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유역의 相生조건

오랜 우여곡절 끝에 환경단체들이 반대해 온 영월댐(동강댐) 건설계획, 제주도 송악산 개발계획이 백지화되었다. 이를 놓고 언론에서 환경보호운동이 승리한 것이라고 대서특필하였으나, 공영 TV에서 소개한 동강댐 수몰예정지역(특히 가수리 마을) 주민의 반응은 일반국민의 정서와는 큰 차이가 있었다. 왜냐하면 이 지역주민들은 백지화 방침이 발표된 그 다음날 환경단체를 찾아가 '사람이 있고 환경이 있는 것 아니냐'며 격렬한 항의시위를 벌였기 때문이다.

동강 마을주민의 절규

그들의 속사정을 들어보면 참 딱하다는 생각을 아니할 수 없다. 도회지 사람이야 동강의 경치를 어쩌다 한 번 보고 감탄하는 것이겠지만 그 유역에서 대대로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심드렁한 것이다. 유량이 적은 겨울철에만 섶으로 다리를 만들어 놓는 '섶다리'가 단적인 예라 하겠다. 사진으로도 널리 소개된 섶다리는 아주 정취 있는 토속적인 다리이지만, 현지 주민들에게는 수몰예정지역이라서 견고한 콩크리트 다리를 건설하지 못하고 멀리 돌아다녀야 하는 불편을 덜려고 어쩔 수 없이 해마다 힘들여 만드는 임시방편용 다리에 불과한 것이다.

가수리 마을 주민들은 댐 건설계획이 발표되자 천 년 이상 대대로 내려온 마을을 떠나야 하기 때문에 이에 '반대'했었다. 그러나 보상금을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과수도 심고 특용작물을 재배하는 척하다 결국 빚더미에 올라앉게 되어 한시라도 빨리 보상금을 받고 이 곳을 떠나고자 '찬성'으로 돌아섰던 것이다. 동강댐 건설을 놓고 몇 년째 논란을 거듭하는 동안 고리대 빚만 떠안게 된 주민들이 "우리가 동강의 비오리나 어름치보다 못한 존재인가" 절규하는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동강 마을 주민들은 모두가 감탄하는 비경의 동강 유역에 사는 죄밖에 없다. 그들이 꾀를 내어 과수를 재배하는 척한 것을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 있을지언정 수몰예정 지역이라고 저리의 영농자금지원은 봉쇄한 채 쓸 데 없이 빚만 지게 만든 것이므로 '정책적'으로 해결해주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동강 유역의 비경도 오래 보존하면서 지역주민들의 빚부담을 원상회복해 줄 수 있는 상생(相生)의 해결방안은 없는 것일까.

해결방안의 모색

첫째는 정부당국이 [자연공원법]에 의거하여 동강 유역을 국립공원 또는 도립공원으로 지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댐건설계획을 백지화한 것일 뿐 이를 자연공원으로 한다는 방침은 정해지지 않았으므로 이를 당장 기대하기는 무리일 것이다.

둘째는 현재 일부 시민단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공동대표 고은·김상원)이 해결방안으로 대두된다. 내셔널 트러스트란 19세기에 영국에서 시작된 국민자연신탁운동으로 국민들의 기부금으로 신탁기금을 만들고 이를 재원으로 해당토지를 매입하여 훼손 우려가 있는 자연환경을 보존하는 일을 한다. 내셔널 트러스트 한국지부에서는 동강을 자연신탁운동의 10번째 후보지로 정하고 50억원을 모금하여 주변땅 10만평을 매입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셋째는 환경단체들이 '더불어 살기'의 본을 보여 비영리 공익사업법인인 "동강 생태보존협회"(가칭)를 구성하고 내셔널 트러스트 이상으로 그 사업범위를 확장하는 것이다. 동강 유역의 지주들로부터 토지를 매입하고 토지소작인들에게는 계속적인 경작을 허용하되 부채를 탕감해주는 것이다. 재원조달이 가장 큰 문제이므로 안정된 현금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동강 생태보존 취지에 찬동하는 시민과 기관들의 후원금을 받아(기부금품모집규제법 4조2항4호) 투자펀드를 조성한다. 이와 동시에 동강 일대의 난개발과 관광객 급증에 따른 환경훼손 방지를 위해 협회 소유지에서는 관광 코스 및 방법(예: 캠핑, 낚시, 래프팅)을 제한하고 입장객 수를 조절하기 위한 이용료를 징수한다.

자산유동화 기법의 활용

현금흐름이 어느 정도 예측가능할 경우에는 자산유동화(ABS) 기법을 활용해도 될 것이다. 기금 목표액을 정하고 이를 유동화증권으로 발행할 때 선순위/후순위채로 나누어, 선순위채는 일반투자자들에게 회사채처럼 매각하여 자금을 조달하고(고수익을 원하는 지주에 대해서는 토지대금조로 채권을 교부할 수 있을 것이다), 후순위채는 10년 이상 장기 저리로 발행하여 다수의 회원과 찬조기관, 외국의 환경단체들에게 인수시키는 것이다. 외국에서도 공익사업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후원자들의 기부금을 가지고 유동화증권을 발행한 사례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당국의 지원이 불가피한 바, 동강 일대의 국·공유지를 협회의 생태보존 활동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협회에 무상으로 빌려주고(국유재산법 26조3호), 비영리 공익사업의 테두리 안에서 관광객들로부터 수익자부담 원칙에 입각하여 입장료를 징수할 수 있도록 해줄 필요가 있다. 또 협회가 토지를 원활히 매입할 수 있게 지가의 급등을 억제하는 한편 이것이 공익사업인 점을 고려하여 등록세 등의 세금을 감면해준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상과 같이 정부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 민간단체가 자발적으로 환경보호에 나선다면 이는 국내 NGO 활동의 신기원을 이룩하는 것이다. 나아가 장차 통일이 되었을 때 북한 지역의 환경보호에 있어서도 풀뿌리 민간단체가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본보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