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전문가의 New Market

큰돈 들여 미국 로스쿨에서 공부하고 돌아와도 마땅한 일자리가 있을 것인가. . .

새 학기에 미국 로스쿨에서 공부하려는 젊은이들이 모두 미국으로 떠났다. 일본은 이미 미국식 로스쿨을 2004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며, 우리나라에서도 사법부와 학계 일각에서 전향적 자세를 취함에 따라 법학전문대학원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우리나라가 1997년 말 IMF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이름으로 미국법의 위력을 실감한 우리 젊은이들이 미국으로 건너가 로스쿨의 LL.M., J.D. 과정에 등록하고, 이미 상당수는 미국 변호사 자격까지 취득하고 국내외에서 취업 기회를 엿보고 있다 한다.

로스쿨 입학생들의 취업걱정

필자가 상담한 많은 로스쿨 입학생들도 어렵사리 입학허가서를 받은 미국 로스쿨에서 생소하고 어려운 법률과목을 공부하는 것보다 경쟁자가 대폭 증가할, 졸업 후의 취업전망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었다. 소속 직장이나 법률사무소에서 해외연수를 떠나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무슨 분야를 전공하는 게 좋을지, 국내외에 어떤 직장을 잡아야 할지 걱정을 많이 하고 있었다.
사실 로스쿨 입학생들은 누구보다도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미국 유수의 로스쿨로부터 어드미션을 받았다는 것은 상당 수준의 영어독해 능력 및 일정 기준 이상의 법률과목 학점을 인정받은 것이다. 게다가 입학지원서에 필수적인 자기소개서에서 자신의 학업계획과 졸업 후의 계획을 펼쳐 보였을 테니 장래성도 검증받은 셈이다. 이와 같이 우수한 인재가 장래를 불확실하게 보고 걱정을 한다는 것이 과연 맞는 말인가.

UNCITRAL 36th Session 생각해 보면 취업기회는 항상 널려 있지만 그에 맞는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거나 지원자가 많이 몰려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울 뿐이다. 10년, 20년 전만 해도 영어보다는 전공 성적이 중요하였고 가을철의 입사시험 시즌에 맞춰 취직시험 공부를 하면 되었다. 지금은 인터넷을 통한 수시채용이 일반화되면서 웬만한 영어(TOEIC, TOEFL, TEPS) 점수와 학부 평점을 갖추지 못하면 입사지원을 하더라도 1차 서류전형에서 탈락하기 일쑤이다. 면접에 대비해서는 아르바이트와 인턴 사원 등 다채로운 사회경력을 쌓아야 한다.
로스쿨 졸업생도 마찬가지이다. 경제가 발전하고 사회가 복잡해짐에 따라 법률전문가의 취업기준이 달라진 것이므로 그에 맞춰 착실하게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인터넷의 발달로 100가지의 직종이 사라진다면 300개의 새로운 직종이 탄생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새롭게 등장하는 법률영역에 눈을 돌리고 나름대로 준비를 한다면 개척자적인 활동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지난 7월 초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린 유엔 국제거래법위원회(UNCITRAL)의 본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왔다. 여기서 느낀 것은 우리나라의 젊은 로여들이 국제기구의 일자리를 구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유엔 분담금은 세계 8위로 많으며, 브라질이 외환사정을 이유로 지급을 연체한 것을 감안하면 7위에 이른다. 그럼에도 유엔 기구에서 일하는 한국인은 손꼽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법률직역만 해도 그러하다. UNCITRAL은 회원국이 35개국에서 60개국으로 늘어나는 것을 계기로 사무국의 법무담당관(legal officer)을 대폭 보강하기로 했다. 아시아 지역에서 새로 충원할 방침이지만 마땅한 자격요건을 갖춘 사람이 드물다고 한다.

국제기구 취업요령

유엔 기구에서 법률업무를 담당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자신이 관심이 있는 기구에 일자리가 언제쯤 빌 것인지 알아본 후(외교통상부 국제기구 채용정보 사이트 http://www.unrecruit.go.kr의 Vacancy Forecast 등 참조) 그에 맞는 자격요건을 충족시키도록 한다.
첫째는 원어민 수준으로 말하고 쓸 줄 아는 영어 실력이다. 불어까지 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둘째는 국제기구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토의 주제와 내용을 짧은 시간내에 간추려 문서로 정리할 줄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분야에 상당한 지식을 갖추고 업무경험이 있어야 할 것이다. 셋째로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공개경쟁으로 채용하는 국제기구에서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학교를 졸업하는 것이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공공연한 비밀 중의 하나는 이상의 조건을 갖추었다면 여성 지원자가 단연코 유리하다는 점이다. 내가 만난 UNCITRAL 사무국의 법무담당관은 변호사 자격을 가진 아제르바이잔 여성은 0순위라고 했다. 그러므로 UNCITRAL, UNESCO 등의 사무국에서 일하려면 재학 중에 이들 기구에서 인턴십을 해보고 관련 분야의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쌓아둘 필요가 있다.

이번 UNCITRAL 본회의에서는 각국 대표들로부터 주목을 받은 사무국의 신참 법무담당관이 있었다. 본회의에서는 지난 1년 동안 실무작업반(Working Group)의 활동실적을 점검하기 때문에 해당 법무담당관이 요령있게 작업성과를 구두로 보고하고 플로어의 질문과 의견을 취합 정리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각국 대표들은 민간투자법과 전자상거래 실무작업반을 담당한 호세 패리아(Jose Angelo Estrella Faria)에 대하여 내용이 알찬 보고서를 만든 노고를 빠짐 없이 치하했다. UNCITRAL 사무국에서도 단연코 돋보이는 실력이었다.
Korean flag in the VIC lobby 필자는 영어는 기본이고 프랑스어와 스페인어, 독일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30대 초반의 패리아 법무담당관에게 국적이 어디인지, 어떻게 준비하여 UNCITRAL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물어보았다. 놀랍게도 그는 브라질 태생이고 브라질에서 대학까지 마치고 독일에서 석사과정을 마쳤으며 뉴욕에서 실무에 종사하다가 여러 차례의 인터뷰를 거쳐 UN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UNCITRAL은 2003년 하반기에 새로 25개 회원국을 늘리고(아시아 지역은 7석 증원) 사무국의 법무담당관, 행정담당관도 3-4명 증원할 예정이다. 미국 로스쿨에 지원하는 젊은 로여들은 자신이 원하는 직장의 취업문호가 줄어든다고 걱정하기 전에 이같은 새로운 기회에 도전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분명한 목표를 세웠다면 그에 맞는 경력(career path)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기만 기다리지 않고 감꼭지를 딸 수 있는 길다란 막대기를 준비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제고하고 자신의 전문성을 살릴 줄 아는 젊은 남녀가 더욱 늘어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