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의 관점에서 본 로스쿨의 나아갈 방향

지난 7월 초 미국식 로스쿨을 도입하기로 한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데 이어 격렬한 논란 끝에 입학 총정원이 2000명으로 확정되었다.
10월 30일에는 교육부가 로스쿨 설치인가 심사기준을 공표하고 11월 말까지 각 학교의 신청을 받기로 함에 따라 로스쿨 설립 준비를 해온 법과대학들은 신청서 준비와 인가조건 챙기기에 돌입하였다.

오래 전부터 로스쿨 설립을 준비해온 학교에 근무하는 필자로서도 학교에서 요구하는 각종 자료를 작성하는 등 매우 바빠졌다.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 유수의 로스쿨에서 연구년을 보내고 있고, 또 사법시험 공부를 하고 있는 아들을 둔 덕분에 법과대학과 학생, 미국 로스쿨을 벤치마크해야 하는 법학교수의 입장에서 우리나라 로스쿨의 나아갈 방향을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로스쿨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과 직장인들의 불안감

각 학교의 입장은 언론에서도 여러 차례 상세히 보도를 한 바 있다. 정원을 놓고 갈등이 빚어지면서 모처럼 우수 학부생들을 받아 법조인을 대량으로 배출하려는 중.하위권 법과대학들의 숨은 욕망이 드러났다. 지금까지 한 자리 숫자의 사법시험 합격자를 배출한 학교로서는 위상(prestige)을 크게 높이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화에 대비한 원어강의나 여교수 충원 등의 심사기준은 준비작업의 허를 찌른 것이기도 했다.

언론에서 거의 다루지 않았던 실상은 현재의 (법과)대학생들과 로스쿨 진학을 희망하는 직장인들의 불안감이다. 이 때문에 서울 소재 법과대학생들이 로스쿨설치법을 놓고 헌법소원을 제기하였거니와, 모두들 법조인 양성제도가 크게 바뀌는 마당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우왕좌왕하고 있는 형편이다.
현재 로스쿨 입학자격시험(LEET)은 미국과 일본의 제도를 상당 부분 모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로스쿨 진학을 원한다 해도 입학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고 법학지식과는 상관이 없는 논리사고력을 테스트하는 적성시험을 보아야 하며, 실시 초기단계에는 서울과 지방에 있는 어느 로스쿨에 지원해야 합격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지금까지는 사시 1차 시험준비를 하면서 법을 공부하던 사람들이 앞으로는 [실생활에 별로 도움이 안되는] IQ테스트 비슷한 적성시험 준비에 몇 년씩 매달려야 할지 모른다.

UCLA 로스쿨 도서관 로스쿨 졸업 후의 취업대책

더 큰 문제는 3년간 1억원이 넘는 비싼 등록금을 내고(이에 관해서는 학교 당국자들도 할 말이 많다. 법학전문도서관, 모의법정 등 시설비에도 많은 돈을 들였지만, 교수 1인당 학생수가 10-12명 이내로 제한되고 다양한 강좌를 개설해야 하기에 의학전문대학원 수준의 등록금을 받더라도 적자를 면치 못한다) 학교를 다니고 졸업한 다음이다.
일본처럼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40%에 그쳐서는 시험에 낙방한 사람들에게는 고학력 실업자를 양산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다행히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더라도 그가 원하는 유수의 로펌이나 정부기관, 기업체에 취업이 된다는 보장도 없다.

지금까지는 사법시험에 합격하면 사법연수원의 2년 과정을 거치게 되므로 어느 정도 법조인으로서 평균적인 자질을 갖추었다고 보았지만, 로스쿨 체제 하에서는 어디 로스쿨 출신이고, 학교 성적이 어느 수준이냐에 따라 취업 및 보수가 결정될 판이다.
따라서 미국 로스쿨의 관점에서 한국에서 돌아가는 사정을 살펴본다면 비교적 정확한 답이 나올 것 같다. 앞으로 한국의 로스쿨에서는 종전처럼 시험과목만 가르치거나 교수의 관심사항만 강의를 해서는 안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외부 학원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변호사시험에 합격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아무리 학교에서 공부를 잘 했어도 Bar 시험 전문학원에 다니는 것이 통례인데 이는 누가 보더라도 매우 비효율적이다.

둘째, 졸업 후에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특성화 부문에 관한 한 당장 실무에 종사할 수 있는 전문능력을 갖추게 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2학년만 되어도 로펌 등에서 인턴으로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본다.
또 미국의 일부 로스쿨에서 실시하고 있는, 학교 강의와 대형 로펌, 정부기관에서의 엑스턴십(externship) 같은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교수들의 발등에 떨어진 불

셋째, 변호사 대량배출의 시대에는 변호사들도 종전의 소송 일변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법률 서비스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한국 사회와 지구촌 구석구석에서 스스로 전문 법조인으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역량과 자질(이를테면 기본적인 법률지식과 전문가의 식견, 외국어능력)을 함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학생들이 어느 로스쿨의 아무개 교수 밑에서 공부해야 장래가 보장된다고 믿고 많이 지원할 터이므로 교수로서도 고유의 브랜드를 형성하는 것이 급선무가 되었다.

그러니 로스쿨 교수로서는 우선 강의교재부터 충실히 준비해야 하겠고, 강의기법도 고시학원 식이 아니라, 미국 로스쿨처럼 문제해결식(case method)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앞으로는 학생들에게 답안작성 요령이나 가르쳐서는 아니되고 학생 스스로의 관심분야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끔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학교 차원에서 로스쿨 인가를 받아야 되겠지만, 해당 교수들에게는 발등에 불이 떨어져도 여러 개가 한꺼번에 떨어진 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