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도에 다녀와서

1999년 3월 조사부의 산업시찰 여행에 참가했다. 광양제철소와 거제도 삼성조선소를 둘러보는 짧은 여정이었지만, 도중에 예정에도 없이 들렀던 거제 외도(外島) 해상농원은 마치 "샹그리라"(Shangri-La; '잃어버린 지평선'에 나오는 낙원)처럼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그곳은 사계절 푸른 열대나무와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해 있는 모습이나 해상농원이 조성된 연혁이 바로 '환상의 섬'(Fantasy Island) 그 자체였다.

해금강 옆 환상의 섬

해금강 삼성조선소 시찰을 마치고 '바다의 금강'이라는 말에 큰 기대를 걸고 떠난 거제 해금강 선유에서 우리 일행은 갑자기 높아진 파도에 심한 현기증을 느꼈다. 일부 직원은 배멀미를 하기도 했다. 해금강을 한 바퀴 돌고 난 유람선 선장은 보너스로 외도 해상농원으로 우리를 인도하겠다고 말했다. 뱃길로 15분쯤 바다물살을 가르고 가자 섬 선착장에 당도했다. 멀리서는 몰라보았으나 거제와 통영 여러 곳에서 온 유람선 여러 척이 잇달아 관광객들을 내리고 또 태우고 있었다.

선착장에 발을 딛고 나니 가까스로 멀미를 면했다는 안도감과 함께 "아니 어떻게 이런 곳에 아름다운 자연공원이 있었나" 하는 놀라움이 엄습했다. 거제도 앞 외딴섬 5만여 평에는 7백여 종의 열대나무와 형형색색의 꽃들이 아름다운 자태와 그윽한 향기를 뽐내고 있었다.

안내원의 설명에 의하면 처음에는 밀감나무 수 천 그루와 방풍림을 심었으나, 밀감나무는 몇 년이 못되 다 말라 죽어버리고 그 주변에 심었던 동백, 편백, 종려 등 아열대성 나무들만이 숲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섬 주인은 할 수 없이 감귤 재배는 포기하고 열대나무들을 계획적으로 심고 가꾸어 1시간 여의 산책 코스로 조성하였다고 한다. 이들 숲길은 주제별로 배치되어 온갖 새들이 깃들이고 아름다운 녹음과 꽃들로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었다.

이국적인 숲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갖가지 선인장을 가꿔놓은 정원과 비너스 조각공원이 나오고, 섬의 모퉁이를 돌아가면 저 멀리 대마도가 보이는 전망대가 나타났다. 미로와 같은 산책로 끝에 자리잡은 '천국의 계단'은 인공적으로 꾸며진 편백나무의 수형(樹形)이 하나의 예술작품을 방불케 하였다.

역경 속에서 일군 기적의 섬

물론 이 섬은 처음부터 지상낙원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외도 해상농원 설명자료에 의하면 1967년 동대문시장에서 직물도매업을 하는 이창호(65) 사장이 처음 이 섬에 왔을 당시에는 섬까지 오는 데만 하루가 걸렸다고 한다. 그후 선착장을 건설할 때에는 네 차례나 태풍에 구축물이 휩쓸려 가 농원건설은 거의 절망적이었다. 당시 대여섯 가구에 불과한 주민들도 뭍으로 떠날 채비를 하고 있어 인부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외도에서 한편 이 사장의 부인 최호숙씨는 청계천 고서점에서 외국서적을 구해 조경술을 독학했다. 그렇지만 땅을 파고 나무를 심고 애써 만들어 놓은 여러 시설들이 폭풍우가 몰아닥치고 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기 일쑤였다. 힘들여 만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때의 절망감이란 이루 형언키 어려웠다. 이 사장 부부는 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 절실히 깨닫고 전적으로 절대자에게 의지하고 매달리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그 무렵부터 신앙생활을 시작한 이 사장 부부는 노동을 통해 창조의 기쁨을 배우고, 거친 자연과 싸우는 과정에서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키우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피땀 흘려 가꾼 만큼 그 결과는 기대 이상으로 알찬 것이었다. 1994년 4월 주식회사 법인 형태로 바꾸고 한려수도 해상공원과 연계시켰다. 거제도를 찾는 관광객들이 편리하게 방문할 수 있도록 모든 유람선이 1시간 정도 기착하도록 했다. 그리고 관광객 1인당 4천원(해상공원 입장료 1천원 포함)의 입장료를 받기로 했다. 외도에까지 와서 술 마시고 떠들고 노는 관광객들과의 실랑이도 끊이지 않지만, 이씨 부부는 매년 봄 여름에 외도를 찾아오는 수많은 관광객들 속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 아직 외도에는 관광객을 위한 숙박시설이 없다.

무릇 역경이 없는 성취란 큰 의미가 없는지도 모른다. 외도를 만들고 가꾼 그들에게 당초 의도했던 것과는 달리 나타났지만 이 사장 내외는 현실로 아름다운 세계를 건설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