企業支配構造와 사외이사의 문제

최근 대기업의 사외이사로서 상당한 가액의 失權株를 받은 장관, 환경단체의 장이 여론의 공격을 받고 심지어 장관직을 사퇴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사실 社外理事制는 1995년 대통령 직속의 [세계화 추진위원회]가 그의 도입 필요성을 제기한 이래 IMF 사태를 계기로 크게 확산되었다. 은행들은 은행법이 개정됨에 따라 지난 4월부터 이사의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있으며, 작년 말에는 증권거래법까지 개정되어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법인은 3인 이상 및 1/2 이상의 사외이사를 선임하도록 강제되고 있다(2000사업연도후 최초의 정기주총 때부터 시행). 이를 계기로 '누구를 사외이사로 선임해야 하느냐'는 문제와 함께 '사외이사는 무슨 일을 해야 하느냐' 또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느냐'는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社外理事制를 둘러싼 是非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이 2000년 10월 16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동서정책 포럼에서도 대학교수와 시민단체대표, 경영인들이 모여 "기업지배구조와 사외이사제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의 문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주제발표자와 토론자들은 ▷英美式 社外理事制가 과연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할 수 있느냐, ▷시행한 지 2년 반이나 되는 사외이사제가 선출자격, 스톡옵션 등의 보수, 겸직가능성 등에 있어 우리나라의 기업풍토에 맞게 정착되어가고 있느냐, ▷사외이사제를 집중투표제, 대표소송, 집단소송과 함께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냐의 문제를 놓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贊反양론으로 갈렸다. (이날 주제발표와 토론 내용은 iews@yonsei.ac.kr을 통해 구해볼 수 있음)

주지하다시피 사외이사의 문제가 전면에 등장하게 된 것은 우리 정부가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그 양해각서에다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을 못박고(Para. 34), IBRD로부터는 차관자금을 받아 그 개선방안을 연구, 도입하기로 약속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사정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의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오너의 경영독단을 가능케 하여 무리한 차입으로 기업을 도산으로 몰아넣고 경제를 위기상황으로 몰고 갔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대한 인식의 오류가 있다. 당시 대기업이 차입경영을 폈던 것은 은행돈을 빌리는 것이 사채나 신주를 발행하는 것보다 코스트가 적게 든 데다 부도날 염려도 거의 없었기 때문(Too big to fail)이다. 더 이상 정부가 대기업의 도산을 막아주지 않을 것임을 예측할 수 없었다 하여 그 원인을 지배구조에서 찾는 것은 옳지 못하다.

그렇다고 하여 우리 기업의 지배구조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에 빠지게 된 모든 원인이 기업지배구조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기업들이 시장의 신뢰를 얻고 외자를 포함한 자금을 원활히 유치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생각해보아야 한다.

韓國型 기업지배구조의 필요성

우선 국내 증권시장에서 외국인투자의 비중이 30%가 넘고 이러한 자금의 흐름을 월스트리트가 컨트롤하는 현실에서 국제적으로 大勢인 미국식 스탠다드를 도외시하는 것은 현명치 못하다. 그렇다고 모든 상장기업 아니 국내기업들이 外資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은 아니므로 사외이사제를 일률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오히려 사외이사제의 전면 도입 등 기업의 활동방식을 바꾸는 데 있어서 구성원들의 합의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기업은 출자한 주주(shareholder) 뿐만 아니라 채권자, 종업원, 협력업체,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stakeholder)가 복잡하게 얽혀 있으므로 이들이 편리하고 좋다고 생각하는 방식을 채택하여야 할 것이다. 즉 株價의 극대화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계속기업(going concern)으로서 경제적·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또한 전통적으로 혈연·학연·지연을 중시해온 사회적 가치를 무시하고 사외이사로 하여금 오너에 대항하는 志士가 될 것을 기대해서도 안된다. 그보다는 불신과 대결구도에 젖어 있는 노사관계에 비추어 종업원들이 열린 기업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상기 포럼에서는 주주와 근로자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네덜란드식 노사협의체(works council)를 제창되기도 했다(임웅기 연세대 교수). 네덜란드에서는 이사회가 주주의 대표들로 구성되지만 일부 公益을 대변하는 인사를 참여시키고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는 종업원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IMF/IBRD가 지배구조의 개선을 植民地에 가서 宣敎하듯이 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현재 작성 중인 법무부 권고안에서 중심역할을 한 스탠포드 대학의 블랙 교수의 자기집행적 모델(self-enforcing model)에 의하면, 집중투표제, 주식매수청구권 등은 미국의 기업에는 선택사항이지만 시장이 작동하지 않는 나라에서는 강제규정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김정호 자유기업원 부원장). 우리나라는 러시아 같은 체제전환국과는 달리 50년 이상 증권시장을 운영해온 터에 자기집행적 모델을 최선의 대안이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히려 미국 정부가 OECD 회원국이 되었으면서도 시장을 개방하지 않는 한국의 버릇을 들이기 위해 IMF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에 억지로 집어넣었다는 세간의 주장이 설득력있게 들리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므로 기업지배구조의 틀을 일률적으로 강제할 게 아니라 외자를 유치하여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기업들이 우선적으로 이를 도입하고 그렇지 않은 기업들은 시장의 반응을 보아가며 취사선택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지배구조를 개선함으로써 자금조달이 용이해지고 주가가 상승하였다는 성공사례가 잇따를 때 우리나라에서도 선진화된 지배구조가 점차 뿌리를 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