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음식의 세계화 조건

세계를 여행하다 보면 나라마다 싸게 사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다.
예컨대, 한국의 자장면, 일본의 우동, 미국의 핫도그와 햄버거, 이태리의 피자 같은 음식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요즘에는 맥도널드 햄버거가 전세계 젊은이들의 입맛을 거의 통일하다시피 했다.
그럼에도 비슷한 재료와 요리법을 가진 음식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의 빈대떡, 부침개에 해당하는 밀전이 그것이다.

세계의 밀전

우리나라의 부침개는 밀가루에 계란과 파, 부추, 해물 또는 다진고기를 넣고 프라이팬에 부쳐서 만든다. 밀가루 대신 녹두가루를 쓴 것은 좀더 고급음식인 빈대떡이다.

같은 밀가루를 프라이팬에 부쳐 만드는 음식이지만 미국, 캐나다에서는 아침식사로 팬케이크(pan cake)를 즐겨 먹는다. 미국 동부지방에는 팬케이크만 취급하는 팬케이크 하우스도 있다. 우리나라의 부침개 마냥 여러 재료를 함께 넣기도 하는데 건포도나 호도, 시네몬 등이 많이 쓰인다. 팬케이크에는 단풍나무 시럽을 끼얹어 먹게 되어 있다.

시럽을 끼얹거나 크림을 발라 먹는 것에는 와플(waffle)이 있다. 특히 벨기에 와플이 유명하며 네모난 것, 둥근 것이 있지만 요철을 만들기 위해 특별한 양면 프라이팬(waffle iron)을 쓰는 것이 특징이다.

모양새나 요리법이 팬케이크 비슷한 것으로 유럽 사람들은 크레페(crepe)를 즐겨 먹는다. 크레페는 생크림이나 과일을 싸서 먹는데 아이스크림까지 싸서 먹는 것을 보고 놀랐다. 필자로서도 몽블랑을 바라보며 샤모니에서 사 먹었던 뜨거운 크레페 속의 차가운 아이스크림 맛을 잊을 수 없다.

밀전에 음식을 싸서 먹는 것으로는 멕시코의 타코(taco)가 단연 최고라 하겠다. 옥수수 또는 밀가루 반죽을 얇게 원형으로 빚은 또르띠야(tortilla)에 통째로 구운 돼지고기나 양고기를 칼로 가늘게 자른 것과 갖가지 야채를 넣고 살사(멕시코 양념)를 쳐서 먹는다. 주의할 것은 살사 중에는 지독하게 매운 맛이 나는 게 있으므로 이런 것을 무심코 먹었다가는 입안에 불이 날 것을 각오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으니 우리는 어지간히 글로벌화되어 있는 세상에 살고 있는 셈이다. 해외 여행을 하면서 이러한 음식을 먹어 본 사람들은 그 음식에 얽힌 추억을 되살리려고 일부러 그러한 음식을 찾기도 한다.

한국 부침개의 세계화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 볼 것은 한국의 전통적인 부침개를 어떻게 세계인의 미각에 맞출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거리의 노점에서도 만들어 팔 수 있어야 하므로 요리법이 간단하고 영양 만점에 모양새도 그럴 듯해야 할 것이다. 부침개 중에서 서양의 피자 비슷하면서도 독특한 맛을 지닌 해물 파전이 근사해 보인다.

한국의 음식 중에서 김치, 불고기, 비빔밥 등은 이미 국제적 지명도를 획득했거니와 여기서 부침개를 특별히 거론하는 것은 만들기 쉬우면서도 한국적인 특색을 잘 살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의 부침개가 피자나 팬케이크, 타코와 비슷하면서도 미각과 영양가, 웰빙 식단 면에서 세계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비엔나에서 소문난 레스토랑을 경영하고 있는 한국인 김소희 씨는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예약하고 몇 달씩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퓨전 음식의 대가이지만 자신은 시간이 날 때면 부침개 파전을 만들어 먹는다고 한다.

그리고 음식 맛만 가지고는 불충분하다. 비오는 날이나 꾸물꾸물한 날씨에는 부침개가 어울린다는 문화적 세팅을 조성하고 이를 PR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프랑스 요리는 웨이터의 시중을 받아가며 포도주와 함께 먹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나의 음식이 재료나 요리법(recipe)만으로는 존재할 수 없는 만큼 이 음식을 어떠한 분위기와 환경에서 먹어야 하는지 요즘 성가를 높이기 시작한 우리나라 영화 속에서 소개해봄직 하다.

사극에 으레 등장하는 시골 장터에서는 막걸리, 동동주만 내놓지 말고 일부러라도 김치 파전 같은 부침개를 먹는 장면을 삽입할 필요가 있다. 중국과 동남아, 이제 일본에서 불고 있는 한류(韓流) 열풍은 비록 가요와, TV 드라마, 영화에서 시작되었지만 음식으로 자리를 잡아야(예컨대 李 安 감독의 중국영화 "음식남여") 오래 지속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