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프로방스'에서 맛있는 음식 즐기기

프로방스 음식은 파리의 일류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예술적으로 치장된 음식들처럼 보기에 산뜻하진 않지만 영양과 정이 듬뿍 담긴 전형적인 시골음식이다.

계절의 요리 재료

특히 여름철 음식은 맛이 있기로 정평이 나 있다. 재료야 특별할 것도 없지만 프로방스의 뜨거운 햇빛을 피해 시원한 그늘에 앉아 먹는 음식은 더위를 잊게 하고도 남는다. 그 재료만 열거해 보자. 멜론, 복숭아, 아스파라거스, 호박, 가지, 고추, 토마토, 아이올리, 부야베스(남프랑스 지방의 생선요리), 기막힌 맛의 올리브 샐러드, 멸치, 다랑어, 삶은 계란, 기름을 발라 번들거리는 갖가지 색의 양상추를 깐 위에 올려놓은 얇게 저민 감자, 신선한 염소젖으로 만든 치즈.

그런데 겨울은 겨울대로 몸을 훈훈하게 해주고 힘을 돋워주는 훌륭한 메뉴가 있다. 멸치와 버섯, 치즈를 듬뿍 넣은 피자. 토끼와 멧돼지 고기로 만든 파테(잘게 썬 고기를 양념하여 질그릇에 끓여서 그대로 식혀 먹는 요리), 마르(포도 찌꺼기로 만든 브랜디)를 가미한 돼지고기 테린느(단지에 넣어 보존한 고기), 통후추 열매가 점점이 뿌려진 큰 소시지와 토마토 소스에 적신 자그맣고 달콤한 양파 요리, 야생버섯에 둘러싸인 까만 육즙 소스가 뿌려진 구운 오리 요리(마그레트), 토끼고기 스튜, 올리브 기름에 마늘을 넣고 튀긴 빵조각 넣은 야채 샐러드, 아몬드 케이크 등.

외식하는 즐거움

프로방스의 레스토랑 프로방스 산골벽지의 식당에서도 적은 돈으로 진미를 맛볼 수 있다. 보뉘유에서 16 킬로미터쯤 떨어진 첩첩산중의 뷔유 마을에 있는 루브 식당을 소문만 듣고 찾았을 때에도 놀라운 경험을 했다.

우리는 110프랑(1만8천원 상당)짜리 요리를 주문했다. 일요일에만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젊은 아가씨가 큰 쟁반을 들고 와 열 네 가지 요리를 식탁에 늘어놓았다. 아티초크(엉겅퀴), 버터에 구운 자그만 정어리, 향료 뿌린 타불레(밀가루, 파슬리, 박하, 양파, 다진 토마토를 넣은 후 올리브 기름과 레몬 주스를 쳐서 먹는 요리), 크림 소스를 얹은 대구, 마리네이드 소스에 적신 버섯, 새끼 꼴뚜기, 타페나드, 신선한 토마토 소스에 담근 자그만 양파, 샐러리와 이집트 콩, 무와 체리 토마토, 차게 요리한 홍합, 날라 온 접시들 맨 위에 얇게 썬 파테 조각과 작은 오이들, 올리브와 고추 요리가 담긴 접시들이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고 얹혀 있었다. 빵은 껍질이 바삭바삭했다. 얼음 통엔 백포도주가 담겨 나왔고, 샤토눼프 뒤 파프 한 병도 한쪽에서 숨을 쉬고 있었다.

주요리가 나왔다. 마늘로 요리한 얇게 썬 포도주빛 양고기. 어린 강낭콩과 금빛 감자와 양파로 만든 케이크였다. 샤토눼프 뒤 파프는 '맛을 보장하는 포도주'라는 식당 주인이자 주방장인 모리스의 말대로 그윽하고 짜릿한 맛이었다. 포도 잎사귀에 싸여 촉촉한 맛이 그대로 살아 있는 바농산 치즈에 이어 세 가지 맛과 감촉의 디저트가 나왔다. 레몬 소르베, 초콜릿 얹은 타트, 접시 가득 넘치는 생크림, 커피에 이어 지공다스산 랜디 한 잔, 모두 만족스런 한숨을 내쉬었다.

