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산업에 눈을 돌리자

7월 초 국제회의 참석 차 오스트리아에 갔을 때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며 걱정이 앞섰다. 인터넷을 통해 접한 한국의 사태 - 철도파업 등 노사분규, 동계올림픽 후보지 탈락에 따른 국민적 충격 등이 한국에 있을 때보다 심각하게 느껴졌다.
비엔나야 원래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지만 회의 도중에 주말을 이용해 헝가리의 부다페스트까지 다녀온 뒤 최근 북핵 문제와 SARS 여파로 위기를 맞고 있는 우리나라의 관광산업에 대해 여러 모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안전한 관광, 경제적인 관광

헝가리는 구소련 위성국으로는 제일 먼저 민주화, 시장경제 체제전환이 이루어졌고 과거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쌍둥이 수도로서 역사적인 관광명소가 많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막상 1박 2일로 관광을 하는 동안 여러 가지 볼거리와 친절한 관광 가이드, 비교적 싼 물가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부다페스트에 몰려든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 틈에서 우리나라도 외국 관광객들을 많이 유치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곰곰 생각해보았다.

첫째로 관광객들로 하여금 편하고 안전하게 경제적으로 여행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게 하여야 한다. 필자의 경우 열차가 부다페스트에 당도할 즈음 관광 도우미가 객실로 찾아다니면서 외국 관광객들에게 무료로 지도를 나눠주고 문의사항에 친절하게 답변해주는 것을 보고 일말의 불안감이 가시는 것을 느꼈다. 우리나라도 인천 국제공항의 경우 시내로 들어가는 요령, 숙소 예약, 환전 등을 안내해주는 인포메이션 포스터를 눈에 잘 띄게 게시하고, 관광안내 도우미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단체 관광객이야 여행사에서 안내를 할 터이지만, 외국 관광객의 과반수가 넘는 개별 관광객이나 에어텔(항공편과 숙소만 예약하고 나머지 일정은 자유롭게 여행) 여행자에 대해서는 1박 2일 또는 2박 3일 기준으로 표준화된 관광안내를 해줄 필요가 있다. 필자의 경우 여행안내 책자나 인터넷 자료실을 통해서 必見의 코스는 미리 메모해두고 차질 없이 부다페스트 관광을 마칠 수 있었다. 한국관광공사의 홈페이지를 보면 각국 언어로 테마관광 코스를 안내하고 있지만 여러 개 나열해놓은 것만 가지고는 짧은 시간에 다녀가는 여행자들한테 실효가 있을지 의문이다. 그리고 정부기관의 관광홍보 자료보다는 일반 여행자들의 입소문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이를테면 고궁/박물관, 불고기/김치/삼계탕, 한강유람선, 남대문/동대문/명동시장, 찜질방, 월드컵경기장/국기원 등을 한나절에서 이틀 사이에 돌아볼 수 있도록 가장 효율적인 동선에 따라 안내를 하고 여유 있는 관광객들에 대해서는 과천/잠실/용인의 테마파크와 민속촌, 설악산, DMZ, 제주도까지도 다녀볼 수 있게 하면 좋을 것이다.

둘째로 한국에서 경제 발전상을 실감할 수 있는 체험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관련업체의 협조를 얻어 무료로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하게 한다든가, 디지털 즉석사진을 찍어보게 하는 등 한국의 정보기술(IT)과 디지털 문화를 체험할 수 있게 한다면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여기서 빠질 수 없는 것이 프리패스 카드(가칭 "HiSeoul Card")를 도입하는 일이다. 부다페스트의 경우 48시간 동안 지하철, 전차, 버스 등 모든 대중교통수단을 제한 없이 이용하고 박물관도 무료 입장할 수 있는 "부다페스트 카드"를 관광객들에게 약 2만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카드 한 장으로 지하철과 버스를 타보게 하고 할인된 요금으로 국제전화까지 걸 수 있게 한다면 한국의 IT수준에 놀라운 인상을 품게 될 것이다.

노사분규 없는 관광산업

그 다음에는 여행객들이 한국에서 의사소통의 불편을 호소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제행사 때마다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으로 이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관광객이 상시 통역을 부르는 SOS 카드를 지급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아시안게임 등 국제행사 때마다 사단법인 한국BBB운동의 회원들이 휴대폰 통역 봉사활동을 펴고 있음). 그래서 위급한 상황에 닥쳤을 때 주변의 친절한 한국 사람에게 SOS 카드를 제시하고 도움을 청하면 외국어를 잘 모르더라도 누구나 갖고 있는 핸드폰으로 어느 나라 말이든지 최소한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통역을 불러줄 것이다. 나아가 외국 손님이 많이 찾는 제주도 및 영종도에서는 실리를 취하여 영어를 공용어로 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위와 같은 시책이 장·단기적으로 시행된다면 작년의 월드컵 개최와 4강 진출, 금년의 평창 동계올림픽 후보지 선정 추진 등으로 제고된 한국의 이미지를 관광객 유치로 연결할 수 있을 것이다.
관광산업은 굴뚝 없이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고, 무엇보다도 노사분규에 신경 쓸 필요가 없으며, 한국에 호감을 갖게 된 관광객을 한국제품에 대한 잠재적인 수요자로 만드는 이점이 있다. 현재 논란이 비등하고 있는 새만금 간척지 공사현장도 환경체험 학습장으로 관광자원화할 수 있을 것이다. 부다페스트에는 과거 공산정권에서 만들어 세웠던 각종 이념적인 조각상을 한 데 모아놓은 조각공원이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