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는 더 이상 섬일 수 없다

*  다음은 2014.8.8자 남북물류포럼 홈페이지에 실린 KoLoFo 칼럼(제244호)을 전재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섬처럼 보였다. 지난 2월 말 NASA에서 공개한 한반도의 야간 사진이 그랬다. 남한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불빛이 휘황찬란한데 북한은 평양 등 한두 곳을 제외하면 온통 깜깜하였다. 마치 한반도가 싹둑 잘려 남한만 밤바다 위에 떠 있는 모습이었다. 이 사진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촬영한 것으로 북한의 심각한 전력사정을 보여주는 것이었지만 우리가 더 이상 태평양 상의 섬으로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웅변으로 말해주었다.

한반도가 유라시아의 일부임을 재확인하는 것은 정치적인 구호 때문만도 아니다. 아마도 우리 민족이 시원이 유라시아에서 비롯되었다는 것과, 우리 경제가 유라시아와 연결됨으로써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1960∼70년대에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편 까닭에 지금과 같은 경제성장을 이루는 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해외수출품은 으레 선박이나 비행기에 실어보낼 뿐이었지 국제 화물열차에 화물을 싣는 장면은 볼 수 없었다.

중앙아시아 실크로드 탐방 여행

7월 중순 (사)남북물류포럼의 중앙아시아 실크로드 탐방 길에 따라 나섰다.
1년 전 돌아보았던 중국의 서안에서 출발한 실크로드의 종착점인 사마르칸트와 부하라를 직접 가서 보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 옛날 수많은 상인들이 낙타에 짐을 싣고 캐라반을 이루어 서역만리 먼 길을 떠났다. 우리 일행은 최신 교통수단으로 불과 몇 시간 만에 목적지에 도달하였지만 그 당시 대상들은 험준한 톈산산맥과 타클라마칸 사막을 넘고 끝없는 황야를 건너야 했으며 적대적인 부족이나 도적떼를 만나기도 했을 것이다.

부하라의 아크라 성벽 아래서, 우리가 찾아갔을 때는 뙤약볕이 사정없이 내리쬐고 있었지만, 사방에서 온 상인들이 떠들썩하게 모여들어 중국의 비단과 도자기, 칠기 같은 진기한 물품과 서역의 양탄자, 견과, 후추 같은 물품을 서로 흥정하였을 것이다.
그렇다! 이렇게 만나서 자기가 가져온 물품을 죄다 벌여놓고 상대방의 것과 흥정을 하면서 거래할 때 상호간에 이익을 취하고 신뢰를 쌓으면서 다음 번 만남을 기약하지 않았을까. 서로가 목숨을 걸다시피 하고 교역길에 나섰을 테니 다음에 만날 것을 약속하고 무사귀환과 사업발전을 축원했을 것이다.

탐방 여행에 나선 우리 일행은 타슈켄트에 도착한 후 부하라와 사마르칸트를 돌아보았다. 그 옛날 실크로드의 주요 거점을 지배했던 우즈베키스탄은 오늘날 자원개발을 무기로 단기간에 부강해진 이웃 카자흐스탄에 비해 자못 위축된 것처럼 보였다. 공항이나 정거장 주변은 사람들로 북적거리지도 않았고 공원처럼 아름답게 가꿔져 있었다. 체제가 전환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국민들에게 여행의 자유가 허용되지 않아 허가를 받은 사람만 공항, 기차역에 출입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우즈벡의 거리에는 우리 눈에 익숙한 크고 작은 대우 차들이 달리고 있었다. 대우자동차 외의 차량을 수입하려면 많은 관세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라 했다. 일견 비정상적으로 보이지만 본래 대우그룹과 합작했던 우즈벡 정부가 대주주인 국영기업에서 대우차를 생산하고 있기에 일면 수긍이 갔다.

우리의 실크로드 출발지는 북한

우리나라가 우즈베키스탄과 경제협력을 강화하려면 올바른 관계설정에서 출발해야 한다. 정복자 티무르(1336∼1405)의 후예임을 자랑하는 그네들이 우리에게 얕보임을 당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서로 존중하는 관계 속에서 협력사업을 확대해 가면 된다.
작년 여름 우리에게 북한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요령을 가르쳐 준 미국의 NGO 글로벌 리소스의 3R 전략이 생각났다. 그것은 관계(relation), 존중(respect), 조화(reconciliation)로 요약할 수 있다(2013.7.1.자 KoLoFo칼럼 제204호 “자존심 센 북한 사람들 상대하기” 참조).

같이 간 일행 중에 모 종교단체의 선교사로 활동하는 젊은이가 있었다. 이곳은 종교의 자유가 있다고 하지만, 주민들이 대부분 이슬람교도인 점을 간과한 채 처음부터 노골적으로 전도를 하고 나서면 조만간 추방되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자신과 가족부터 선교를 한다고 생각하고 시간을 들이면서 모범적인 생활태도를 보이면 그의 겸손한 자세에 감화를 받은 현지인들이 궁금해서라도 먼저 접근해 온다는 말을 전했다.

사마르칸트의 바자 벽화에서 보았던 것처럼 ‘까레이’(Coree)에서 먼 길을 떠나온 상인이 거래를 잘 하기 위해서는 그네들과 ‘3R’을 잘 해야 했을 것이다.
우리가 중앙아시아와 유럽 지역으로 수출을 할 때 경의선이나 경원선을 이용하여 화물을 실어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반도 종단철도(TKR)가 개통되더라도 화물을 싣고 열차로 운반하는 것이 선박으로 운송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 파트너와의 관계를 잘 유지하고 북한식 일처리를 어느 정도 존중하면서 그들과 조화를 이루는 법부터 속히 익혀야 할 것 같다.
우리가 티무르 황제의 후예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 못지않게 북한을 경유하는 철도와 도로를 제대로 시작해야만 우리나라가 유라시아 대륙과 연결되고 태평양 위의 섬나라 같은 현 상태를 극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