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가스를 석권한 태양의 서커스

사람들은 라스베가스에 무엇을 하러 가는가?
그곳은 도박이 합법화된 곳이기에 카지노에 가서 슬랏 머신이나 포커나 룰렛을 하려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아니면 Comdex 같은 첨단산업 전시회나 컨퍼런스에 참석하러 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도 LA에서 자동차로 5시간 이상 걸리는(464km) 곳에 있는 라스베가스를 찾아갈 때까지는 갬블링이나 컨퍼런스 외에는 다른 것을 생각하기 어려웠다.

LA 도심에서 프리웨이 10번과 15번을 타고 바스토우(Barstow)를 거쳐가는 코스는 비교적 단조롭지만 모하비 사막(Mojave Desert)을 통과해야 하는 자못 지루한 여정이다. 베이커(Baker)에서 내륙 쪽으로 좀더 들어가면 데쓰벨리(Death Valley)가 나오고, 직진하여 네바다주로 접어들면(Primm) 상당히 큰 아웃렛 몰이 나타난다.

멀리서 바라다 본 라스베가스는 마치 사막 위의 신기루(mirage)와 같았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사막 한 복판에 어찌하여 수많은 대형 카지노 호텔이 즐비하고 밤이면 휘황찬란한 야경이 펼쳐지는지, 그 많은 관광객들과 도박꾼들이 뭐 하러 몰려드는지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라스베가스에 머물면서 호텔마다 벌어지는 각종 쇼와 진기한 볼거리를 보고서 자연히 알게 되었다. 관광객이나 방문객들은 다른 곳에서는 결코 체험할 수 없는 것을 라스베가스에 와서 보고들을 수 있었다. 그 목적이 가족여행이든 컨퍼런스 참석이든 라스베가스가 아니면 얻을 수 없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벨라지오 호텔의 분수 쇼 트레저 아일랜드 호텔의 해적 쇼 미라쥐 호텔의 화산 쇼

호텔마다 특징이 있는 쇼를 보여주는데, 벨라지오 호텔의 경우 바깥 호수의 분수 쇼와 함께 "O"쇼(프랑스어로 '물'[l'eau]이란 뜻)가 자랑이었다.
몇 주 전에 예약을 하고 제일 좋은 오케스트라 석에서 관람한 "O"쇼는 기대 이상이었다. 20m 높이에서 다이빙할 수 있을 정도의 수심이 있는 수조 안과 위에서 온갖 진기한 율동의 싱크로나이즈(synchronized swimming)와 수영, 곡예, 다이빙을 보여주었다.

김위찬-르네 마보안 교수는 [블루 오션 전략]에서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는 전통적인 서커스 공연과는 컨셉이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시르크 뒤 솔레유는 사자, 코끼리 같은 동물이나 조련사를 빼고 대신 곡예와 무용, 음악에 서로 연결된 스토리를 집어넣었으며, 타깃을 어린이가 아닌 성인을 대상으로 세련된 라이브 뮤직과 조명을 추가하여 어른들에게 꿈과 환상, 고급문화와 서정성을 선사하였다고 말했다. 그리 함으로써 비싼 입장료를 받으면서도 경쟁이 없는 무한 시장을 개척하는 데 성공하였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시르크 뒤 솔레유는 라스베가스의 여러 대형 카지노 호텔에서 동시에 KA(MGM), Mystere(Treasure Islands), Zumanity(New York-New York), Beatles Love/Revolution(Mirage) 등의 공연을 벌이고 있었다. 적어도 이들에 관한 한 서커스가 사양화되었다는 말은 틀려 보였다.

Cirque du Soleil 'O' Show 비틀즈 곡을 소재로 한 쇼 Love 서커스 같은 성인 쇼 Zumanity 비틀즈 곡을 소재로 한 성인 쇼 Revolution

무엇이 그들을 이토록 인기있게 만들었을까?
나는 "O"쇼를 보면서 그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첫째는 서커스가 아니라 뮤지컬을 보는 것 같게 만든 발상의 전환이었다. 소재는 서커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곡예와 공중그네, 불(fire)쇼 같은 것이었지만 여기에 물 속에서 할 수 있는 수영과 다이빙, 싱크로나이즈를 추가하고 아름다운 음악을 곁들여 관객들을 환상의 세계로 인도하였다. 한쪽 발코니에 서 있던 가수가 공연 도중에 배우들과 같은 의상을 입고 무대에 등장하여 노래를 부름으로써 긴박감을 더하기도 했다.

Synchronized Swimming Duo Trapeze: 안전띠도 없는 2인의 공중그네 곡예 Bateau: 돛단배의 파선 Fire: 불 쇼

둘째는 많은 시설투자를 하여 각종 기계장치가 돌아가면서 쉼없이 새로운 무대가 펼쳐지도록 꾸몄다.
"O"쇼의 경우 싱크로나이즈를 하다가 물 없는 무대로 바뀌고 이내 깊은 물 속으로 고공 다이빙을 하는 순서로 이어졌다. 그때마다 천정과 무대 위에서는 각종 장치와 조명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예를 들어 배(Bateau)라는 순서에서는 공중에 돛 단 배가 미끄러지듯 나타난다. 배의 용골과 늑골에서는 8-9명의 서커스 단원이 온갖 묘기를 보이다가 마지막에는 차례로 점프하여 밑으로 떨어진다. 이 배를 움직이는 장치가 천정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지만 그 자체도 드라마 속의 순서로 보인다. 관객들은 아름다운 항해를 준비하고 출항에 나섰으나 거센 풍랑에 휩쓸려 배가 부서지고 모든 선원이 바다로 떨어지는 장면을 연상할 수 있었다.

셋째는 놀라운 입소문이었다. 우리도 라스베가스에 가서 "O"쇼나 KA를 꼭 보아야 한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기 때문이다. 나로서도 블루 오션 전략의 실제 사례를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객석에 물 냄새와 클로르칼키 냄새가 풍겼으나 이 같이 다채로운 공연은 고액의 입장료($99, $125, $150의 3종 +10% tax)가 전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우리 가족이 묵은 룩소르 호텔에서 내다 본 풍경. 멀리 라스베가스 국제공항이 보인다 자스민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도중 창밖으로 펼쳐지는 분수 쇼 75% 할인을 내세워 라스베가스에 오가는 관광객을 유혹하는 프림 아웃렛몰

※ Cirque du Soleil "O" Show는 벨라지오 호텔의 예약 사이트를 통해 공연이 없는 날을 피해 온라인으로 예약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나는 이 사이트를 통해 벨라지오 호텔에서 홍콩식 디너를 하는 Jasmine Pre-theatre Package를 예약하였는데, 식사를 하면서 바로 눈 앞에서 분수 쇼가 벌어지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