프로방스의 전통적인 식사 이렇게 평온하고 느긋한 환경에서, 이렇게 포식할 수 있는 곳이 이 곳 말고 세상에 또 어디 있을까? 어쩌면 이탈리아라면 있음직 하지만, 결코 많지는 않을 것이다. 지나친 실내장식으로 어지러운 런던 식당의 테마 요리와 괴이한 가격에 길들여진 친구들에게 모리스의 식당은 하나의 놀라움이었다. 그것은 늘상 식도락을 즐기는 프랑스 사람을 서브해야 하는 식당과 어쩌다 한 번 외식을 하는 영국 사람에게 단순히 먹는 것 이상의 기억을 남길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하는 식당의 차이점이라고 생각했다.

모리스가 다가오더니 자신의 요리가 만족스러웠는지 물었다. 그가 자리에 앉더니 계산서에 값을 적어 넣었다. 650프랑을 조금 넘는 가격이었다. 런던의 풀햄에서 두 사람이 좀 근사한 점심을 먹고 지불할 정도의 가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방스 사람들은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먹는 것을 즐기며 느긋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라는 믿음이 들었다.

빵을 고르는 법

프랑스에서는 빵도 예술이 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프랑스에 살게 되면서 빵집(patisserie & confiserie) 애용자로 변했다. 매일 빵을 고르고 사는 일이 몹시 즐거웠다. 대부분의 빵집들은 대량 생산된 슈퍼마켓의 빵과는 구별되는, 자기 가게만의 솜씨가 깃든 빵을 구어 낸다. 전통적인 모양에 약간씩 변형을 주기도 하고 빵 표면에 나선형 장식을 넣기도 하는데, 아무튼 빵 굽는 예술가들은 모양에 공을 들여 자신의 작품임을 표시한다. 얇게 잘라 포장되어 나오는 기계로 만든 빵 따윈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카바이용(프로방스 아비뇽 부근의 소도시)에 있는 열일곱 군데 제과점 중에서 '빵의 성전'이랄 수 있는 셰 오제 빵집을 소문을 들어 찾아갔다. 날씨가 따뜻할 때면 탁자와 의자들을 가게 바깥 보도로 내놓고, 카바이용의 사모님들이 앉아 뜨거운 초콜릿 아몬드 비스킷, 딸기 파이를 먹으면서 점심이나 저녁에 먹을 빵을 고를 수 있게 해준다. 카운터에 놓여 있는 가이드북 [카르트 데 뺑]은 선택의 수고를 덜어주었다.

이 책에 의하면 아페리티프와 어울리는 것으로는 '토스트'란 이름의 자그만 네모진 빵이나, 잘게 다진 베이컨을 얹어 먹으면 풍미가 더할 뺑 쉬르프리즈, 냄새 좋은 페이예 살레(소금 간한 얇은 빵) 가운데서 고르면 된다. 그러나 식단 자체를 선정하고자 할 땐 빵 고르는 일이 좀더 복잡해진다. 예를 들어, 크뤼디테(날 것 요리)로 시작하고 싶다고 하자. 이 경우 곁들여질 수 있는 빵에는 네 가지가 있다. 양파 빵, 마늘 빵, 올리브 빵, 양젖 치즈 빵. 그러나 해산물 요리라면 얇게 썬 호밀 빵 한 가지만 추천된다.

샤르퀴트리(돼지고기)와 함께 먹을 수 있는 빵은 따로 있다. 거위 간, 수프, 붉은 살코기와 흰 살코기, 깃 달린 짐승과 털 달린 짐승, 훈제고기, 야채 샐러드, 믹스트 샐러드, 굳기에 따라 구분되는 세 종류의 치즈 등과는 어떤 빵을 곁들여 먹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간결하게 정리되어 있다. 빵의 종류도 수십 가지나 된다. 오제 빵집에서는 백리향 빵에서부터 후추 빵, 견과류 넣은 빵, 밀기울 넣은 빵까지 갖가지 빵을 날마다 구워내고 있었다.

오제의 주인 마담은 메뉴의 다섯 가지 코스에 따라 각기 다른 빵을 제공하는 주방장이 있는 레스토랑을 아느냐고 물었다. 그 집 주방장은 진짜 빵을 알고 요리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녀가 말했다. 일부 무식한 사람들하곤 다르다. 오제 빵집을 나오면서 나도 덩달아 조금 유식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피터 메일 지음, 송은경 옮김, 진선출판사 펴냄, [프로방스에서의 1년]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