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 인프라는 철도 중심으로

[최근 지리산 계곡에 댐을 건설하여 경남 지역의 식수원으로 사용한다는 당국의 계획이 환경단체와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부산 시민들이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청정 수도원을 확보하는 것도 시급한 문제지만, 자연은 한 번 훼손하면 여간해서는 회복할 수 없는 것이기에 동강댐 못지 않게 심사숙고하여 결정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고소를 금치 못하는 것은 박정희 정권 때에는 지하수 개발에 법석을 떨고 管井관리에 소홀한 군수는 여지없이 목이 달아났는데, 요즘은 끄떡하면 댐을 막아 '물' 문제를 해결하려는 발상이 정부에 만연해 있다는 점이다. 70년대에 다목적댐의 이점을 몰랐을 리 없고, 공학기술이 발달한 요즘에도 다른 대안이 얼마든지 있을 법한데 오직 한 가지 방안을 밀어붙이는 행정당국의 편의주의적 발상이 섬뜩하기조차 하다.]

지금 [지리산뿐만 아니라] 백두대간의 명산들이 마구잡이로 파헤쳐지고 있다. 국토개발의 목적도 있지만 생활의 여유를 찾아 레저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워낙 늘어나 전국 방방곡곡이 관광지, 골프장으로 난개발되는 것이 주된 요인이라 한다. 세수증대에 혈안이 된 지자체들이 이를 방관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하기야 내 차를 가진 시민이 가벼운 마음으로 명승지를 찾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지만 도로, 숙박시설 등의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현지에서는 교통난, 숙박난, 바가지 요금이 기승을 부릴 게 뻔하다.

어찌 보면 이에 대한 해결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내 차를 몰고 오는 사람에게는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입장료/주차료를 받는 한편 많은 사람이 편리하고 값싼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게 하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상 가까이 올라가는 輕철도, 로프웨이, 케이블카가 효율적인 대안이라고 생각된다.

[융프라우 등산철도의 경우]

해외여행을 많이 다녀본 사람 치고 스위스의 융프라우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얼마나 우리 관광객이 많으면 융프라우요흐까지 올라가는 등산철도에서 한국어로 안내방송을 다 해줄까! 스위스는 어느 곳이나 그림엽서처럼 아름답지만 해발 3천5백여m의 융프라우 산등성이까지 매년 관광객을 50만명 이상 끌어들이는 비결은 등산철도임에 틀림없다. 일부 할인혜택도 있지만 1인당 왕복요금(1개월 유효)이 159 스위스프랑으로 10만원이 넘는 돈이니 결코 싼 것도 아니다.

이곳에 등산철도가 부설되지 않았더라면 이처럼 많은 관광객들이 손쉽게 융프라우요흐에 오를 생각을 하였을까? 일부 등산객이나 열성 스키어 외에는 자동차가 올라갈 수 있는 중턱까지 가서 복작대고 있을 것이다. 이리저리 도로를 내고 주차장을 만든다고 천연 목초지가 얼마나 훼손되었을지는 명약관화한 일이다.

[스위스에서는 산세가 험한 대신 수력발전이 풍부하여 이미 1880년대부터 전력을 이용한 등산철도가 곳곳에 건설되고 있었다. 융프라우 철도의 경우 '아돌프 가이어-젤러'라는 탁월한 사업가·정치가가 1894년 아이거-융프라우 산밑으로 터널을 뚫는 철도사업 계획을 승인 받았다. 비록 공사기간은 두 배 이상 늘어난 16년, 총사업비도 예상을 50% 초과한 1천5백만 프랑이 들었지만 융프라우 철도가 성공적이었음은 오늘날 이곳을 찾는 세계 각국의 수많은 관광객들에 의해 입증되고 있다.]

당시의 철도건설 계획이 얼마나 빈틈없었나 하는 것은, 예를 들어 내려오는 열차에서 발생하는 전력을 상행열차에 공급함으로써 절전율을 20%까지 높였다거나, 철도의 종점에 관광객을 위한 전망대와 천체·기상·지질 관측소를 세워 철도역의 이용가치를 배가시켰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자연훼손을 최소화한 관광철도 건설

이웃 나라 일본에도 우리가 부러워할 만한 관광명소가 있다. 도쿄에서 로맨스카(열차 이름)로 1시간 반이면 갈 수 있는 하코네(箱根)가 바로 그곳이다. 유황연기가 피어오르는 소운잔(早雲山)이야 그리 높은 산도 아니지만 자연훼손을 최소화하면서 많은 관광객들을 유치할 수 있도록 아시노코(芦ノ湖)의 유람선→소운잔행 로프웨이(우리 식 케이블카)→고라(强羅)행 케이블카(인클라인 철도) 등 갖가지 교통수단을 마련해 놓았다.

중요한 것은 자동차도로를 제한해 놓았으니 사람들이 제각기 돌아다니며 산하를 더럽히지도 않고, 1인당 10만원이나 하는 티켓을 끊어 지정된 장소에서만 구경다니다가 하산한다는 점이다. 더욱이 이러한 교통 인프라 위에 많은 독지가, 사업가들이 하코네 주변에 미술관, 박물관, 온천장을 만들어 놓아 관광객들이 예술적 만족감을 느끼면서 푹 쉴 수 있게 배려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 나라에는 거의 완벽한 '민간투자법'이 제정되어 있고, 철도의 건설·운영에 있어서도 이미 1백년이 넘었다. 문제는 융프라우, 하코네 같은 외국의 사례를 지리산, 설악산 등지에 적용해보는 것이다. 민간사업자가 엄두를 못낸다면 중앙정부·지자체가 민-관 파트너십을 구성하여 지형에 적합하게 경철도, 케이블카를 다채롭게 건설하면 된다.

[북한의 관광지 개발에 있어서도 자동차도로가 아니라 철도 중심으로 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민관광 시대에 설악산 국립공원에 비싼 입장료를 내고 대청봉은 커녕 비선대까지도 올라갈 생각을 못하는 노약자·장애인들이 권금성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몇 시간씩 줄 서있는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 [ ] 안은 지면관계로 신문에 실리지 못한 원고부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