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기구의 컨셉과 제도화

지금 국내 금융기관들은 한결같이 부실채권의 처리에 부심하고 있다. IMF 위기 직후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부실채권의 성업공사(현 자산관리공사)앞 대량 매각으로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맞았으나, 다시 대우사태라는 삼각파도를 만나 많은 금융기관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조정을 직접·간접으로 지원하면서 외국계 컨설팅 회사들은 여러 가지 새로운 컨셉을 우리들에게 소개하였다. 이를테면 ABC順으로 AMC, CRC, CRF, CRV, SPV, VF와 같은 것들인데, 일부는 법제화되기도 하였으나 아직도 많은 개념들이 생소한 영문 이니셜로 쓰이고 있어 우리의 머리와 귀를 어지럽게 하고 있다.

이러한 컨셉은 경제적 필요에 의하여 고안되었지만 法制上으로 뒷받침이 되어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그 뜻풀이와 함께 간단한 법적 성격을 알아보기로 하자.

構造調整을 위한 특수기구

우선 AMC(asset management company)는 부실채권의 관리·처분을 전문으로 하는 자산관리회사를 말한다. 자산보유자가 실체가 없는 페이퍼 컴퍼니이거나 한시적인 기구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실제 자산의 관리·운용을 전담케 하기 위하여 설립하는 예가 많다. 현행 증권투자회사법에 의하면 증권투자회사(mutual fund)의 위탁을 받아 자산운용업무를 수행하려면 금융감독위원회에 등록하여야 하며(증권투자회사법 33조), 다른 업무의 겸영이 금지된다(동법 34조).

다음 CRC(corporate restructuring corporation)는 구조조정전문회사를 가리킨다. 위에서 말한 AMC를 産業發展法상의 구조조정전문회사(株式會社 형태)로 하여 산업자원부에 등록할 경우에는 각종 행정·세제상의 특혜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즉, 租稅特例制限法상 조세감면의 혜택을 받아(동법 55조, 117조1항) 효율적으로 부실자산 처분할 수 있다. 다만, 산업발전법시행령 9조1항에 의거 설립자본금은 3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그 다음으로 CRF(corporate restructuring fund)는 기업구조조정 증권투자회사의 다른 이름이다. 다시 말해서 기업구조조정을 목적으로 주로 유가증권에 투자하는 회사형 투자신탁(mutual fund)을 의미한다. 증권투자회사법에 의하여 설립되는 주식회사이지만 직원을 둘 수 없는 페이퍼 컴퍼니이므로 따로 자산운용회사, 일반사무수탁회사, 자산보관회사를 두어야 한다. 현행 증권투자회사법상 CRF는 폐쇄형(closed-end type)으로서 자산의 50% 이상을 5대 기업집단을 제외한 중소·중견기업이 발행하는 유가증권에 투자하여야 한다(동법 78조, 동시행령 36조).

VF(vulture fund)는 CRF 중에서도 경영상의 어려움에 처해 있거나 부도가 난 기업의 자산, 유가증권을 헐값에 사들여 직접 정상화시키거나 상황이 호전되기를 기다려 기업공개, 매각 등을 통해 차익을 내는 펀드를 말한다. 산업발전법에 의하여 산자부에 등록된 CRC의 기업구조조정조합(동법 15조, 동시행령 12-14조)이 벌처 펀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요즘 기업개선작업(work-out) 중에 있는 대우그룹 채권의 처리와 관련하여 금융기관들이 거론하고 있는 CRV(corporate restructuring vehicle)는 기업구조조정기구를 의미한다. 구조조정 대상기업의 부채구조가 복잡한 경우에 채권단 주도로 CRV를 설립하고 채권단이 출자전환한 주식과 부실채권을 여기에 현물출자하는 것이다. 'Vehicle'이란 말 그대로 기구, 용기란 뜻을 갖기 때문에 대상 자산을 직접 관리·처분할 수도 있고, 아니면 펀드 형태로 AMC를 통하여 운용할 수도 있다.

끝으로 SPV(special purpose vehicle)는 특수목적기구를 말한다. 통상 非遡求金融(non-recourse financing) 등의 특수한 목적을 위하여 설립된 회사·조합·신탁으로서 실체가 없는 경우가 많아, 예컨대 資産流動化에 관한 法律에 의하여 설립되는 SPV는 최소자본금 1천만원의 有限會社이지만 직원을 둘 수 없는 페이퍼 컴퍼니이므로 자산관리자(servicer)의 존재를 필요로 한다.

法制化時의 고려 사항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CRC, CRF, VF, SPV는 이미 법제화되어 세제상의 혜택도 주어지고 있으나, AMC나 CRV는 당국자와 해당 채권금융기관이 어떠한 그림을 그리느냐에 따라 그 내용이 달라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하여 그 구체적인 법률관계와 운용 조건을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 관리대상이 무엇인가. 주식, 채권과 같은 유가증권인가, 아니면 공장, 기계·기구, 재고자산 등 구체적인 기업자산인가.
- 대상자산에서 창출되는 현금흐름은 어느 정도의 수준인가. 대상자산에 투입된 비용을 커버할 수 있는 정도(debt service coverage ratio: DSCR=1.0 이상)의 수익이 발생하는가.
- 대상자산 관리의 툴은 대출·보증 등의 금융수단인가, 아니면 직원 파견, 자산매각과 같이 구체적인 관리·처분을 요하는가.
- 자산관리에 전문인력을 얼마나 투입할 수 있는가. 경험이 있는 전문경영인에게 자산관리를 위탁할 수 있는가.

만일 대상자산의 현금흐름이 안정적이거나 증권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면 유가증권을 매개로 한 구조조정이 용이할 것이다. 그러나 현금흐름은 좋지 않더라도 위에서 언급한 資源이 비교적 풍부하다면 직접 관리·운영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세제상의 특례 지원은 그 득실 효과를 따져가며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기업평가 2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