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SOC와 프로젝트 파이낸스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프로젝트 파이낸스가 북한의 사회간접자본(SOC)을 건설하기 위한 재원조달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프로젝트 파이낸스도 결국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제공하는 것인데, 이들이 차관공여에 대해서는 고개를 젓다가도 프로젝트 파이낸스로 이름만 바꾸면 OK할 것인지 의문스럽다.

프로젝트 파이낸스란 한 마디로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그 사업성이 좋으면 여기서 나오는 현금흐름만 보고 금융공여자가 자금을 대주는 금융방식을 말한다. 프로젝트 사업주(스폰서)가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게 아니라 프로젝트 회사(특수목적회사)가 차주가 되는 것이므로 사업주로서는 부채비율 등에 신경을 안쓰고 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 특히 공공성을 띤 대형 SOC 시설을 건설하는 경우에는 정부가 직접 사업을 수행하기 벅차므로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총사업비를 회수할 때까지 당해 시설을 관리운영하게 하는 이른바 건설-운영후 기부채납(BOT) 방식이 많이 이용된다.

철도, 항만, 발전소 등 북한의 SOC를 건설할 때 이 방식을 적용할 수 있으려면 프로젝트에서 나오는 현금흐름이 금융 공여기관에 갚아야 할 원리금을 지급하고도 남을 정도이고 위험이 분산되어야 한다. 과연 북한에는 안정된 수입이 보장되는 프로젝트가 얼마나 있을까. 서해공단이나 금강산철도 건설과 같이 남한 또는 외국인투자기업이 관여하는 사업이 아니고서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프로젝트 금융에 관한 발상의 전환

그렇다고 긴절한 수요가 예상되는 북한의 SOC 시설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므로 민간사업자로 하여금 SOC 시설을 서둘러 건설하게 하되, 그 사용료를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매년 조금씩 나누어 갚는 것이 좋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정부·지자체가 민간사업자에게 리스료를 물어가며 당해 시설을 장기간 이용(BLT)하는 셈이다. 이 방식은 정부가 공공시설의 일정한 표준만 정해주면 나머지는 민간사업자가 설계와 건설에서 자금조달, 관리운영까지 일괄 수행한다. 영국에서는 이를 "PFI"(Private Finance Initiative)라 하는데 1992년 메이저 정부 때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처음 도입한 이래 토니 블레어 노동당정권에서도 시행을 강화하여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다. 이를 본받아 일본에서도 작년 7월 'PFI법'(민간자금등의 활용에 의한 공공시설등의 정비등의 촉진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시행 중이다.

같은 프로젝트 금융기법이더라도 민간사업자가 주민들로부터 이용료를 징수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장기간에 걸쳐 이용료를 나누어 받는 것이므로 현금흐름이 확실해지고 리스크가 현저히 감소하게 된다. 북한 당국이 투자보장, 이중과세방지 등 협정을 체결하고 시설이용료를 지급할 수 있는 재원만 확보한다면 국내외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북한에서의 SOC 건설에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 나라는 1999년초 일본의 PFI법보다 뛰어난 민간투자법을 만들어 놓고도 민자유치를 통한 SOC 건설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공공부문의 패러다임이 전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공 서비스는 반드시 정부가 담당해야 한다는 생각부터 변해야 한다. 공무원은 민간사업자에게 더 이상 군림해서는 안되고 민간 서비스를 경제적으로 조달하는 고객(client)의 입장에 서야 한다. 국민의 세금을 최대한 가치있게 활용(영국 정부는 "Value for Money"라는 구호를 내걸었다)하기 위해 공공부문도 시장에서 민간기업과 경쟁을 벌이고 민간 서비스가 더 낫다면 당연히 이를 구입해야 한다. 그 결과 영국에서는 약간의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고속도로 건설은 물론 교도소 운영, 사회보험 등록 등에 있어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민간주도 방식의 성공조건

그러므로 영국의 사례를 거울삼아 북한에서 본격적인 SOC 건설수요가 일기 전에 우리 나라에 PFI 방식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음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한다면 실패할 염려도 없다. 그것은 PFI가 행정 시스템으로 뿌리를 내리기까지 관료제에 물들지 않은 민간전문가들이 개혁의 추진주체가 되어야 하며, 성공사례를 모아 다른 부처에서 본받을 수 있도록 표준화하고 문서화하는 한편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PFI 성공의 요체를 부단히 교육해야 한다는 점이다.

당장 우리 나라에 PFI 방식을 도입하더라도 기왕에 수립한 민간투자사업 기본계획을 바꿀 필요는 없다. 그 골격 아래서 민간사업자들이 주도적으로 사업계획 및 자금조달계획을 수립하고 건설, 운영을 책임지고 수행하되 정부·지자체는 장기간에 걸쳐 그 시설사용료를 지급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적은 비용으로 SOC를 건설할 수 있고, 재정부담을 수년간 분산시키는 효과도 있다.

요컨대 북한에서의 SOC 건설에 프로젝트 금융기법을 자신있게 제안하려면 현행 민자유치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민간사업자가 사업의 주도권을 갖게 하고 정부에서는 장기간에 걸쳐 일정 기준 이상의 수익성이 보장되는 사용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하면 된다. 차근차근 성공사례를 집적하다 보면 자연히 북한에서도 한 수 가르쳐달라고 나올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우리가 먼저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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