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유럽 여행의 몇 가지 팁

2000년 7월 19일부터 29일까지 오랫동안 별러 온 가족여행(FIT)을 유럽으로 다녀왔다. 파리-인터라켄-베네치아-로마-베를린-암스텔담-런던으로 이어지는 강행군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고생인 자녀와 함께 유럽으로 가족여행을 떠난 목적은 아이들로 하여금 세계화 시대에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를 잘 해야겠다는 자각을 갖게 하고, 유럽 대도시의 박물관·미술관을 탐방하면서 세계의 역사와 선진문물을 견학하는 것이었다.

하이델베르크의 저녁놀이러한 관점에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된다.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를 시킬 때에도 영어로 의사소통을 해야 했으니 말이다. 또 각기 독립국가임에도 유럽통합 덕분에 각 도시를 여권검사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닌 것도 현지에서 직접 체험한 일이었다.

필자는 나름대로 사전정보를 충분히 입수하여 떠난다고 했지만 현지에 가보니 다음 몇 가지 사항은 미처 몰랐던 일이었다.

열차 예약
유럽 현지에서의 여행은 대개 유레일 패스(필자의 경우 가족여행이므로 유로패스 세이버패스)를 가지고 기차로 하게 된다. 방학기간 중에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유럽에 몰려들게 되므로 미리 좌석을 예약해 두는 것이 좋다. 야간열차의 경우에는 침대칸이든 쿠세트이든 예약이 필수적이다. 서유럽 각국의 열차 예약 시스템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처음 도착한 도시의 역에서 하면 된다.

필자의 경우 파리 리옹역의 국제매표창구에서 TGV를 제외하고는 예약에 실패하였으나, 스위스 로잔느 역구내의 인포메이션 데스크에서 여러 가지 코스를 설정해가며 친절하게 안내해준 덕분에 가장 만족할 만한 일정을 잡을 수 있었다. 물론 약간의 예약료가 수반되며 야간열차 침대칸의 경우 추가요금을 내야 한다.

숙소 예약
여행사의 주선을 받든, 아니면 인터넷을 이용하여 독자적으로 하든 출국하기 전에 예약을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관광시즌에 현지에서 호텔 방을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우에는 여행사가 주선해준 호텔을 바우처를 들고 찾아다녔는데 정상 요금의 할 인을 받을 수 있는 데다 늦게 도착하더라도 예약이 취소되지 않아 편리하였다.

물론 투숙 호텔의 위치를 '별 세 개 이상', '기차역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 등으로 조건을 붙여 주문하여야 한다. 파리는 개선문 부근, 로마는 테르미니역 부근이 교통편, 식사 면에서 좋을 것 같다. 유럽 대륙의 호텔에서는 시리얼과 우유, 크롸상과 카페오레, 주스, 삶은 계란 등의 아침식사(continental breakfast cold meal)를 제공하는데 물론 식대가 가산된다.

할인 혜택
각종 할인 혜택을 예상하고 국제학생증을 만들어 가지고 떠났는데 거의 소용이 없었다. 대부분의 박물관이 18세 미만의 미성년자 외에는 학생에 대한 할인혜택이 없음을 게시하고 있었다. 또 학생 할인혜택이 있더라도(바티칸 박물관의 경우) 26세로 연령을 제한하고 있었다. 그보다는 파리의 경우 뮤지엄 패스(1일 80프랑)를 구입하여 어느 박물관(개선문 테라스 포함)이든지 표 사느라 줄서지 않고 입장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다.

하루 이틀 동안 관광을 하는 경우에는 시내 교통편(메트로, 버스, 전차)의 패스(1일, 2일, 3일 등)를 구입하는 것이 편리하고 경제적이다. 필자의 경우 파리에서는 2일 짜리 파리-비지트 패스(1일 55프랑, 2일 90프랑, 3일 125프랑, 5일 175프랑)를 끊어 사방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어느 곳에서나 탑승권, 입장권을 구입할 때 가족임을 밝히면 적잖은 할인혜택을 볼 수 있었다. 가장 혜택을 많이 본 것은 융프라우요흐에 올라갈 때였다. 한국에서 할인권을 가지고 가면 159프랑 짜리 등산철도(유레일 패스가 적용되지 않음) 승차권을 110프랑에 구입할 수 있는 줄로만 알았는데, 인터라켄 오스트 역에서는 16세 미만의 자녀를 동반하는 경우 여권을 확인하고 단돈 20프랑에 그것도 1년간 유효한 승차권을 주는 것이었다. 실제로 유럽 각국은 가족 단위로 여행을 다니거나 박물관을 탐방하는 것을 적극 권장하고 있었다.

