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프라우 철도 프로젝트

Jungfrau 2000년 여름 스위스 융프라우에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융프라우는 해발 4,158m이지만 해발 3천5백여m의 융프라우요흐까지 등산철도(Jungfraubahnen)가 운행하므로 인터라켄에서 당일로 다녀올 수 있었다. 등산철도에서 한국어로 안내방송을 할 정도로 한국인의 인기 관광코스인 데다, 내가 오르던 날도 여름 휴가철의 피크 타임이라서 (열차를 통채로 대절하는 일본 관광객 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국 관광객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아침 일찍 인터라켄 오스트역을 출발하여 그린델발트를 거쳐 클라이네 샤이덱으로 해서 융프라우요흐 전망대(Top of Europe)까지 올라갔다가, 스위스 산간 마을이 그림처럼 아름다운 라우터브루넨으로 내려왔다. 오랫동안 별렀던 알프스 등정이었지만 기차 타는 시간만 왕복 5시간이 채 못되는 너무도 짧은 여정이라서 지금도 눈덮인 알프스에 다녀온 것인지 꿈같이 느껴진다.

융프라우 등산철도

스위스는 어느 곳이나 다 아름답지만, 스위스 알프스의 고봉인 융프라우의 산등성이까지 매년 관광객을 50만명 이상 끌어들이는 비결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우리 나라의 설악산이나 지리산과 비교해 볼 때 일부 등산객이나 열성 스키어가 찾는 것으로 그쳤을 융프라우를 인기 관광지로 탈바꿈시킨 주역은 등산철도임을 부인할 수 없었다.

1880년대 스위스 전역에서 등산철도 건설 붐이 한창일 때 융프라우 지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철도건설 계획을 들고 나왔다. 1894년 말 마침내 스위스의 섬유 사업가이자 카리스마적 정치가인 아돌프 가이어-젤러에게 연방의회의 사업허가(concession)가 떨어졌다. 그는 이미 철도회사의 경영에도 참여하고 있었기에 당시의 최첨단 기술을 적용하기로 했다. 클라이너 샤이덱에서 아이거글레쳐까지는 노지에 건설하면 되었으므로 경사면에 지붕을 씌우는 등 눈사태 방지시설만 하면 되었다. 문제는 아이거, 묀히, 융프라우의 바위산 밑으로 터널을 뚫고 철로를 건설하는 일이었다. 눈사태의 위험 때문에 애당초 폭약사용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에펠탑 건설에 참여했던 건축기사 에두아드 로처는 2개의 직선 管을 건설하고 압축공기를 이용하여 피스톤처럼 열차를 운행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왜냐하면 증기기관차는 경사면을 오르는 힘도 딸리거니와 터널 속 매연을 처리하는 문제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사비 문제도 있고 해서 가이어-젤러는 불과 수년 전에 시내전차에 응용되기 시작한 전기기관차를 생각하게 되었다. 톱니바퀴 철로를 부설하는 방식으로 기차가 힘차게 올라가고 안전하게 내려오는 문제도 쉽게 해결되었다.

그 다음 문제는 겨울 한 철은 고립된 채 터널 막장에서 바위를 뚫는 고된 작업을 할 인부를 구하는 것과 공사에 소요되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자금을 조달하는 문제였다. 노동력은 이태리 등 외국에서 모집해 오고 하루 1리터 이상 포도주를 제공하는 등 근로조건을 개선해 해결할 수 있었다. 파이낸싱 문제는 가이어-젤러의 어린애 같은 순수한 열정으로 밀고 나갔다. 처음에는 사재를 투입하기도 했지만 공사를 단계적으로 완공함으로써 프로젝트 참여자들 사이에 성공의 기대치를 높여감으로써 끝까지 수행할 수 있었다. 지금도 등산열차는 아이거노르드반트, 엘스메르에서 5분씩 정차하여 관광객들이 전망창 밖으로 알프스 연봉을 구경할 수 있게 하고 있는데, 공사 당시의 단계별 목표지점이기도 했다.

