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자의 경제적 효과

최근 시민단체들이 연합하여 벌이고 있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낙선·낙천운동이 큰 논란을 빚고 있다. 이들의 활동이 4·13 총선에서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해당 국회의원을 떨어뜨려야 할 이유 중에 지난 2년간 국회에 계류되었던 [부정부패방지법안]의 통과에 소극적이었다는 죄목(?)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의원들의 생각과는 달리 시민단체의 입장에서는 부정부패방지법에 국민들에게 이익이 되는 무슨 마법의 조항이라도 있는지 궁금하다.

부패방지법 통과의 보류

사실 김대중 대통령은 부패방지법의 제정을 선거공약으로 내걸었고 작년 여름에는 대통령 자문기구인 [반부패특별위원회]까지 설치한 터이다. 그런데 무슨 껄끄러운 조항이 들어 있기에 국회의원들이 법안 통과를 주저하였던 것일까. 그것은 이 법안에 포함된 '상설 특별검사제의 도입과 내부고발자의 보호'가 贊反 양론이 많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공직자가 직무상 알게 된 비리를 고발하지 않아도 형사처벌 받게 되어 있었다.

우리 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내부고발자가 '고자질이나 일삼는 小人輩', '背信者'로 백안시되어 왔다. 조선 왕조의 死六臣 사건에서 보았듯이 '君師父 一體'라는 유교적 전통이 강한 우리 사회에서는 자기가 몸담고 있는 조직이나 상사·동료의 비리를 외부에 고발하는 것이 反倫理的인 행위로 비난받기조차 하였다.

일부 내부고발자의 행동이 '良心宣言'으로 각광을 받게 된 것은 시민들이 기성체제(Establishment)의 부정부패에 반감을 갖게 된 극히 최근의 일이다. 감사원 이문옥 감사관의 경우 지난 1990년 5월 재벌들의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 실태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재벌들의 로비로 중단되었다는 사실을 폭로한 뒤 직장에서 파면되었다가 대법원의 파면처분 취소 판결로 간신히 복직되었던 것이다.

또 지금은 기억이 희미해졌지만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역사 바로 세우기' 작업도 일부 용기있는 은행원의 내부고발 덕분이었다.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이 폭로되었을 때 신한은행의 李 모 지점장은 서소문 지점에 예치된 3개 차명계좌의 명의인과 내용을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그러나 그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긴급명령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와 함께 명의를 빌려주고 (가공)명의인의 동의 없이 예금조회표를 뽑아줄 것을 요구한 사람과 명의인의 동의 없이 예금조회표를 뽑아준 은행지점 차장도 같은 혐의로 함께 고발되었다.

Whistle-blower 또는 Deep Throat

미국에서는 내부고발자를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whistle-blower)이라 하여 상당히 우대를 한다. 운동규칙을 위반한 사람에게 호루라기를 부는 공정한 심판과도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닉슨을 대통령 권좌에서 물러나게 한 워터게이트 사건도 워싱턴 타임스 기자들에게 내부 비밀정보를 흘려준 '깊숙한 목구멍'(Deep Throat)이 없었던들 애당초 파헤쳐질 수 없었다. 지금도 워싱턴에서 종종 폭로되는 정치인들의 비리 중에는 내부고발자가 사건기자에게 몰래 제보하는 것이 주종을 이룬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연방법(False Claims Act) 상으로 내부고발자가 국가 예산을 허위로 타낸 사람이나 기업(바꿔 말하면 세금 도둑)을 제소하는 경우에 그로부터 회수·추징한 금액의 15∼25%를 포상금으로 지급하기도 한다. 이것을 '키-탐 소송'(Qui Tam action)이라고 하는데 이는 '국왕 및 자기 자신을 위하여 소송을 하는 자'(qui tam pro domino rege, quam pro se ipso, sequitur)라는 라틴어 법언의 첫 두 마디를 따온 것이다. 다시 말해서 환경보호법이나 근로자보호법 위반과 같이 벌칙금이 부과되는 불법비리 행위를 인지한 시민이 이를 고소하는 경우에 국가 또는 공공단체가 회수하는 금액의 일부를 고소인에게 지급하도록 되어 있는 소송을 뜻하며, 관공서 주변에는 이러한 소송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변호사(Qui Tam attorney)들이 성업 중이다.

이들의 충고 제1조는 "상사나 동료의 부정비리를 알아챈 경우 절대로 회사측과는 이야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회사도 사용자책임을 지는 경우가 많아 포상은 커녕 좌천 또는 해고 당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안전하게 키-탐 변호사와 상담하라고 한다. 물론 정부로부터 지급되는 포상금은 소송을 대행하는 변호사와 제보자가 나누어 갖게 된다.

내부고발자의 경제적 효과

미국에서는 내부고발자가 국가 재정이 유출되는 것을 막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할뿐만 아니라 공정하고 투명한 행정처리를 보장하고 유사한 사례의 재발을 방지하는 효과가 크다는 인식이 강하다. 미국이야 多民族 사회이니 내부고발이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쳐도 우리와 같은 유교 문화권인 싱가포르나 홍콩에서도 내부고발자 보호제도가 실시되고 있는 것은 향후 본격적인 부패방지법 실시에 앞서 연구해볼 만 과제라고 생각된다.

싱가포르는 이미 1960년에 부패방지법을 제정하여 부패조사국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는 것은 기본이고 공직자들이 재산의 증가부분을 해명하지 못하면 부당한 축재로 간주하고 있다. 홍콩에서도 1970년부터 부패방지법을 실시하여 홍콩의 주권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되는 과정에서도 공무원들이 한 치의 동요 없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업무를 처리한 것으로 유명하다.

외환위기에 처한 우리 나라가 외자유치에 매달릴 때 뇌물이 통하지 않는 유리창처럼 투명한 공직사회야말로 외국인투자자들이 내세우는 투자환경의 첫 번째 조건이었다. 미국식 기준에 의하면 내부고발자(whistle-blower)가 어느 정도 보호를 받는가 하는 것도 중요한 요건이 된다. 1999년말 정년 퇴임한 이문옥 감사관이 부패방지법 제정의 유예를 이유로 정부의 훈장수여를 거부한 사실은 아직도 우리 사회가 좀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것 같다.
(기업평가 2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