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저지 펠리세이즈 파크웨이

GW Double-deck Bridge 맨해탄에서 뉴저지로 건너가는 조지 워싱턴 브리지에 진입할 때 상단(upper deck) 맨오른쪽 차선을 취하면 펠리세이즈 파크웨이(Palisades Parkway)로 곧바로 연결된다. 파크웨이란 이름처럼 중앙분리대가 숲으로 나뉘어 있는 4차선의 매우 아름다운 승용차 전용도로이다.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 이렇게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를 달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뉴요커들은 福이 많다.

'펠리세이드'란 본래 울타리, 방책이라는 뜻인데 복수의 고유명사(the Palidades)로 쓰일 때에는 허드슨강 서안에 남북으로 15마일 뻗어 있는 암벽을 가리킨다. 뉴저지쪽 계곡에서 가파르게 올라간 고지대에 고속도로가 건설되었는데, 바로 옆으로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허드슨강을 향해 급히 떨어져 내린다. 펠리세이즈 파크웨이 군데군데 자리잡은 전망대(Lookout)에서 허드슨강을 내려다보면 갈매기가 저 밑으로 날아가는 게 보일 정도로 까마득히 높이 솟아 있다.

펠리세이즈에는 역사적인 사연이 있다. 독립전쟁 당시 영국 함대가 허드슨강을 통과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조지 워싱턴 휘하의 리 장군이 절벽 위에 포대를 쌓았으나(조지 워싱턴 브리지의 뉴저지 쪽 [포트 리]라는 지명이 여기서 유래했다) 도리어 이편 절벽 밑에 바짝 붙어가는 콘월리스 장군의 영국 함대를 요격할 수 없었다고 한다. 결국 워싱턴 군대는 1776년 크리스마스 무렵 얼어붙은 델라웨어江을 건너기까지 영국군으로부터 숨가쁜 추격을 당하였다.

펠리세이즈 파크웨이는 대공황 당시 뉴욕과 뉴저지 주정부가 펠리세이즈 인터스테이트 파크를 공동개발하면서 그 일환으로 건설되었다. 아름다운 자연을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 주변의 산과 호수가에 조성된 레크레이션 구역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었다. 인구의 증가, 문명의 발달로 자연의 개발이 불가피할 때 개발을 최소화하면서 자연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대안을 모색했던 것이다.

팰리세이즈 파크웨이의 가을 단풍 이 길은 산과 계곡을 타고 달리는 만큼 오르내리는 비탈이 많고 고속도로 치고는 굴곡이 상당히 심한 편이다. 따라서 제한속도가 50 또는 55마일이지만 이를 지키는 운전자는 거의 없다. 그래도 요소요소에서 순찰차가 감시하고 있으므로 내리막길에서 멋진 활강(?)을 즐기려면 딱지 뗄 각오를 해야 한다. 제한속도 50마일 지역에서는 좀 달렸다 싶으면 20마일을 초과하기 일쑤이므로 벌금도 100달러가 예사이다.

경찰은 사냥꾼처럼 잠복해 있다가 지그재그로 질주하는 차량을 발견하면 경광등을 번쩍이며 달려든다. 91년 여름 파크웨이 폴리스맨이 절도, 직무유기로 구속된 일이 있었다. 그의 죄목은 고장난 차를 돕는 체하고 차안에 있는 귀중품을 집어가거나 마약사범 단속을 빙자하여 정당한 절차를 밟지 않고 돈을 압수, 착복한 일이었다. 그는 결국 피해자들의 진정에 접한 수사관의 함정수사에 걸려들었는데 너구리, 사슴이 노니는 파크웨이 주변에 얼마전까지만 해도 사나운 인간 맹수가 배회하고 있었던 셈이다.

펠리세이즈 파크웨이는 여러 갈래 지름길을 제공한다. 락클랜드나 해버스트로에 골프 치러 가는 사람, 우드베리, 내누잇 등지로 쇼핑하러 가는 사람, 업스테이트로 여행 떠나는 사람들이 애용하는 길이다. 따라서 일주일의 시간대에 따라 차종과 속도가 달라진다. 월요일 아침에는 맨해탄 방면의 하행선이 출근하는 고급차량들로 메워진다. 평일의 한낮에는 쇼핑 외출에 나서는 한가로운 차가 주류를 이룬다. 토요일 오전에는 어디론가 놀러가는 스포츠카와 레크레이션 비히클(RV)들이 상행선에 줄을 이어 달린다. 일요일 오후의 하행 차선으로 차를 모는 사람들은 피곤에 지친 모습이 역력하다.

팰리세이즈 파크웨이의 가을 단풍 아무리 좋은 길도 달리다 보면 끝나게 마련이다. 총연장 37마일의 펠리세이즈 파크웨이도 40분쯤 달리다 보면 서클을 만나면서 끝이 난다. 신호등 없는 고속도로 구간을 떠나는 게 좀 아쉽지만 경치가 펠리세이즈 파크웨이 못지 않게 아름다운 나인 더블유(9W), 웨스트 포인트로 가는 길을 만나게 된다. 그전에 19번 엑시트로 나가면 우람한 산세와 호수의 빙하기 지형을 조감할 수 있는 베어마운틴으로 올라갈 수 있다. 또 18번 엑시트로 빠지면 역시 서클을 통과하면서 아름다운 호반을 감상할 수 있는 세븐 레이크 드라이브나, 값싸고 아기자기한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우드베리 카먼으로 가는 6번 도로를 탈 수 있다. 이렇게 종착지에서 더 멋진 길을 찾아갈 수 있다는 게 펠리세이즈 파크웨이의 또다른 매력이다.

하이웨이와 로칼 로드로 여행을 할 때마다 빨리 가고 천천히 가고, 때로는 막히기도 하는 과정이 우리의 인생살이와 비슷함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펠리세이즈 파크웨이는 약간의 기복은 있으나 시종일관 경치가 좋은 고속도로이다. 더욱이 길이 끝나고 나서도 험한 길을 만나지 않고 또 다른 좋은 길로 접어들게 된다. 펠리세이즈 파크웨이의 뉴저지쪽 일부 구간은 록펠러가의 소유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펠리세이즈 파크웨이를 달릴 때면 마치 天福을 누리며 곱게 나이든 白人 할머니를 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