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국제거래법 빅 뉴스 세븐

2001년에는 많은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다시피 세계사적으로 분수령(分水嶺)을 이루는 사건이 일어났다. 물론 미국 본토의 심장부인 뉴욕과 워싱턴에 대한 9·11 테러 공격을 가리키는 것이지만 그 사건 말고도 지난해에는 국내외적으로 많은 변화가 속출하였다. 국제거래법 분야에서 7개의 빅 뉴스를 찾아 그 이면에 내포되어 있는 시대흐름의 변화를 탐색해보는 것도 지금처럼 모든 것이 불투명한 시대를 살아가는 데 유익하리라고 생각된다.

① 미국의 테러 참사와 국제적 위기감의 고조

2001년 9월 11일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인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이 이슬람 근본주의자(fundamentalists)들에 의해 납치된 민간여객기가 충돌한 뒤 화염과 연기에 휩싸인 채 차례로 무너졌다. 거의 같은 시간 미국 군사력의 핵심인 펜타곤에도 항공기가 돌진하였다. 사상 초유의 미 본토 공격에 경악한 미 정부는 테러의 배후세력으로 아프간 텔레반 정권을 지목하고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습을 개시하였으며, 공습 개시 두 달만에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텔레반 정권이 축출되었다.

미 정부는 전세계의 테러 기지에 대한 소탕작전을 공언하고 있어 세계적으로 전운이 감돌고 한반도에도 그 여파가 미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이 사건으로 인하여 미국의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세계 경제가 심한 타격을 입었고,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단기자금의 이동이 격심해졌다.

미 사법당국이 테러모의 가담자에 대한 수사를 확대한 가운데 외국인혐의자에 대한 인신구속을 강화하는 애국법안이 미 의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국가안보(security)를 위해 개인의 자유(liberty)가 크게 제한되는 결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아울러 테러 사건의 배후인물인 오사마 빈 라덴을 체포하여 미 군사법정에 세우는 문제, 테러 사건으로 비명횡사한 피해자 유가족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보험금 지급 등을 둘러싼 법적 쟁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② 중국의 WTO 가입과 뉴라운드 개시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정식으로 가입함에 따라 중국과의 경제교류가 활기를 띠고 중국에 대한 외국인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중국은 12·11 WTO 가입을 앞두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되는 법제도의 정비를 서둘러 서방 자본의 유입을 촉진하였고 그 결과 주변국에서는 투자자금이 중국으로 빠져나가는 산업공동화(産業空洞化)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주변국들에서는 중국의 산업과 연합체제를 갖추지 않는다면 고사(枯死)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한편 카타르의 도하에서 열린 WTO 각료회의에서는 11월 14일 새로운 다자간 협상인 뉴라운드의 출범을 공식 선포하였다. 우리나라는 공산품 수출이 유리해진 반면 국제시세보다 5∼6배나 비싼 가격차 때문에 관세화(關稅化)의 한계에 봉착한 쌀 문제가 심각히 대두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농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 선이고 농업인구도 전체인구의 8.6%에 불과하지만 2002년 대선(大選)을 앞두고 농민여론을 무시할 수 없어 농업정책이 표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③ 아르헨티나의 모라토리엄 선언

아르헨티나의 경제불안이 장기화되자 시민들이 폭동을 일으키고 결국 정권이 와해되었다. 새 임시대통령은 대외채무에 대한 모라토리엄(대외지불유예)을 선언하고 고정환율제를 고수하였던 페소화 대신 제3의 통화를 창설하기로 했다.

아르헨티나의 경제위기는 1,300억달러가 넘는 국가부채 → 인기를 쫓는 경제정책 → 긴축재정 및 구조조정의 지연 → 세계경기의 후퇴 → 경기침체, 조세수입의 감소 → 재정적자의 증가라는 악순환으로 파탄에 이르고 말았다는 점에서 경제위기에 적기에 대응하지 못하거나 구조조정을 도외시할 경우에는 언젠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교훈을 안겨주었다.

