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방조제에서 보이는 것

지금 부안에서는 대형 국책사업의 추진 여부를 둘러싼 찬반 양론이 연일 물끓듯하고 있다. 주민들은 하나에 대해서는 '찬성'하고 다른 하나에 대해서는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전자는 한여름철 성직자들의 3보1배 행진과 법원의 공사중지 가처분 결정으로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새만금* 간척 사업이고, 후자는 흥분한 주민들이 자기네가 뽑은 군수를 폭행할 정도로 악화된 위도 원전수거물 관리센터 건설사업이다.

몇 십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초대형 프로젝트가 한 고장에서 동시에 시행되면서 찬반 논쟁이 전국적으로 아니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요즘 부안 시내는 원전 수거물 처리장 건설에 반대하는 "핵 폐기장 결사 반대" 구호를 적은 노란 깃발이 거리고 아파트고 자동차를 불문하고 온통 물결을 이루고 있다.

새만금 방조제 공사현장에서

여름도 거의 끝나가는 8월 말 현장의 모습을 확인하고 싶어서 클럽 회원들**과 함께 새만금 방조제 공사현장을 다녀왔다. 비가 조금씩 내리던 날 새마을호를 타고 김제시에서 내려 일행과 함께 렌트카로 현장을 돌아보았다. 변산반도 쪽 방조제 초입에는 새만금 간척사업 전시관이 설치되어 다양한 멀티미디어 자료를 가지고 방문객들의 이해를 돕고 있었다.

현장에 가서 보니 새만금 방조제의 성격이 그 동안 여러 차례 변질되어 왔음을 알 수 있었다. 1980년대 말부터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등 大選 후보들의 지역민심을 얻기 위해 공약한 대규모 공공사업으로 추진되다가, 1990년대에는 농지확장을 통한 식량증산을 목적으로, 최근 들어서는 환경단체, 종교단체 등의 반대에 부딪히자 환경친화적 순차적 개발사업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 만큼 우리 정치·사회가 동일한 사업을 놓고 여러 각도에서 접근하리 만치 급속도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총 연장 33km 중에서 2.7km밖에 남지 않은 방조제 공사를 계속할 것인지 여부를 둘러싸고 갯벌을 살려야 한다는 환경논쟁, 공사 후에도 시화호 이상으로 수질보전이 가능할 것인가 하는 법리논쟁을 짧은 시간에 다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공사를 중단했을 때의 경제적 손실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도 적잖은 문제가 될 것이다.

부안 출신이라는 농업기반공사의 현장 직원(안홍용 부장)의 친절한 브리핑을 듣고 나와 우리는 방조제 포장도로를 달리면서 바다로 뻗쳐나간 이 길이 황해 바다를 건너 중국 대륙으로 연결되리라는 환상에 젖어들었다. 사실 방조제 위의 자동차도로는 군산 임해공단과 연결되어 훌륭한 물류 수송로가 되고 충청과 호남을 아우르는 관광 루트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일반인들이 출입할 수 있는 지점까지 간 다음 우리는 차에서 내렸다. 밖에는 해풍이 살랑거리는 가운데 빗방울이 조금씩 뿌리고 있었다. 저 멀리 공사 현장에서는 미완성 방조제가 조류에 씻겨 나가지 않도록 포크레인이 고개짓을 하며 작업을 하고 있었다. 우리 알바트로스 클럽 회원들은 방조제 양쪽으로 펼쳐진 바다를 둘러보며 각자의 생각을 교환하였다.

의견은 의외로 쉽게 모아졌다. 그것은 공사를 여기서 중단하면 죽도 밥도 안 된다는 것(아이러니칼하게도 새만금 전시관 바로 앞에는 변산의 명물 바지락죽밥, 대합죽밥을 하는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이처럼 환경단체들이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고 있는데 시공사가 제2의 시화호로 만들지는 못하리라는 것, 마무리 공사는 환경을 최대한 개선·보존할 수 있는 공법과 시설 중심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것, 그러자면 추가로 상당한 공사비가 소요되겠지만 이 일대에 환경보존 테마파크를 조성함으로써 회수할 수 있으리라는 것, 국제적으로 주목을 끌었던 만큼 외국 관광객도 많이 유치할 수 있으리라는 것, 무엇보다도 새만금 방조제에 그치지 말고 이 지역을 기점으로 첨단농업이든, 관광산업이든, 물류사업이든 날로 활기를 띠고 있는 중국 경제권과의 연결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 등의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었다.

중국 대륙을 향하여

이때 한 원로 교수님이 방조제를 중국 산동 반도까지 연결해야 한다고 농담 비슷한 말씀을 하셨다.
중국을 찾는 관광객이면 누구나 방문하고 싶어하는 중국의 만리장성도 환경보호론자들은 당연히 결사 반대했을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세계적인 관광도시인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도 갯벌 위에 건설된 도시라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므로 새만금은 방조제로 끝내지 말고 지정학적으로 한반도를 중국 대륙하고 연결하는 핵심 포인트로 활용해야 한다는 그랜드 비젼에 우리 모두가 공감하였다.

방조제 양쪽으로 펼쳐진 바다 앞에 서서 우리는 잠시 숙연한 기분이 들었다. 한국인들이 이와 같이 엄청난 공사를 시작한 만큼 하루 속히 마무리짓고 앞으로는 겸허한 자세로 자연의 영역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누구나 이곳에서, 그것이 환경보존이든 첨단농업이든 대륙진출사업이든, 연구하고 실천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였다. 방조제 공사를 여기서 중단해서는 안 되고 세계에서 모범적인 환경친화적인 간척사업을 시행한다면 88 올림픽과 2002 월드컵에 이어 다시 한 번 한국민의 우수성과 도전정신을 세계에 과시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되었다.

*  "새만금"이란 새로운 만경 평야와 김제 평야가 펼쳐진다는 뜻의 약어임
** 알바트로스 클럽 회원인 김인회 연세대 명예교수, 진덕규 여화여대 명예교수, 윤여덕 서강대 사회과학대학장, 김동수 경희대 교수, 박훤일 경희대 교수, 서승교 신한은행 무역센터지점장 등 6명이 현장을 방문하였다. 홈페이지는 http://www.clubalbatro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