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티 리포트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는 공상과학소설 작가로 유명한 필립 K. 딕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이 블록버스터 영화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톰 크루즈를 주연으로 기용하여 8천만달러나 되는 엄청난 제작비를 들여 만들었다고 해서 일찍부터 화제를 모았고 흥행에서도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 영화는 2054년 미국의 수도 워싱턴을 무대로 하고 있는데, 영화적 상상력이 뛰어난 스필버그 감독이 지금으로부터 50년 후의 미국 사회 모습을 비주얼하게 잘 묘사했다 해서 관심을 끌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주제인 미래에 일어날 범죄(precrime)를 탐지할 수 있고 예방하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그 과정에서 무고한 시민이 범인으로 몰려 구금 당하는 등 기본권이 침해되는 일은 없겠는가 하는 점을 곰곰 생각하게 된다.

영화의 줄거리

Minority Report 2054년 미국 워싱턴 DC의 경찰청에는 미래범죄국(Department of Precrime)이 설치되어 있다. 초감각적 지각(ESP) 능력을 가진 3인의 예지자(Precog)가 범죄현장에서 살인을 기도하는 사람이 발산하는 에너지를 포착하여 이것을 보통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게 붉은 구슬로 보여주면 미래범죄 전담경찰이 출동하는 시스템이다. 미래범죄팀의 존 앤더튼 반장(톰 크루즈)은 붉은 구슬에 나타난 이미지를 가지고 단서를 수집하자마자 치안판사의 승인을 얻어 현장으로 달려간다. 예컨대 아내의 불륜을 목격하고 격정에 휘말려 살인을 기도하는 경우라면 그의 異常 기운이 예지자들에게 포착되어 실제로 사건이 발생하기까지 수십 분에 불과하므로 미래범죄팀의 기민한 대처가 필요한 것이다.

그 결과 워싱턴 일원에서는 살인 사건이 90%나 줄어들었으며, 지난 6년에 걸친 미래범죄국의 실험이 성공적인 것으로 판명될 경우에는 미국 전역의 도시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 실험에 부정적인 시각이 없는 것도 아니다. 만의 하나 인권침해 기타 위법사실이 없는지 검증하기 위하여 법무부에서 대니 위트워 수사관(콜린 패럴)이 파견되어 온다. 위트워가 주목하는 것은 마약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앤더튼이 자신의 육감에 사로잡힌 나머지 무리수를 두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앤더튼은 라마 버지스 국장(막스 폰 시도우)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고 있지만 6년 전에 아들을 잃고 부인과도 별거 중에 있어 정서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에 있다.

워싱턴 지역에서 살인을 저지를 사람이 발산하는 이상 기운을 탐지하는 임무를 띤 예지자는 젊은 여성과 그녀의 쌍동이 동생 등 3명이다. 이들은 템포라고 하는 조용한 방안에서 전도율이 좋은 특수액체 속에 가장 편안한 자세로 누워 있다가 이상한 에너지가 급증하는 것이 포착되면 뇌 반응을 전기적으로 변환시켜 보여주는 일을 한다. 세 사람이 인지한 내용은 서로 대조하여 둘 이상 합치되는 것만 채택하고 소수인 한 사람의 불확실한 이미지(이를 'Minority Report'라 함)는 폐기하게 된다. 그 중에서 예지(precognition) 능력이 뛰어난 아가사(사만다 모튼)는 어느 백인 여성이 물에 빠져 죽는 살인사건 현장을 보여주었음에도 마이너리티 리포트로 처리된다.

Minority Report 그런데 놀라운 일은 앤더튼 반장 본인이 어느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는 아이러니칼한 현실이다. 붉은 구슬에 적힌 피해자는 앤더튼이 일면식도 없는 리오 크로우라는 사람이다. 한 순간 앤더튼은 그 자신이 용의자가 되어 쫓기는 신세가 된다. 법무부의 위트워 수사관은 성격이 모호한 미래범죄국을 정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여기고 앤더튼을 추격한다. 위트워 수사관은 앤더튼 반장이 자신의 무고함을 입증하기 위해 조만간 미래범죄국에 돌아올 것으로 예상한다.