아르헨티나의 위기가 이머징 마켓 전반의 금융위기로 확산될 우려도 있으나, 1997년의 외환위기 이후 나라마다 성적표가 달라 우리나라는 해외투자 자금의 신흥시장 배분과정에서 반사적 이익을 볼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아르헨티나와는 교역량이나 채권·채무관계가 거의 미미한 수준이므로 일부 중남미 채권투자자 이외에는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전망이다.

④ 대외협상의 적신호

2001년 들어 우리 정부는 대외협상에 있어 매우 심각한 허점을 드러냈다. 몇 년 전부터 항공안전의 문제점을 지적 받고도 늑장 대처하다가 2001년 8월 미국 연방항공청(FAA)으로부터 항공안전 2등급 판정을 받고서야 항공법령의 정비, 항공안전 전문인력의 확보, 항공청의 신설 등 대책 마련을 서둘러 12월 6일 다시 1등급을 회복하였다. 국내 항공사들은 3개월 이상 미국내 신규 취항, 노선 증편, 좌석 공유 등이 금지되는 바람에 엄청난 손실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또한 우리 정부는 진행 중인 러·일 어업협상에 무관심하다가 러시아 해역에서의 꽁치조업이 제한을 받게 되었으며, 3년여 끌어온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상도 일부 농산품 개방 문제 때문에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GDP 대비 87%에 달하는 무역의존도에도 불구하고 자유무역협정(FTA)을 하나도 체결하지 못한 나라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

⑤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과 권리의식의 제고

우리나라의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이 세계 제일을 자랑하면서 인터넷 이용자들의 지재권 침해행위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개방형 게시판(인터넷 카페)을 이용한 동영상 파일·소프트웨어 교환으로 저작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늘어나자 카페 운영자 뿐만 아니라 장소를 제공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 운영자(ISP)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왜냐하면 ISP의 변제자력이 나을(deep pocket) 뿐만 아니라 ISP에 제재를 가함으로써 저작권침해행위나 불법 소프트웨어 이용자들의 접근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편 2001년 7월부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됨에 따라 정보화사회의 프라이버시가 새롭게 인식되고 있으며, 개인정보를 침해하거나 이를 오·남용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제재를 받게 되었다.

⑥ 公權力에 의한 인권침해

대통령 직속의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가 활발한 조사활동을 펴면서 과거 정권하에서 자행된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행위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1973년 투신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법대 최종길 교수도 정보기관이 고문치사 사건을 은폐하려고 날조한 것이었고, 홍콩에서 살해된 수지 金 사건도 정권안보 차원에서 위장 납북사건으로 공표하는 등 반인륜적·반사회적 사건을 벌여 왔음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이와 관련하여 국정원의 요청을 받고 이 사건의 재수사를 중단시킨 전직 치안청장이 구속되기도 했다.

11월 26일 발족한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관련 법령·제도를 조사해 문제가 있는 경우 해당기관에 개선을 권고하는가 하면, 국가구금·보호시설을 방문하여 인권침해·차별행위를 조사하고 피해자를 구제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일반 기업이 성별·종교·장애 등을 이유로 채용 등에 차별을 하는 행위도 인권침해로서 조사대상이 된다.

⑦ 공적 자금 시비와 조세 정의

지난 12월 감사원에서 공적 자금 유용 사례를 발표하면서 우리 경제를 외환위기에서 구출해낸 공적 자금에 대한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겪었던 다른 나라들에 비해 경제회복이 빠른 것은 간과한 채 공적 자금이 전액 회수되지 못하고 낭비되고 있다고 질책하는 여론이 비등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공적 자금은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인수하고 정리하는 데 투입되는 만큼 30∼40%만 회수할 수 있어도 다행(우리나라는 현재 25%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그 동안 성역으로 여겨져 온 언론사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가 행해져 대형 언론사들이 막대한 세금을 추징 당하고 언론사주가 구속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조세정의를 실현하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기업의 회계관행을 도외시한 보복성 세무사찰이라는 비난도 만만치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