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에 바라는 것

이제 며칠 후면 교육인적자원부가 법학교육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예비인가를 받게 될 학교를 선정발표하고, 로스쿨 지원자들도 예비시험을 통해 법학적성시험(LEET)의 윤곽을 가늠할 수 있게 된다.
바야흐로 2009년 3월 개원을 앞둔 한국형 로스쿨 시스템이 본격 가동되었다.

10여년 전 세계화추진위원회에서 공표하였던 로스쿨 제도가 우여곡절 끝에 이 땅에 실현되는 것인데 아무쪼록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필자는 2007년 미국 유수의 로스쿨에서 연구년을 보내면서 이곳 교수들과 한국에 새로 도입되는 미국식 로스쿨 교육에 관하여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우선 로스쿨 총정원 등 한국 정부의 결정에 모두들 흥미로워 하고, 미국식 법률교육의 시장이 확장되는 것을 반기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적잖게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로스쿨에 대한 기대와 부담

미국에서도 로스쿨은 경영대학원이나 의과대학처럼 인기 있는 전문대학원(professional school) 과정이지만, 들어가기가 어렵고 학비도 많이 드는 게 사실이다.
미국의 로스쿨은 법학적성시험(LSAT)과 학부성적 등을 고려하여 학생을 선발하는데, 다양한 학부과정을 거치면서 공부 잘하고 조리있게 말 잘하고 리더십이 있는 사람들이 입학허가(admission)를 받게 된다.

이와 같이 학생들이 우수한 만큼 로스쿨 교수들은 졸업 이후에 대한 학생들의 기대치가 너무 높은 게 탈이라고 말했다.
보수가 많은 유수의 로펌에 일자리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학자금 융자를 쉽게 받을 수 있는 반면 졸업 후에 원리금을 갚는 일이 만만치 않다고 했다. 즉 많은 졸업생들이 8-9만불의 빚더미 위에 올라앉아 사회생활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불경기 시대에는 보수를 많이 주는 로펌의 일자리도 줄어들게 마련이라고 했다.

교수들은 로여로서의 성공에 대한 불안감과 재정난에 처한 학생들을 상대하게 되므로 수업시간에 '여유로움'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짧은 시간에 해당 법학과목의 모든 것을 전달해야 하는 만큼 수업부담이 만만치 않고, 종전처럼 적당히 시간을 때우려 했다가는 비싼 등록금을 내는 학생들의 불평과 심지어는 인신공격을 피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학생들이 우수하고 똑똑한 만큼 강의도 조심해서 해야지 자칫하면 소송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인정이 통하는 사제지간이 아니라 서로서로를 평가하고 주고받는 거래관계 비슷하다고 한숨을 지었다.

장밋빛 환상은 금물

금년에 시행되는 각종 시험을 치르고 로스쿨에 입학하더라도 그들에게 미래가 온통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로스쿨 졸업 후에 보게 될 변호사시험은 사회 각 분야의 법률전문가 수급사정에 따라 아무래도 사법시험 때보다는 신축성 있게 합격자수가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변호사시험 합격보다 더 중요한 것은 로스쿨에 입학할 때의 초심을 잃지 않고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법률전문가로서 활동할 수 있는 자신만의 특화분야를 개척하는 일이다.
일찍이 도산 안창호 선생은 "우리나라에 인재가 없다고 한탄하지 말고 스스로 인재가 되라"고 말씀하셨다.
글로벌 시대의 인재는 특별히 정형화된 모습이 없다. 로스쿨에서 가르쳐주기를 기대하지 말고 스스로 '유능한 로여'의 상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로스쿨 진학은 유능한 로여가 되기 위한 훌륭한 투자이긴 하지만, 그 못지 않게 위험부담과 희생이 수반되는 것임을 각오해야 한다.

한국 경제의 글로벌화와 함께 한국의 법률제도와 법률시장의 글로벌화를 위한, 세계가 주목하는 실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 출처: "로스쿨신문 창간호 2008.1.28자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