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과 相生의 원리

많은 사람들이 새 천년(Millenium)의 소망을 이야기하는 가운데 첫 손을 꼽는 것은 '對立과 항쟁의 시대'는 가고 相生의 정신으로 서로 돕는 시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인 것 같다.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생존 자체가 버거워지고 있기 때문이리라. 우리나라에서는 IMF 체제를 겪으면서 수많은 기업과 사람들이 구조조정이라는 미명하에 강제로 퇴출 당하였고 이러한 상황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對立에서 相生으로

양차 대전을 치른 지난 세기의 생존원리는 "甲의 이익은 乙에 손해"(One's meat is another's poison)라는 관념이었다. 예컨대 기업경영만 해도 노사대립이나 환경파괴는 어느 정도 불가피한 것으로 인식되었고, 노사공영이나 환경보호는 배부른 소리로 치부되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노사가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 회사의 발전을 꾀하는 확실한 수단이 되고 있다. 또 배기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인 '그린 카'의 예에서 보듯이 환경보호의 필요성은 새로운 시장과 투자의 기회를 가져온다. 자연환경도 보존하면서 기업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상생의 길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관한 가장 극적인 사례는 '옥수수 박사' 金順權 교수의 체험담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가 아프리카 국제열대농업연구소(International Institute of Tropical Agriculture)의 초청을 받아 1979년 아프리카로 건너갔을 때 현지 병충해에 강한 교잡종 개발이 초미의 과제였다. 그런데 제일 골칫거리는 보라빛 꽃을 피우는 '스트라이가'라고 하는 독초였다. 아프리카 농경지의 태반을 황폐화시키는 이 '악마의 풀'을 구제하기 위해 선진국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그 방제법을 찾는 데 골몰하였으나 별 성과가 없었다. 스트라이가는 웬만한 제초제로는 끄떡도 하지 않고, 야생 잡초에 기생하여 생명을 유지하리만치 생명력이 끈질겼기 때문이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김 박사는 스트라이가와 같은 잡초도 종족을 보전하면서 살아가도록 되어 있는 자연의 섭리를 인정하고 '100% 박멸이 아닌 5% 共生'의 기준을 세웠다. 1983년부터 스트라이가의 생태를 관찰하면서 그에 강한 옥수수를 가려내는 교잡종 교배에 매달린 끝에 마침내 1992년 현지 병충해에 강한 신품종 개발에 성공, 5년 연속 노벨상 후보에 오를 정도로 아프리카의 식량난 해결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相生의 원리와 法의 입장

이와 같이 가슴 훈훈해지는 이야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기업경영의 현실을 둘러보아도 상생 내지 공생의 원리를 적용하여 서로 이익을 보는(win-win) 케이스가 적지 않다. 상법, 증권거래법, 공정거래법 등의 실정법은 투자자보호, 소비자보호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상호이익이 되는 경우에는 공정성과 투명성이 보장되는 범위에서 이를 허용·권장하고 있다.

1997년 1월 증권거래법의 개정으로 새로 도입된 스톡옵션(동법 189조의4)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주식매입선택권은 미국에서 생성·발전된 것으로 벤처기업 등의 법인이 정관의 규정에 따라 주총 특별결의로써 법인의 설립과 경영·기술혁신 등에 기여한 사람에게 특별히 유리한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스톡옵션을 받은 전문경영인, 고급 기술인력이 열심히 경영을 하거나 기술을 개발하여 회사의 주가를 올린다면 자신도 큰돈을 벌뿐만 아니라 다른 주주들도 이익을 보고 회사도 발전하는 一石三鳥의 효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최근 재능있는 젊은이들이 인터넷 비즈니스, 벤처기업에 투신하는 것도 이러한 스톡옵션의 환상 효과가 크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도 비슷한 원리가 적용된다. 금융기관이 워크아웃 대상기업에 대한 대출금을 출자전환(debt/equity conversion)하는 것은 당장 이자수입이 줄어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회사 경영이 정상화되어 주가가 오르면 줄어든 이자수입 이상의 양도차익 내지 평가익을 얻을 수 있다. 기아자동차의 경우에도 채권단이 국제입찰에 부치면서 엄청난 규모의 부채 탕감을 해주고 채권의 극히 일부인 8,400억원은 출자로 돌려 기아차 신주를 받았다. 당초 오를 것 같지 않던 기아차의 주가가 신차 중심으로 내수가 활기를 띠고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채권단의 출자전환 주식가치도 함께 뛰고 있다. 앞으로 기아차의 주가가 3만원대가 되면 채권단은 탕감해준 채권을 거의 회수하는 셈이 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기아차는 5년 뒤와 10년 뒤 두 차례에 걸쳐 부채 탕감분의 10%에 해당하는 우선주를 액면가로 채권단에 양도하기로 되어 있다. 궁여지책으로 시행된 기아차 처리방식이 예상치 않은 윈-윈의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새 민간투자법의 시행으로 SOC시설 건설에 많이 이용될 것으로 보이는 BOT기법도 상생의 원리에 입각한 것이다. 민자사업자가 인프라 시설을 건설(build)하고 총사업비를 회수할 때까지 이를 관리운영(operate)한 다음 정부에 기부채납(transfer)하는 방식으로, 정부는 재정을 투입하지 않고도 필요한 SOC시설을 확보할 수 있고 민자사업자는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다. 최근 들어서는 프로젝트 파이낸스에도 공생의 원리가 더욱 확장되고 있다. 서로 대립관계에 있던 발주자와 시공회사(contractor)가 제휴를 맺고 一體가 되어 프로젝트 전반을 관리하는 방식이 유행하고 있다. 이를 "Project Alliance"라고 하는데, 프로젝트 기획 및 기본설계 단계부터 발주자와 시공회사가 공동운명체로서 프로젝트의 비용 및 工期日程 단축을 위해 긴밀히 협의를 하게 된다.

이와 같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래방식이 바람직한 것은 사실이지만 '서로 봐주기'로만 흐른다면 오히려 도덕적 해이나 비효율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그 범위내에서는 여전히 실정법과 감독당국이 개입할 여지가 남아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평가 199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