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論: 한국 증시를 선진화하려면

전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미국 비우량 주택담보대출(subprime mortgage loan)의 부실화가 이를 기초로 한 유동화채권과 파생금융상품의 연쇄부실을 몰고 오면서 이들 금융상품의 안전성에 금이 가자 시장의 불신이 커지고 가격이 폭락하였기 때문이다.
그 위험이 현실로 나타나기도 전에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진 것은 마치 괴물을 본 사람은 별로 없는데 그 위험성을 전해들은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 지레 겁을 먹은 상황에 비유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금융시장에서는 신용이 생명이다. 일단 신뢰도가 떨어지면 투자자들은 떠나버린다. 유가증권을 매개로 자본이 움직이는 증권시장은 더욱 그러하다. 증권투자자들은 자신이 투자한 증권 실물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중개기관을 통해 거래하기에 이러한 거래 메커니즘에 조금이라도 허점이 있으면 시장 자체를 떠나버릴 가능성이 크다.

오늘날 각국은 증권시장의 발전을 도모함에 있어서 중개기관을 통해 보유하는 유가증권이 안전하고 확실하게 거래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 더욱이 증권은 국경을 넘어 거래되는 일이 많으므로 국가간의 법제가 달라 유가증권 거래에 차질이 생겼다가는 투자자금이 대거 이탈하고 말 것이다.
로마에 본부를 둔 사법통일을 위한 국제기구(Unidroit)에서는 이 점에 착안하여 각국 법제의 상치로 인하여 증권거래의 안전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수년 전부터 국제협약(Convention)의 제정에 착수하였다. 중개기관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유하는 유가증권의 거래에 관한 실체법을 통일시키기 위해 각국의 전문가들이 모여 회의를 거듭하였다.

유가증권의 발행자와 투자자는 물론 증권회사와 증권예탁원이 관여하여 증권을 담보로 하는 일도 많고 투자자나 중개기관이 도산하는 일도 생길 수 있기에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한둘이 아니다.
더욱이 증권예탁결제 시스템이 다른 일부 국가의 사정도 반영하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국제협약은 조문을 만들어 놓고 독회를 거듭하면서 수정을 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번 협약은 회의를 할 때마다 전체 조문을 새로 뜯어고치다시피 하였다. 유가증권의 국제거래에 한정된 사항이었지만 그만큼 각국의 법제를 조화롭게 통일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9월 초에 제네바에서 열린 Unidroit 회의에서는 협약안을 심의한 후 이를 채택하고 각 회원국의 비준절차를 밟을 예정이었다. 그럼에도 참가국들은 다시 한번 국내 법제와 대조하여 문제점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다음에 협약안을 확정하기로 결의하였다.

이번 국제회의에 참석하고 느낀 소감은 자본거래에 있어서 조금이라도 허점이 생겼다가는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기에 국제수준에 맞는 완벽한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만 우리나라도 국제자본거래를 촉진하고 동아시아의 금융허브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나라도 증권시장의 규모에 걸맞게 국제적으로도 이니셔티브를 발휘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번 회의에서는 일본 동경대의 간다 히데키 교수가 문안작성위원회(Drafting Committee) 위원장으로서 각 회원국의 요구에 따라 여러 차례 협약안을 전면수정하는 소임을 다하였다. 간다 교수는 유가증권의 국제거래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저명한 학자이다.
Unidroit는 금번 협약안이 채택되는 대로 BRICS 신흥시장에서 대두되는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이에 따라 중국과 브라질 대표가 다음 회의를 주도하기로 했고, 중국은 대표단의 수도 많았을 뿐만 아니라 박사과정의 대학원생들도 회의를 참관하는 등 벌써부터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이번에 한국 증시가 세계 양대 투자지표 중 하나인 FTSE의 선진지수에 편입되는 낭보가 전해졌다. 우리 증권시장도 선진국 수준의 거래시스템과 제도를 갖춰나가야 하는 이른바 품위유지에도 신경 쓸 때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