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의 상춘곡(賞春曲)

계절의 구분이 없는 LA에서 한 해를 보내고 우리나라에 돌아와 새 봄을 맞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빗방울과 함께 꽃잎이 흩날리는 어느 봄날 저녁에 영어 하이쿠(17음절의 3행시)로 적은 소감과 함께 사진을 정리하였다.

[04.05] 쌍계사 벚꽃 구경

4월 초가 되자 삼천리 강토가 봄의 꽃들로 화사하게 물들었다.
우리도 지리산의 산수유와 벚꽃을 구경하러 경남 하동의 쌍계사를 찾아갔다.
구례에서 하동으로 가는 길은 섬진강을 따라 만개한 벚꽃나무들로 장관을 이루었다.

   쌍계사 가는 길                                       Road to Ssang-gye-sa  
   벚꽃이 피고 지고                                     Cherry trees are blooming. 
   강물도 꽃잎 따라 흘러간다.                           River flows with flowers.
봄이 오는 섬진강을 따라 만개한 벚꽃나무 가로수 길 섬진강변의 화사한 벚꽃

쌍계사 입구의 화개에는 차밭이 많아 연녹색 새 순이 돋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국립공원 쌍계사 경내에는 벚꽃이 한 그루도 없었다.

   쌍계사 벚꽃 보러 왔는데                              Come to see cherry blossoms 
   벚꽃은 한 그루도 없고                                The temple has none 
   아름다운 탑만 서 있구나.                             But a stone tower.
그런데 미국에서도 많이 다녔던 Package Tour의 색다른 묘미(?)를 맛보았다.
G여행사의 당일코스로 다녀왔는데, 도중의 금산 홍삼공장에서 흑삼(black ginseng)에 관한 마케팅 강의를 듣는 조건으로 단돈 1만9천원만 내면 되었다.
관광회사는 가이드에 대한 팁도 사절하고, 왕복 교통편에 아침, 점심, 저녁 세 끼 식사제공, 국립공원 입장료까지 제공하는 풀 코스였다.
정말 놀라운 일은, 약효는 둘째치고, 1만9천원 내고 관광하러 가는 사람들(주로 50-60대 연령층)이 66만원짜리 흑삼세트를 신용카드로 척척 사는 것이었다.
   당일 코스 남도관광이                                 One-day trip costs
   단돈 19천원                                          Only 19 thousand [won]
   그것은 인삼회사의 협찬 덕분                          Thanks to corporate sponsorship.
쌍계사의 아름다운 석탑 쌍계사 경내의 수줍은 듯한 표정의 마애석불

쌍계사는 지리산 자락에 아기자기하게 들어서 있었는데 오래 된 사찰답게 국보급 문화재도 여럿이었다(진감국사 대공탑비-국보47호, 대웅전-보물 500호, 쌍계사 부도-보물 380호, 팔상전 영산회상도-보물 925호).
그러나 한 귀퉁이에 큰 바위를 깎아 만든 마애석불의 수줍은 듯한 미소가 찾는 이의 마음을 절로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앙상한 가지에서 눈부신 꽃이 피어나듯                 Beautiful flowers from bare trees 
   천지를 움직일 만한 믿음은                            Good faith found 
   큰 바위에서 부처님을 찾아냈네.                       Buddha from a huge rock.
[04.08] 꽃대궐을 이룬 경희대 서울 캠퍼스

경희대는 캠퍼스가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하지만 특히 봄철은 볼 만하다.
교시탑(校是塔) 주변의 벚꽃과 목련, 본관과 평화의 전당 부근의 벚꽃이 만개할 때에는 이 캠퍼스를 디자인하신 분(설립자 조영식 학원장)의 안목에 감탄을 하게 된다.

경희대 평화의 전당 제2법학관 앞 길

4월 8일 날씨도 화창한 날 학교에 출근하는 길에 봄 사진을 여러 컷 찍었다.
그날 오후 내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도 "해마다 피는 꽃은 비슷하지만, 그 꽃을 바라보는 사람은 다르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Carpe Diem!"(이 순간을 즐겨라) 꽃구경하라고 10분 일찍 수업을 끝냈다.

   경희 캠퍼스에 피는 꽃은                              Flowers at KH campus 
   해마다 같은 노래를 부르지만                          Sing same songs each year 
   듣는 사람은 매번 달라진다.                           [for] Ever-changing audience. 
* 위 영어 하이쿠 삼행시의 아이디어는 옛 한시의 구절
  "해마다 보는 꽃은 한결 같으나(年年歲歲花相似) 그 꽃을 보는 사람은 해마다 다르다(歲歲年年人不同)"
   에서 따온 것임

[04.12] 청계산 산행

4월 12일 예정대로 대학동기들과 4월 둘째 주의 2929 산행을 하였다.
이번에는 청계산 코스를 택하였다.
우리 일행은 지하철 4호선 과천역에서 만나 과천 6단지를 거쳐 청계산 매봉까지 올라갔다가 과천 3단지 쪽으로 내려왔다.

청계산에 오르는 대학 동기들 산행 중 쉬는 시간에도 토론이 벌어졌다

이번에는 월간지 [좋은 생각]의 인기필자인 윤 부장판사, 김경배, 조해섭 변호사 등 고정 멤버 외에 오종남, 하 욱, 조대룡 동문이 함께 하였다.
통계청장을 역임한 오종남 서울대 교수는 누구나 바라마지 않는 "9988234"가 다른 뜻도 갖고 있다면서 "국내 기업의 99%를 점하는 중소기업이 우리나라 노동인구의 88%를 고용하고 있으나 해당 업종의 2-3위를 했다가는 2-3년 안에 쓰러지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오종남 교수는 5월 9일의 KBS TV 아침 프로에 나올 예정인데 "노후대책을 미리미리 준비하자"는 강연을 하였다고 한다.
1시간 강의를 양인자 작사, 김희갑 작곡의 <그 겨울의 찻집> 조용필 노래로 시작(?)하였다는데 그 가사의 마지막 구절이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라 한다.
다시 말해서 젊어서 아무리 잘 먹고 잘 살았어도, "노년무전(老年無錢)"이면 허무하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다.

청계산 매봉에서 정상주를 마시는 동창들은 청계산 진달래꽃의 자태에도 취하였다

서울로 들어가는 송전탑이 즐비한 매봉 정상에서 우리 일행은 정상주(mountain top drink)를 마셨다.
다른 등산객들은 한 잔에 2천원씩 내고 막걸리를 사 마셨지만, 우리는 하 욱 동문이 준비해 온 양주를 치즈와 과일 안주를 곁들여 마시며 기분이 무척 고조되었다.
그것은 산길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진달래의 분홍 꽃빛에 미리 취해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진달래꽃 앞에서 포즈를 취한 동창들은 진달래 꽃터널 사이로 하산하였다

   산길에 활짝 핀 진달래                                Jindallae in full bloom  
   오래 전에 꽃나무를 심은 손길 덕분에                  Its planting hands made  
   산길을 걷는 우리의 얼굴도 붉게 물드네.               Today's hikers turn 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