앤더튼은 미래범죄 예방 시스템을 발명한 유전공학박사를 찾아가 자신의 무고함을 어떻게 밝혀낼 수 있을 것인지 상의한다. 그것은 예지자들 중에서 소수의견으로 폐기된 것을 되찾아 앤더튼이 살인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규명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미래범죄팀에 체포된 사람 중에는 실제로 살인하지 않을 사람도 포함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미래범죄국 존립의 기본전제를 무너뜨리게 되므로 기록으로 남겨둘 수 없는데, 예지자의 잠재의식 속에 자동적으로 저장된다. 앤더튼이 이를 확인하려면 예지자 중의 한 사람인 아가사를 템포에서 데리고 나와 자신이 범행하지 아니할 것임을 입증하여야 한다.

미래범죄국에서 신원(identity)을 확인하는 시스템은 눈의 홍채이므로 변장을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앤더튼은 전에 그 자신이 감옥에 처넣은 적이 있는 성형외과 의사를 찾아가 안구교체 수술을 받는다. 그가 회복을 기다리는 동안 미래범죄국 요원들이 들이닥쳐 거미 로보트를 풀어놓아 주민들의 신원을 조회한다. 앤더튼은 이를 피하려 얼음물을 채워넣은 욕조 속으로 숨지만 이내 들키고 만다. 다행히도 다른 사람의 안구를 이식한 까닭에 신분이 탄로나지 않고 위기를 모면한다.

앤더튼은 자신의 본래 안구를 이용하여 미래범죄국의 신분검색기를 통과하고 템포까지 잠입하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아가사를 데리고 미래범죄국 밖으로 나온다. 그러나 아가사의 잠재의식 속에 들어 있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어떻게 꺼내볼 수 있단 말인가. 그는 추위에 떠는 아가사에게 옷을 사입히기 위해 백화점에 들어가는데 아가사의 예지능력은 그를 여러 차례 위기에서 구출한다. 앤더튼과 아가사는 한 마음이 된 것이다. 인근의 가상체험관에서 가까스로 아가사의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다운로드받는 데 성공한 앤더튼은 그 순간 들이닥친 위티어 수사관과 미래범죄국 요원들을 피해 사건의 현장인 호텔을 찾아간다. 그가 붉은 구슬에서 보았던 이미지가 현실로 나타나는 것을 목격한 앤더튼은 섬뜩함을 느낀다.

리오 크로우가 묵고 있는 방의 침대 위에는 피해자들의 사진들이 널려 있는데 그 중에는 앤더튼이 오매불망 잊지 못하는 아들의 사진도 있다. 앤더튼은 리오가 그의 아들을 유괴살해했다고 단정하고 복수할 충동을 느끼지만 '살인을 아니할 것을 선택해야 한다'는 아가사의 말에 총을 거둔다. 그 순간 리오 크로우는 자신이 죽어야 자기 가족들이 살 수 있다는 알쏭달쏭한 말을 한다. 그 순간 앤더튼은 자신이 함정에 빠졌음을 깨닫는다. 누군가 자신이 리오 크로우를 살해하도록 만들어 미래범죄예방 기능이 100% 가동됨을 과시하려 한 게 아닐까. 이 모든 것이 조작된 것(fake)이라면 미제로 처리된 백인 여인의 익사 살해사건도 같은 맥락에서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위티어 수사관의 연락을 받고 앤더튼의 집으로 달려간 라마 국장은 앤더튼의 총으로 위티어를 살해한다. 미래범죄국을 폐지하려 한 장애물을 제거한 것이다. 앤더튼은 할 수 없이 아가사를 데리고 별거 중에 있는 부인 라라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고 그가 파악한 사건의 전모를 설명해준다. 아가사는 이 집에는 사랑이 넘친다고 하며 두 사람의 화해를 예견한다. 그 다음 순간 앤더튼은 공중으로 들이닥친 미래범죄국 요원들에게 체포되고 아가사는 다시 미래범죄국의 템포로 옮겨진다.

