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루니의 한국경제 전망

지난 10월 5일 아침 서울 롯데호텔에서는 세계경제연구원(원장 사공 일 박사) 주최로 템플턴사의 제임스 루니(James P. Rooney) 사장 초청 특별강연회가 열렸다. 루니 사장은 세계적인 뮤추얼 펀드 프랭클린 템플턴 그룹 산하의 템플턴 투자신탁관리회사의 대표로서 한국에 대한 유가증권 투자도 적지 않기에 그의 한국경제 진단은 경청할 만하였다.

前쟈딘 플레밍의 스티브 마빈 이사가 한국경제를 悲觀的으로 보았던 데 비해 루니 사장의 경제전망은 상당히 鼓舞的이었다. 오죽하면 사공 일 원장이 그의 강연을 촌평하면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 경제를 이처럼 새롭게 조명하여 객관적으로 분석한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격찬하였을까. 그럼에도 어느 언론에서도 그의 강연 내용을 기사화하지 않았기에 그가 진단한 한국경제의 문제점과 전망을 여기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경제의 현황과 문제점

루니 사장의 강연 제목은 "한국의 金融世界化, 어떻게 해야 하나"(How should Korea cope with financial globalization?)였다. 그는 마치 투자자들에게 프리젠테이션하듯 한국의 지도를 보여주면서 한국이 지리·역사·문화의 배경 속에서 어떻게 경제성장을 이룩하였는지 간단히 설명하였다. 그리고 한국의 고성장 경제가 왜 IMF 위기를 맞게 되었는지 다음 몇 가지로 요약하였다.

▷경제가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충분한 수익(생산성-임금상승률)을 실현하는 데 실패하였다. ▷90년대 들어 자본재의 과잉투자가 이루어졌다. ▷全산업의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기업들의 부채증가와 함께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이 늘어났다(overleveraged economy). ▷수익이 경제성장을 받쳐주지 못한 결과 주가가 폭락하였다. ▷미국과의 물가상승률을 비교할 때 원화 환율이 상대적으로 고평가되었다. 변동환율제 이행 후에도 반도체특수에 따른 무역수지 흑자로 환율보정의 기회를 놓쳤다. ▷미국, 유럽 등 주요 수출시장을 상실한 대신 80년대 후반부터 동남아·동구 등 신흥시장(emerging markets)을 집중 공략하였으나 이들 시장은 성숙되지 못하고 경쟁이 심하여 이익을 내기 어려웠다. ▷만성적인 자금수요초과 현상으로 금리가 시장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루니 사장은 한국경제가 마치 '우리 속에 갇힌 호랑이'와 같다고 비유하고, 이러한 문제를 시정하고 그릇된 관행을 타파함으로써 활력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한국의 금리수준이나 환율이 제자리를 찾아가고는 있으나 실업이 갑자기 늘어나 시스템의 실패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경제의 전망

루니 사장은 왕년의 토목기술자답게 한국 경제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마치 청사진을 바탕으로 건물을 지어나가듯이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1차 산업과 2차 산업 비중이 줄어들고 서비스 산업의 비중이 커지고 있으나, 정책당국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고, GDP 기준으로 서비스 및 유틸리티(전기·가스) 산업에 대한 과잉투자는 조만간 거품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30대 재벌 그룹보다는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기업간에 서로 얽혀 있는 거미줄 구조(corporate web)가 시스템의 실패를 가져온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렇기 때문에 예컨대 삼성자동차에 대한 투자 실패는 삼성 그룹 차원의 문제가 아닌 한국 경제 전반의 문제로 확산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재벌개혁에 있어 大馬不死論(Too big to fail), 실패한 결과를 보고도 개선하지 않고 경험으로 배워두지 않는 맹점을 지적했다.

제2 금융권에서 일부 재벌들이 금융기관을 지배하게 된 결과 재벌소유의 금융기관(piggy bank)들은 일반공중의 자금을 헛되이 씀으로써 이익의 충돌(conflict of interest)을 야기하고, 금융의 경제조절 기능을 마비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 근래 폭발적으로 성장한 투자신탁업계도 돈 있는 개인이 아니라 다른 기관투자가들을 위한 임시정류장 역할을 하고 있어 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하면서, 대우 그룹의 위기는 투자신탁업계 전체의 문제가 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제임스 루니 사장은 그래프를 통하여 미국의 前例에서 보듯이 주가는 GDP의 성장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면서 한국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치른 결과 주가는 조만간 비약적인 상승기를 맞이할 태세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가 우리 안에서 뛰쳐나와 '삼림 속의 飛虎'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Big If's)을 구비해야 하는데 그것은 한국이 서비스 산업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 지식기반 산업을 육성하는 것, 유형의 공공시설 외에도 금융·교육·법률과 같은 무형의 인프라를 착실히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