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과 영어 강의

작년 11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인가를 신청할 때 학교마다 영어 강의 과목을 대거 포함시켰다. 물론 특성화 주제에 맞는 강좌를 영어로 가르칠 교수요원을 확보하고, 특히 외국인 교수를 채용하는 것이 그 전제가 되었다. 그러나 로스쿨 인가를 받은 학교마다 입학정원이 예상보다 크게 줄어들자 이들 학교에 비상이 걸렸다.

학교의 재정수입이 절대적으로 감소된 터에 영어 강좌를 개설하기 위해 교수요원을 새로 채용할 여유가 없어진 것이다. 당초 계획했던 외국인 교수의 채용에도 문제가 생겼다. 학생들이 변호사시험 준비에 매달리는 터에 어려운 법학을 영어로 강의하는 과목을 학생들이 얼마나 수강할지 의문시되고 있다. 소수의 인원이 수강하는 과목을 많이 개설할수록 학교 운영의 효율성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많은 학교들이 영어 강좌의 축소를 원하고 있음에도 교육부에서는 당초 계획대로 시행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 같다.

이에 따라 로스쿨 예비인가를 받은 학교들이 대폭 줄어든 재정 속에서 많은 영어 강좌를 실시하기 위해 그 해결방안을 찾느라 부심하고 있다.

가장 소극적인 방법은 강좌를 개설하기는 하지만 수강자가 최소한의 인원수에 미달할 경우 자동 폐강하는 것이다. 해당 교수의 안식년 등의 사정으로 영어과목을 가르칠 교수요원이 없어 수업을 못하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아니면 변호사시험 과목 일변도로 수업을 받느라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들이 학점을 잘 따기 쉬운 영어 강의 과목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예나 지금이나 쉽게 학점을 취득할 수 있는 과목이 인기를 끌 것이기 때문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

그러나 포지티브하게 생각을 바꿔보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한국의 법률과 제도가 날로 글로벌화되고 있는 가운데 로스쿨에서 공부한 과목이 변호사로서의 커리어를 좌우할 수도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한국의 법률제도와 판결문 등이 책자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속속 영역이 되고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다시 말해서 노벨 문학상을 받을 수 있는 문학작품만 외국어로 번역되고 소개되는 것만은 아니다.

이러한 배경 하에 한국의 법문화와 제도를 적극적으로 해외 수출하는 것까지 고려한다면 영어 강의의 수요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동남아와 중앙아시아에는 한국을 성공 모델로 삼고자 하는 나라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체제전환국인 몽골의 경우 한국 법조계 견학을 사법기관 간부들의 필수 코스로 여기고 있다 한다.

게다가 로스쿨 인가를 받은 많은 학교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것처럼 외국의 법학교수나 저명한 법학자들이 한국 로스쿨에 와서 외국어로 강의를 하노라면 자연스럽게 로스쿨 수업의 글로벌화가 추진될 것이다.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 로스쿨에도 미국 로스쿨의 LL.M. 과정처럼 외국 유학생들을 유치하는 것도 적극 추진해볼 수 있을 것이다.

사정이 이러할진대 로스쿨에서의 영어 강의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요할 것은 아니다. 인가신청서에 기재한 대로 각 학교가 특성화 전략에 맞게 추진하도록 해야 한다. 외국어 커리큘럼과 교수요원, 시설을 확보하여 영어 강좌를 실시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춘 학교부터 우선적으로 시행하게 하면 된다.

그러한 학교에 외국어 강좌를 원하는 학생들이 몰리고, 자연스럽게 영어 강좌가 많이 개설되어 이들 로스쿨 졸업생들이 글로벌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날 때 이들 학교의 위상도 높아지고 다시 학생들이 몰리는 선순환이 이루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