마침내 워싱턴 미래범죄국에서는 6년여에 걸친 실험이 성공적이었음을 선포하고 라마 국장은 의기양양해 한다. 그 순간 기념식장 앞의 대형 스크린에는 라마 국장이 살인을 하는 장면이 소개된다. 그것은 라마 국장이 예지자 남매를 데려다 미래범죄국에서 쓰기 위해 방해가 되는 그들의 어머니를 살해하였던 것이다. 라마 국장에게 붙잡힌 앤더튼은 자신을 죽이고 죄인이 되든가 그를 살려둔 채로 미래범죄국이 문닫는 것을 보든가 택일하라고 다그친다. 결국 문제가 많은 미래범죄국은 폐쇄되고 살인예비죄로 구금되어 있던 사람들은 일정 기간 경찰의 감시를 받는 조건으로 모두 풀려난다.

감상의 포인트

Minority Report 이 영화는 법적인 관점에서 흥미로운 여러 가지 이슈를 제기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예지자의 붉은 구슬이 살인을 기도한 용의자를 체포하는 근거가 되는 바, 이 같은 신탁 또는 점괘가 과연 합리적인 의심(reasonable doubt)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의 명백한 증거가 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2050년대에는 치안판사의 심리로 이를 이용한 범죄예방 조치가 승인될 수 있을지 몰라도 현행법상의 적법절차(due process of law)에 의하면 '절대 불가'이다. 이 영화에서도 여실히 보여주거니와 조작 가능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최면술을 종종 범죄수사에 이용하고 있고, 거짓말 같은 이야기지만 지난 수십 년간 미국 CIA에서는 ESP를 활용해 가다피 같은 적국의 VIP 소재를 탐지하고 전파를 대체할 수 있는 통신수단을 개발하는 등의 프로젝트에 많은 예산을 써왔다(암호명 '스타게이트' 작전).

둘째로 눈의 홍채를 이용한 신원확인은 이미 사용되고 있으니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그것보다 무서운 일은 앤더튼이 백화점에 들렀을 때 홍채로 고객의 신원을 파악한 후 전에 이러저러한 상품을 구매하였으니 오늘은 어느 코너에 가보시라 권유 방송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래의 백화점에서는 개인의 구매정보를 정리(database)해 두었다가 이를 마케팅에 활용한다는 것인데 미래의 소비자들은 정보기술(IT)의 산물인 첨단 데이터베이스의 테두리 안에서 행동하게 될지 모른다. 그렇기에 프라이버시권을 1890년에 처음으로 주장한 미국의 법학자 워렌과 브랜다이스는 이러한 기본권을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홀로 있을 권리'(right to be let alone)라고 정의한 바 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 영화의 일부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워싱턴, 런던, 마드리드 등의 대도시에서는 우범지역의 거리마다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여 범죄용의자가 출현하거나 소매치기, 폭행 등의 사건이 벌어지는 순간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여 범죄자들을 소탕하고 있다. 경찰당국의 컴퓨터에는 범죄용의자들의 사진이 수록되어 있어 인공지능 컴퓨터가 이들의 출현을 탐지하자마자 자동으로 감시를 강화하는 시스템이 작동한다고 한다.

그러니 인공지능을 가진 컴퓨터가 어떻게 이용되느냐에 따라서는 조지 오웰이 [1984년]에서 묘사한 '빅브라더'가 등장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정보기술이 고도로 발달함에 따라 우리는 이로 인해 침해될 수 있는 개인정보에 관한 기본권에도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기본권침해의 방지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가공할 상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