백년 전의 등산철도 사업계획

Jungfrau Railway 융프라우 철도는 계획 당시 7년 기한에 사업비는 1천만 스위스프랑 정도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그러나 기술적인 어려움과 인부와 자재 공급상의 문제, 혹심한 기후조건, 난공사 구간의 속출 등으로 도합 16년이 걸리고 공사비도 50% 늘어난 총 15백만 프랑에 달하였다.

당시의 기술력에 비추어 대형 토목공사치고는 비교적 순조롭게 건설된 셈이다. 최근의 유로 터널 공사는 그 몇 배의 시행착오를 겪었으니 말이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건설과정의 빈틈없는 설계와 시공으로 백년이 다 된 오늘날에도 큰 불편없이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 철로의 경사도가 1m 당 최고 25cm로 열차 승객이 자연스럽게 고도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했다.
- 적은 비용으로 부근에 수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여기서 생산된 전력을 터널 굴착, 환기, 조명, 취사, 난방 기타 모든 시설의 에너지원으로 삼았다.
- 내려오는 열차에 발전기를 달아 여기서 발생하는 전력을 상행열차에 공급하였다. 그 결과 하행열차 3대에서 상행열차 1대 분의 동력이 나왔다(절전율 15-20%).

- 철도의 종점에는 관광객을 위한 전망대와 천체·기상·지질 관측소를 세워 철도역의 이용가치를 배가시켰다. 유리와 철 구조물로 된 아름다운 전망대 건물은 멀리서 보면 스핑크스처럼 생겼다고 해서 '스핑크스'라 이름 붙여졌는데 건물이 금속과 철선으로 이루어져(이른바 'Faraday cage') 낙뢰 및 전파·자기장애를 방지하였다.
- 융프라우요흐에는 얼음궁전, 스키장, 개썰매장(이곳의 썰매 끄는 개들은 아문젠이 남극 탐험을 할 때 데려간 에스키모개의 후손이라 한다) 등 여러 가지 볼거리, 놀거리를 마련해 놓았다.

자연훼손을 최소화한 관광철도 건설

Kleine Scheidegg '남의 떡이 커보이는 법'이라고 하지만 인터라켄으로 내려와 구름 낀 융프라우를 올려다 보았을 때 부러움 반, 부끄러움 반의 생각이 들었다. 우리 나라의 설악산, 지리산도 산세의 수려함, 웅장함에 있어서는 알프스산 못지 않다고 자랑하지만 우리는 천혜의 금수강산을 너무나 소홀히 대하지 않았나 자괴감이 엄습했던 까닭이다.

설악산, 지리산 등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공원관리공단에서 한 일이라곤 비싼 입장료를 챙기는 대신 숙박업소를 한 군데 몰아놓고 공원에 드넓은 광장을 조성한 일이었다. 또 설악산 등산로에는 동식물 표본 사진을 전시해놓고 있지만 얼마나 학습효과가 있는지는 몰라도 몇 달 후면 그 자체가 쓰레기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관광 시즌이면 공원 출입로에서부터 교통(주차)대란이 벌어지는 것을 목격한다. 왜 사람들이 무작정 자가용을 끌고 오지 못하게 할 확실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것일까? 장애인, 노약자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높은 산에 오르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도록 등산철도나 로프웨이, 케이블카를 건설할 생각은 못하는 것일까?

환경단체에서는 지리산 케이블카 건설조차 반대하고 있지만, 지자체들이 알게 모르게 백두대간의 산허리를 까뭉개고 도로를 건설하여 매연을 내뿜는 자동차들이 휘젓고 다니게 하는 것보다는 등산철도, 로프웨이를 건설하는 편이 환경보호, 자연보존을 위해 훨씬 낫다고 본다.

지난 여름에는 IMF 침체기를 벗어나 기록적인 숫자의 사람들이 해외 나들이를 하였다고 한다. 나날이 기술공학이 발전하는 만큼 선진 각국의 사례를 눈여겨보았다가 우리의 금수강산을 체계적으로 개발하여 전세계 사람들이 즐겨찾는 관광자원으로 만드는 방안을 우리 모두 진지하게 검토할 때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