이므로 충실의무에 반하는 정보제공으로 보지 않았다(Dirks v. SEC 1983).

그러나 거래당사자 사이에 충실의무의 위반은 없다 해도 미공개정보가 위법하게 유용(misappropriation)된 경우에는 내부자거래에 대한 비난가능성이 커진다[부정유용이론].
미국에서 1988년 제정된 [내부자거래 및 증권사기규제법]은 부정유용의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1987년 부정유용이론을 인정하기 주저하던 연방대법원에서도 1997년에는 이 이론을 정식 수용하기에 이르렀다(U.S. v. O'Hagan).

미국에서는 내부자거래가 형사처벌, 민사손해배상, 유지청구(injunction)의 대상이다. 상호신뢰를 저버린 행동이라 하여 중죄로 취급하는 것이다. 내부자거래로 손해를 입은 피해자는 묵시적으로 사적인 소송청구도 할 수 있다(implied private right of action). 그만큼 내부자거래의 구성요건이 핫 이슈가 되고 있는데, 어느 회사의 임원이 부동산을 구입하기 위해 자기가 소유하는 회사주식을 판 사례를 보자. 이 임원은 내부정보에 쉽게 접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내부자거래의 책임을 질 가능성이 있다. 종전의 이론에 의하면 "믿음과 신뢰를 입고 있는 만큼 회사주식을 거래하기 전에 공시를 하라, 그렇지 않으면 부정유용이 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에 대해 거래성립 전에 내부정보를 알고 거래를 하였다면 이에 해당한다는 견해[내부정보소유설]와 내부정보를 이용하여 거래를 한 게 아니라면 내부자거래로 볼 수 없다는 견해[내부정보이용설]의 대립이 있다.

이 문제에 관하여는 아직 연방고등법원 판결만 나와 있을 뿐이지만, 최근 SEC가 그 해답을 내놓았기에 간단히 살펴보기로 한다. 사실 내부정보를 이용하여 증권거래를 한 게 아니라면 중벌을 받는다는 것은 억울한 일이다. 즉 사기적인 고의(scienter)가 없고 인과관계의 입증이 어렵다는 것이 이용설(use theory)의 입장이다(SEC v. Adler, 11th Circuit 1998). 반면 내부정보를 알고 거래를 한 것만으로 내부자거래로 보는 소유설(knowing possession theory)에서는 입증이 용이하고 증권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해 절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U.S. v. Teicher, 2nd Circuit 1993).

그동안 연방대법원에서는 중요한 미공개 정보를 소유하였다거나 이용하였다거나, 이 정보에 기하여(on the basis of) 거래하였다는 문구를 구별해서 쓰지 않았다. 이에 대해 SEC는 연방증권법의 집행 차원에서 명문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였다. 즉 2000년 8월 10일 SEC Rule 10b5-1을 제정(2000.10.23 시행)하고 "개인이든지, 법인이든지 내부정보를 알고 거래를 한 자는 당연히 당해 정보를 이용한 것"이라고 규정하였다. 내부정보를 알고는 있지만 이를 이용하지 않고 거래한 자도 내부자에 해당(awareness test)한다는 것이다. 다만, SEC는 다음 세 가지 경우, 즉 ▷거래자가 내부정보를 알기 전에 거래대상인 증권의 거래량·거래가격·거래일시를 미리 정해놓은 대로 당해 거래를 한 경우, ▷거래자가 사전거래내용의 실행을 타인에게 지시하고 타인이 본인을 위하여 이를 실행한 경우, ▷사전거래내용을 서면에 명기한 대로 거래를 실행한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하였다(affirmative defense).

우리나라에의 시사점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주식시장에서 시세조종 행위(이른바 '작전')나 내부자거래 등 불공정거래 행위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어 경각심이 요청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2000년 중 적발한 불공정거래 조치건수는 221건으로 전년비 47%나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그중에서도 증권사 직원이 관련된 불공정거래가 38%에 이르고, 코스닥과 제3시장의 불공정 행위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 증권거래법은 내부자거래의 성립요건―행위의 주체, 내부정보의 개념, 대상증권, 인식의 범위 등―에 관하여 제188조의2에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다. 또 코스닥 등록법인의 경우 핵심 내부자인 대주주와 벤처캐피털에 대하여는 아예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못하게 하고 있다. 폐쇄적 법인이 거래소 상장, 코스닥 등록을 통해 일반투자자들에게 공개(IPO)된 경우 당해 법인과 그 임직원·대리인, 주요 주주, 인허가·지도·감독권자, 이상의 지위를 떠난지 1년이 못된 자, 직무상 관련이 있는 자는 내부자로 보고 있다. 금지되는 행위도 "당해 법인이 발행한 유가증권의 매매 기타 거래와 관련하여 그 정보를 이용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이용하게 하는 행위"이지만, 내부자거래를 '내부정보소유설'의 입장에서 교통정리한 미 SEC의 조치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IPO·전환사채 관련업무를 취급하는 증권회사, 신용평가회사 등도 사내에 업무차단벽(Chinese Wall)을 설치하는 등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