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 같았던 독일 혼탕 체험기

"독일의 온천은 대부분 남녀 혼탕이야.
바덴바덴 같이 바드가 들어간 지명은 로마시대 이래 온천지로 개발되었다더군.
남녀가 벌거벗고 사우나도 하고 목욕도 하는 모습을 상상해 봐.
물 좋은 데가 따로 있는 건 아니고 OL들이 많이 찾는 목요일 저녁 시간대가 제일 좋지.
그렇지 않으면 할머니들에 둘러싸여 되레 관찰대상이 될 걸
."

1999년 봄 독일 출장을 떠나기 전에 경험있는 동료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과연 그러할까.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To see is to believe)이니 한 번 찾아가보는 수밖에.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한 그 다음날 저녁회식을 하는 자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놀림 반 충고 반으로 사우나도 하지 않고 떠나는 건 손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그 바람에 우리는 저녁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서둘러 마치고 현지 동료직원의 안내를 받아 바드-홈부르크(Bad-Homburg)에 있는 타우누스 테르메(Taunus Therme) 사우나(개장 9:00-23:00, 水金土는 24:00까지; 입욕료 2시간 기준 23마르크)를 찾아갔다.
사실 남녀 모두 벌거벗고 함께 사우나를 한다는 것에 야릇한 상상을 하면서 들어갔다. 소독처리를 한 물냄새는 우리나라의 여느 사우나탕이나 다름없었으나, 옷 벗어놓는 탈의실부터 분위기가 좀 달랐다. 사우나탕 안은 전혀 예상 밖이었다.

To See Is To Believe

바드-홈부르크 사우나 이날은 마침 월요일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붐비지 않을 정도의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건식(핀란드식) 또는 습식(유칼립스) 사우나, 족탕(뜨거운 물에 발만 담그는 좌욕)을 하거나, 온탕 훨풀에 들어앉아 있거나, 수영하고, 인공 태양등 밑에서 선탠을 하고 있었다. 아예 일본식 지붕 모양의 장식을 한 실내 바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입으로만 사우나를 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들은 상상했던 것과는 달리 완전 누드가 아니라 큰 타올을 몸에 두르고 이리저리 오가며 사우나를 즐기고 있었다. 몸에 흐르는 땀을 닦으러 잠깐 裸身을 드러내 보이기도 하였지만 전혀 음란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간혹 젊은 아가씨도 눈에 띄었으나 중요 부분을 꼭꼭 여며 전혀 틈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가릴 데를 가린 풋풋한 젊음 그 자체가 아름다움으로 느껴졌다.

아무리 친한 연인 사이라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신체에 손을 대지 않는 불문율이 건강해 보였다. 그동안 소문으로 들었던 프랑크푸르트 사우나탕의 외설적인 풍경은 듣는 이의 상상이 자아낸 것일 뿐 실제의 모습은 자신의 건강을 도모하기 위해 하는, 건전한 목욕문화라 할 만했다. 이 점은 우리 방문객들의 공통된 의견이기도 했다. 심지어는 우리나라에도 외국인 관광특구를 만들어 혼탕 사우나를 열면 장사가 잘 되겠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목욕이 끝난 후 맥주 한 잔을 마시며 휴식을 취하는 남녀의 모습이 탕 안이나 밖에서 크게 다를 바 없었다.

호기심 해결

로마제정 시대 때부터 개발된 독일의 온천지는 예외없이 바드(Bad)라는 이름이 붙는다. 그리고 게르만족의 습성으로 인해 바드-홈부르크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온천탕이 남녀 혼탕이다.
非게르만, 특히 앵글로 색슨계 국민들이 이에 대해 선입견을 갖고 비판적이지만 독일의 혼탕 사우나 안에서는 불미스러운 사고가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야한 상상을 하면서 두리번거리고 들어간 우리만 영락없는 촌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