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랜드 박사의 對北觀

지난 12월 11일 아침 국가경영전략연구원(원장 韓利憲) 주최로 美 국제경제연구소(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의 선임연구위원인 마커스 놀랜드 박사 초청 강연회가 열렸다. 주제는 "정상회담 이후 南北經協의 전망"이었는데, 놀랜드 박사가 포항제철의 펠로우십을 받아 하와이대학 동서문화연구소에서 연구 발표한 "南·北韓 經濟協力 및 統合 展望"(The Two Koreas: Prospects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Integration, 2000.11.)을 요약 발표하는 형식이 되었다.

놀랜드 박사는 한국도 잘 알고 북한 문제를 다년간 연구해 온 미국의 동아시아 전문가로서 금년에도 [破局을 피하는 남·북한의 장래](Avoiding The Apocalypse: The Future of the Two Korea)라는 저서를 출판하는 등 한반도 통일문제에 관하여 왕성한 연구·저술활동을 벌이고 있다. 놀랜드 박사가 강연을 한 날은 마침 부시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유력시되는 시점이어서 향후 미국의 한반도 외교정책이 참석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이날 그의 강연은 미국의 對北政策에 영향을 미치는 그의 위상으로 보나, 마침 주한 미 상공회의소(AMCHAM) 회원사들의 북한 방문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한반도 통일에 대한 미국의 시각을 엿볼 수 있었기에 본란에 소개하는 것도 의의가 있다고 본다.

南北經協의 향후 전망

北韓은 지난 반세기 동안 社會主義 이념과 主體思想을 고수해 왔으나, 금년 6월 金大中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對外開放이 진전되지 않겠는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는 지난 10여년간 북한 경제가 피폐할 대로 피폐하여 주민들이 기아선상에서 허덕이고 혹심한 물자부족에 시달려온 데 따른 개선욕구의 발로라 생각된다. 北韓當局도 마침내 自給自足 經濟의 한계를 깨닫게 된 것이다.

반면 南韓은 1997년 말 외환·금융위기를 겪고 난 이래 經濟改革과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있다. 이는 政治的으로 장기간 군사독재 지배 하에 있었고, 정부가 경제에 깊이 관여해온 業報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경제운용 면에 있어서는 정부가 개입하기보다는 開放經濟체제 하에서 市場原理에 맡기는 작업을 꾸준히 벌이고 있다.

북한은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미사일 등 군사무기의 수출을 통한 外貨벌이에 나섰으나 자본주의 국가의 경제원조를 받는 것은 극력 회피하고 있다. 體制유지상 정보의 자유로운 교환이나 자유로운 경제활동은 여전히 금기시되고 있으며, 南北交流의 확대에 대해서도 종전의 敵對感情(old animosities)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년 6월의 南北頂上會談을 계기로 南北和解와 統一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南側이 대북 포용정책을 통하여 경제적 지원과 각방면의 교류협력을 적극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北側도 종전의 경직된 태도를 누그러뜨리고 궁극적으로는 홍콩식 一國兩制(one country, two systems) 모델을 고려하고 있는 듯하다.

요컨대 南韓의 對北 투자전략은 정부가 직접 개입하여 투자를 종용하는 것보다는 세제상의 혜택을 부여하는 등의 방법으로 民間部門이 자율적으로 북한지역에 진출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도 좀 더 융통성을 발휘하여 남측의 경협 제의를 받아들인다면 남한 기업의 對北進出은 보다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놀랜드 박사의 經濟統合 효과 분석

놀랜드 박사는 북한의 정세에 관하여 평소의 持論대로 김정일 체제가 그럭저럭 유지되어가지 않겠느냐(muddling through)고 말했다. 놀랜드 박사는 수년 전부터 한반도 통일에 있어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된다고 주장하고, 이를 입증하기 위해 한국경제의 통합모델(Korean-economy Integration Model)을 만들었다. 이것은 오차가 많은 부정확한 데이터를 가지고 컴퓨터로 데이터 조합을 구성하는 計量式 일반균형 모형(Computational General Equilibrium Model)으로서 경제구조와 경제정책의 조합을 변경하였을 때의 경제변수의 값 변화를 비교하여 정책효과를 분석하는 첨단 계량분석기법이다.

북한 경제에 관한 데이터는 불완전하고 부정확하지만 시뮬레이션 모델에 투입하여 신빙성있는 데이터 조합으로 조정한 후 단계별로 경제통합 시나리오를 분석하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남·북한이 자본과 기술의 이전 없이 상품교역만 자유화했을 때에는 북한 주민들이 값이 싸도 조악한 북한 제품을 쓰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북한 생산설비(자본 스톡)의 3분의 2가 폐기처분되어 버리고 근로자의 임금수준도 급격히 하락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가장 바람직한 것은 남한으로부터 적극적으로 자본과 기술, 새로운 경영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정진호, "북한 발전 극대화로 남한 부담 최소화: 공동번영을 위한 단계적 통일전략", 전경련 IMI연구보고 2000-1).

놀랜드 박사는 여러 체제전환국들의 사례에 비추어 북한이 시장경제체제로 순조롭게 전환(transition)되어 가려면 다음 세 가지의 조건을 충족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것은 체제전환을 시작할 때의 巨視經濟變數가 안정적일 것, 공산화되기 전의 商事法 시스템(functioning commercial legal system)이 제대로 기능할 것, 그리고 노동집약적인 農業의 비중이 클 것 등의 특이한 요건(idiosyncratic factor)이라고 하였다. 그는 북한은 앞의 두 가지는 미흡하지만 세 번째 요건은 갖추었다고 본다(1993년 북한의 농업 비중은 33%로 나타남)고 말했다. 따라서 東歐 국가들처럼 급진적인 개혁(big-bang approach)보다는 중국이나 베트남식의 점진적인 개혁(Asian gradual approach)이 바람직해 보이지만, 북한 국영기업의 난맥상과 분단상황 하에서의 이념적 갈등은 그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전제를 받아들인다 해도 놀랜드 박사의 전망에는 하나의 假定이 깔려 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것은 미국의 이스태블리시먼트를 대변하는 씽크탱크 소속원으로서 남·북한이 급격하게 통일되는 것은 바라지 않으며, 북한이 미국을 자극하는 미사일 수출, 핵무기 개발에만 나서지 않는다면 金正日 체제가 무너지지 않도록 뒤를 봐준다는 암시나 다름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