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돌프 허스트의 꿈 - 언덕 위의 캐슬

16세기 스페인 성당 양식의 허스트 캐슬의 본관 큰 꿈을 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의 모습은 아름답다.
랜돌프 허스트(William Randolph Hearst 1863-1951)도 그러한 사람이었다. 그는 은광 개발로 큰 재산을 모은 아버지 덕분에 어려서부터 방학 때면 아버지의 드넓은 목장(ranch) 곳곳에 텐트를 치며 탐험하듯이 돌아다녔다고 한다. 그리고 십대 초반에는 역사교사를 한 모친과 함께 유럽의 여러 문화유적을 찾아다니는 호사를 누렸다(아이맥스 영화 허스트 전기 "Dream"의 장면). 여기까지는 19세기 말 20세기 초 유럽에 유학하였던 미국 부유층 자제들과 별로 다르지 않다.

그러나 허스트는 좀 독특했다.
그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24만 에이커의 목장 언덕 위에 유럽에서 인상적으로 보았던 스페인 성당과 같은 집(castle)을 짓고 싶었다.
그는 꿈을 이룰 만한 재산이 있었고 꿈을 구체화해줄 수 있는 건축가(Julia Morgan)도 알게 되었다. 그 결과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안젤레스의 정확히 중간 지점인 캘리포니아 해변가 샌시먼(San Simeon)의 광대한 목장 언덕 위에 그의 캐슬(Hearst Castle)이 자리잡고 지금도 으리으리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다.

San Simeon 부근의 Pacific Coast Highway와 해변가 허스트 캐슬의 광대한 랜치 캘리포니아 주립공원 랜치 언덕 위의 허스트 캐슬
허스트 캐슬의 태평양 쪽 풍경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는 관광객들 허스트 캐슬의 베란다에서 내다본 전망

그는 생전에 언론왕국을 이루었고, 그가 가진 재산을 쏟아 부어 그가 꿈꾸었던 캐슬을 건설하였다.
1919년부터 1947년까지 건물을 지었다가 맘에 들지 않으면 부수고 새로 짓기를 반복했다. 실제로 허스트가 자신만의 캐슬을 꾸미기 위해 들인 노력은 매우 변덕스러웠다고 한다. 그는 엄청난 부를 가졌기에 줄리아 모건으로 하여금 새로 바뀐 아이디어를 다시 설계하게 하고 즉각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오죽하면 사람들이 "하나님이 돈이 있었으면 지었을 저택"이라고 하였을까. 우리가 전에 구경하였던 밴더빌트 맨션이나 뉴포트 맨션보다 디테일한 면에서 앞서는 것 같았다.

허스트 캐슬의 게스트하우스 게스트하우스의 전망이 좋은 침실 게스트하우스 앞에서 설명을 듣는 관광객들
허스트 캐슬의 본관 앞의 넵튠 풀장 로마 양식의 넵튠 풀장 주위 조망이 탁월한 넵튠 풀장

허스트 캐슬 앞에 있는 넵튠 풀장은 주변 풍경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자리에 있다.
나중에는 로마풍 열주를 세워 마치 고대 로마와 같은 분위기를 살렸다. 주정부 공무원인 가이드 설명에 의하면 영화 로케이션 제의가 많았지만 오직 로렌스 올리비에, 커크 더글러스 주연의 스파르타카스(Spartacus 1960년)의 한 장면(25초)에만 허용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목장에는 사설 동물원을 만들어 마치 아프리카 사파리를 온 것처럼 얼룩말, 사슴, 기린 등을 방목했다.

허스트 캐슬 본관의 응접실 허스트 캐슬 본관의 격조높은 다이닝룸 로마 양식의 화려한 실내 풀장

허스트는 1920년 대통령의 꿈이 멀어지자 아들 다섯을 낳아준 부인을 멀리 뉴욕으로 내치고 34년 연하의 영화배우(Marion Davies)를 정부로 맞아 그의 캐슬에서 거의 매주 파티를 열고 지냈다.
그의 캐슬에는 캐리 그란트, 찰리 채플린과 같은 영화배우와, 캘빈 쿨리지 대통령, 윈스턴 처칠 같은 정치가들이 자주 초청을 받았는데, 주말에 누가 허스트 캐슬의 초대장을 받을지 화제가 될 정도였다. 1920-30년대 그의 행적은 매우 유별나 헐리우드의 오손 웰즈는 1941년 그를 모델로 한 "시민 케인"(Citizen Kane)이란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그는 해변 쪽 랜치에 1km가 넘는 활주로를 만들어 놓고 DC-3기로 손님을 나르거나 용무가 있으면 직접 비행기를 타고 출장을 다녔다. 그러나 허스트가 여러 차례 시도하였음에도 이루지 못한 꿈이 있었다. 그는 수많은 언론매체를 장악하고 있었음에도 미국 대통령의 꿈을 이룰 수 없었다. 또 나이가 들자 캐슬에 더 이상 머물 수 없어 도시로 떠났다.

허스트 캐슬의 정원 허스트 캐슬 정원의 조각 허스트 캐슬 정원에서 쉬고 있는 필자

그의 사후 그의 유족은 더 이상 캐슬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보고 캘리포니아의 여러 대학과 주 정부에 기부할 뜻을 밝혔다. 랜치의 일부 시설은 자손들이 계속 이용할 수 있다는 조건을 붙였다.
모두가 난색을 표한 가운데 새로 취임한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이에 관심을 보여 그의 캐슬은 1957년 캘리포니아 주립공원(State Park: Historical Monument)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그래서 허스트 캐슬을 보려면 인터넷 사이트(http://www.hearstcastle.com/) 또는 전화로 입장권을 예매(성인 $24, 허스트 캐슬에 관한 National Geographic 아이맥스 영화 관람료 포함)해야 하는데 취소할 겨를도 없이 늦게 도착하면 냉정히 입장을 거절하는 마치 관공서 같은 분위기마저 풍겼다.

천연가스 버스를 타고 허스트 캐슬까지 올라간 관광객들 허스트 캐슬을 찾은 관광객들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는 관광객들

허스트 캐슬은 여러 진품, 명품, 명화의 컬렉션이 진열되어 있는 본관 2층, 3층이 볼 만하다고 하는데 바깥 정원과 1층만 둘러보기(Tour I)에도 바쁜 초행의 방문객으로서는 그럴 기회를 갖지 못하였다.
허스트 컬렉션 중 귀중품은 대부분 박물관으로 옮겨졌으나 명품, 명화를 보려면 다시 입장권을 사서 본관 2,3층을 둘러보는 Tour II에 참가해야 한다. 그밖에 본관과 게스트하우스의 침실과 내실, 식당을 주로 돌아보는 Tour III, 캐슬 정원과 와인 창고를 구경하는 Tour IV, 봄.가을철 저녁에 실제 파티기분을 낼 수 있는 Tour V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