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란 무엇인가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일어난 변화 중의 하나는 'IMF'(국제통화기금), 'IBRD'(국제부흥개발은행; 세계은행), 'BIS'(국제결제은행), 'P&A'(계약의 이전), 'ABS'(자산유동화)와 같이 영어 이니셜을 많이 쓰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어차피 우리나라가 세계화를 지향하고 국제기준(이것도 '글로벌 스탠더드'라 하는 것이다)을 따르기로 한 만큼 온 국민이 알아두어서 나쁠 것은 없다고 하겠다.

최근에는 'MOU'란 비교적 생소한 용어도 외래어 리스트에 추가되었다. 이른바 MOU라고 하는 것은 정식 계약 체결 전에 거래 당사자가 "양해각서"라는 이름으로 맺는 假계약과 같은 의미로 쓰이고 있다. 얼마 전 우리 정부가 공적 자금을 투입하여 회생시킨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을 외국 투자가에게 매각할 때에도 금융감독위원회는 각각 MOU를 체결한 바 있으며, 작금에도 대한생명의 마땅한 인수자가 나서면 우선 MOU부터 맺고 난 다음 정식 매매계약을 체결할 예정으로 있다. 정식 매매계약은 자산실사(due diligence)후 매매가격을 정산한 후에 하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은행들이 거래처와 업무협조 약정을 할 때에도 정식 계약보다는 부담 없어 보이는 MOU 형태를 선호하는 예가 많은 것 같다.

MOU의 정확한 의미

MOU란 'Memorandum of Understanding'의 약자인데, 본래 외교협상 과정에서 당사국이 조약 체결까지는 안가더라도 양국의 입장을 서로 확인하고 이를 준수하기로 하는 서면합의를 말하는 것이다. 이것이 사인간의 거래에 있어서도 본 계약을 체결할 단계는 아니지만 당사자 쌍방이 상호 이해 내지 양해한 바를 대강 기재하여 메모(각서) 형식으로 서로 교환하는 경우에 MOU 형태가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MOU와 관련하여 자주 대두되는 의문은 MOU가 법(규범)과 경제(실거래)의 언저리에 위치하는 관계로 어떠한 경우에 MOU를 체결하느냐, MOU에는 과연 법적인 효력이 있느냐, 다시 말해서 MOU로 약정한 사항을 지키지 않았을 때 책임을 지게 되느냐 하는 것이다.

실제 거래에서는 MOU 뿐만 아니라 'Memorandum'이나 'LOI'(Letter of Intent)라는 이름으로도 많이 사용된다. 후자는 은행의 경우 정식으로 여신승인이 나지는 않았지만 소정 기준에 부합될 경우 대출할 수 있다는 '대출의향서'와 비슷한 것이다. LOI는 말 그대로 일방적인 의사표시를 기재한 서면으로 M&A에 있어서 매수인이 얼마 가격에 당해 기업(또는 자산)을 매입할 의사가 있다는 확약서로 사용되고 있다.

MOU의 법적 성격을 검토함에 있어서 유의할 점은 이러한 법률문서는 그 명칭(title)이나 형식(form)이 아닌 실질적인 내용(substance)에 의하여 그 효력 여부를 따지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록 명칭은 MOU로 되어 있더라도 당사자간의 권리·의무나 작위·부작위의 약속을 하고 있다면 계약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MOU 말미에 "위의 사항을 승낙(수락)함"(Accepted and Agreed by …)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것만으로는 계약의 성립요건인 청약과 승낙을 갖추었다고 할 수 없다. 당사자의 의사가 표시되어 있는 본문을 살펴보아야 한다.

MOU의 법적 효력

당사자가 정식 계약으로 합의한 것이 아니라면 계약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또는 계약 해제 등의 효력은 발생하지 않는다. 더욱이 MOU는 영미 계약법상으로 約因(consideration)이 없는 경우가 많아 상대방의 의무위반이 있더라도 법원에 소를 제기하는 등 집행가능성(enforceability)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미국의 사기방지법(Statute of Frauds)에서는 高價의 물건(5백달러 이상), 動産(5천달러 이상)을 매매하거나 보증·혼인·부동산 거래 또는 계약상의 의무이행이 1년 이내에 끝나지 않는 거래는 반드시 서면으로(in writing) 의무를 지는 당사자가 서명을 하게 되어 있는 바, 당사자 또는 그 대리인이 노트나 메모 형태로 작성하더라도 일응 서면으로서 유효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MOU는 본 계약 체결 이전의 의사표명으로서 본 계약 체결을 위한 준비 또는 당사자의 협조사항을 규정 한 것에 불과하며 이는 법적인 의무가 아닌 상거래상의 도의적 의무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구체적인 케이스를 살펴본다면 당사자 일방이 대가성 수수료(이 경우에는 '對價'라는 의미의 consideration)를 청구한다든가, 의무위반시의 제재(remedy) 규정을 두는 것은 MOU 상으로는 허용되기 어렵다.

그러므로 MOU에는 정식 계약으로 오인될 수 있는 단순한 기준이 아닌 거래가격의 책정, 구체적인 작위·부작위 의무의 규정, 계약위반시의 구제수단 등을 기재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거래의 내용에 따라서는 본 계약 체결 이전이라도 교섭단계에 있어서의 지적재산권 보호, 비밀유지에 관한 사항을 약정할 필요가 있는데 이들 조항은 MOU보다는 정식으로 비밀유지 약정(confidentiality agreement)을 체결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러나 MOU에 있어서도 약정 기간을 정하거나 당사자 쌍방의 합의에 의하여 이를 종료시키기로 하는 것은 특별히 부담을 지우는 것이 아니므로 허용된다고 본다. 또한 MOU의 서명자도 양 당사자간의 협력관계를 돈독히 하는 점에서 고위 책임자가 하는 것이 좋겠지만 굳이 격식을 따지지 않는 편이 당해 거래가 우호적이고 비형식적임을 나타내는 것이 될 것이다.
(기업평가 19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