시내 관광
유럽의 대도시에는 시티투어 프로그램이 있게 마련이므로 여행안내소에서 충분한 정보를 입수하여 가장 재미있고 경제적인 코스를 선택하도록 한다. 필자의 경우 로마와 베를린, 런던에서는 시티투어를 이용하였는데 자기가 원하는 관광지에서 내려 얼마든지 구경을 하고 다음 차를 탑승할 수 있어(unlimited hop-on and hop-off) 매우 편리하였다.
- 로 마: 테르미니역 앞의 110 Atac 시영버스 1인당 15천리라
- 베를린: 쿠담 거리의 City-Circle Sightseeing Bus 35마르크
- 런 던: 빅토리아 역앞 및 주요 가도의 Big Bus 정류장 15파운드(템즈강 크루즈 포함)

옷차림
바티칸 주요 도시의 성당 특히 바티칸의 산 피에트로 성당을 방문할 때에는 점잖은 차림을 해야 한다. 바티칸의 경우 수많은 자원봉사자와 보안요원들이 어린이를 제외하고는 반바지, 소매 없는 옷, 미니스커트 차림의 입장을 막고 있었다. 필자의 경우 반바지 차림의 큰 아이(고1) 입장을 막는 바람에 필자 먼저 구경을 하고 나중에 화장실에서 큰 아이에게 옷을 갈아 입혀 성당 안으로 들여보냈다.

환 전
서유럽에서는 영국과 스위스를 제외하고는 단일통화인 유로화로 가격이 게시되고 또 통용된다. 그러나 현재 유통되고 있는 유로화 지폐나 동전이 없으므로 현지 통화를 구하여 사용해야 한다. 특히 새벽에 도착하는 경우에는 맥도널드나 화장실에 가기 위해서라도 소액의 돈이 필요하다. 맥도널드는 세트메뉴가 4천원 안팎이며, 화장실 이용은 대체로 무료이지만 로마에서는 1천리라, 암스텔담 20센트, 런던 20페니히씩 내야 한다. 특히 런던에서는 개찰구 식으로 동전을 집어넣어야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있다.

필자의 경우 미리 전부 환전하지 않고 첫 나라의 통화만 일부 바꾸고 나머지는 100유로 T/C를 갖고 갔다. 현지에서 쓰고 남은 지폐를 조금만(10달러 상당) 바꾸고 다음 목적지에 도착하여 쓸 만큼 환전하였다. 다른 나라에서 전부 환전하는 경우에는 일단 현지통화로 바꾼 다음에 이중으로 환전하게 되므로 비경제적이다. 환전소가 여럿 있는 경우에는 코미션이 얼마인지 서로 비교하여 유리한 곳에서 환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동전은 다른 나라로 이동하기 전에 생수나 음료, 잡지를 사는 식으로 전부 써버리도록 한다.

[ 追 記 ] 2002년 1월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EU회원국 중 독일, 오스트리아, 벨기에, 스페인, 핀란드, 프랑스, 아일랜드, 이탈리아, 룩셈부르그, 네덜란드, 포르투갈, 그리스 등 12개국에서는 유로화만이 통용된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현금인출이 가능한 국제 VISA/Master 신용카드를 들고 나가 어느 곳이나 도심 거리에 산재해 있는 ATM을 이용하면 된다. 소액으로 인출해 쓰게 되므로 잔돈처리에 신경 쓸 필요 없으며, 요즘은 대체로 원화가 강세이므로 귀국 후에 원화로 결제하게 되어 훨씬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