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가든'과 뉴에이지 음악

시크릿 가든의 공연 북구의 혼성 그룹 '시크릿 가든'의 신보 앨범을 들으며 명상음악의 세계를 찾아가보기로 했다. 왜냐하면 "Dawn of a New Century"(신세기의 여명) CD에 수록된 13곡을 들을 때 전율에 가까운 감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거리의 레코드 점에서 들었거나, CF 배경음악, 또는 어느 드라마의 삽입곡인지는 모르겠으나 귀에 익은 선율이 가슴에 와 닿으면서 온갖 어수선한 감정을 가라앉히는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

시크릿 가든 3집 앨범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In Our Tears"(눈물 속에서)를 들어보자. 어쿠스틱 피아노의 조용한 선율이 흐른 뒤 애상적인 바이올린이 뒤를 따른다. 한없는 슬픔을 안으로 안으로만 삭이는 것 같다. 뒤 이어 나오는 남녀 혼성 코러스는 이 슬픔을 조용히, 그러다가 점차 격하게 토로한다.

소월의 "진달래꽃"을 음악적으로 표현하면 이와 같을까. 아니 그보다 슬픔이 너무 진하여 마치 친한 벗을 멀리 떠나보내는 레퀴엠(鎭魂曲)처럼 들린다. 합창이 조용히 잦아들 때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테마 멜로디를 가지고 끝을 마무리한다.

시크릿 가든은 노르웨이의 작곡가 롤프 러브랜드와 아일랜드 태생의 바이얼리니스트 표뉴알라 셰리를 주축으로 한 그룹이므로 여기에 수록된 음악들은 산림과 표르드 사이로 울리는 그리이그의 "솔베이지의 노래", 그리고 바닷가 초원 위로 들려오는 "오 대니보이" 멜로디를 연상케 한다. 켈트족의 恨스러움과 북구의 어두컴컴한 신화적 분위기가 느껴지는 가운데 흐르는 동양적인 선율이 우리의 귀에도 친숙하게 들린다.

같은 계열인 아일랜드의 싱어 엔야(Enya)의 곡들과 비교해보면 비슷한 가운데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시크릿 가든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서정적인 멜로디와 코러스("Aria")는 엔야와 비슷하지만 경쾌하게 울리는 리듬("Divertimento")과 바닥(心底)에서 끌어올리는 바이올린의 저음("Moongate")은 분명히 다른 그 무엇이다.

아크로폴리스와 자금성에서의 오케스트라 협연으로 유명해진 그리스 출신의 피아노 연주가 겸 작곡자 야니(Yanni)의 음악과도 구별된다. 풍부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셰리의 바이올린 선율은 야니가 즐겨 내세우는 흑인 바이올리니스트("The End of August" 중간의 현악독주)나 바네사 메이("Theme from Caravans"에서 낙타의 걸음걸이를 연상시키는 바이올린 테크닉)의 그것과는 다르게 느껴진다. 어른의 팔뚝 길이에 불과한 조그만 악기가 그처럼 변화무쌍한 감정의 이입(empathy)을 일으킬 줄은 몰랐다.

뉴에이지 음악의 정체

시크릿 가든의 공연 필자의 경우 시크릿 가든이나 엔야나 야니의 음악을 처음 접하였을 때의 느낌은 원초적인 무의식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2005년 10월 시크릿 가든의 서울 공연 때 아이랜드의 유명한 시에 곡을 붙였다는 설명과 함께 직접 연주를 들었던 "You raise me up."에서는 깊은 종교적인 감동을 받을 수 있었다. 이 곡은 실제로 성가곡으로도 불려지고 있다.
그런데 레코드점에 가보면 시크릿 가든, 엔야, 야니의 앨범이 모두 뉴에이지(New Age) 음악으로 분류되고 있는데, 이 점은 해명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책뿐만 아니라 CD도 판매하는 아마존.com에서도 시크릿 가든의 앨범 세 개(첫 번째 "Songs from a Secret Garden", 두 번째 "White Stones")를 모두 뉴에이지 음악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다. 그것은 이들의 음악이 조용히 틀어놓고 명상하기 딱 좋게 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점성술에서는 지금까지는 기독교의 시대를 의미하는 '물고기 자리'였지만, 태양이 조만간 '물병 자리'로 이동하면 새로운 시대(New Age)가 열린다고 한다. 매릴린 퍼거슨의 "의식혁명"(The Aquarian Conspiracy)에 의하면 뉴에이지 때에는 지구상의 위기가 사라지고 민족주의와 국가적 이기주의를 떠나 진정으로 행복한 세상이 이룩된다고 한다. 뉴에이지의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영화배우 셜리 맥클레인은 인간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무한한 능력(그녀는 이를 "대자아"(Higher Self)라고 한다)이 있음에도 무지와 망각으로 이 능력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요가나 기공체조, 명상음악을 틀어놓고 명상에 잠기거나 마인드 콘트롤, 초월명상(TM) 등을 수련함으로써 '참 나'를 깨닫고 의식혁명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허지만 기독교의 관점에서는 하나님의 도움없이 인간 스스로 신의 경지에 이르겠다는 것이므로 또 다른 바벨탑을 쌓는 것이라 하여 이를 경계하고 있다. 곽용화 목사는 "당신은 뉴에이지와 그 음악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우리 은행 '목요선교회' 홈페이지의 간증 코너 참조)라는 책에서 뉴에이지 음악은 주의해서 보면 어렵지 않게 식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들은 신비로운 분위기와 환경친화적인 자세를 강조하며, 제3의 눈(All Seeing Eye)이나 앵크(Ankh) 십자가를 상징으로 사용하고 가사 등에서 신을 부정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비틀즈의 일부 음악, 아프로디테스 차일드의 반젤리스,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 죠지 윈스턴, 데이비드 란츠, 기타로, 소지로 등의 명상음악이 이 계열에 속하는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에서도 시크릿 가든, 엔야, 야니의 음악은 모두 클래식과 팝이 만나는 크로스오버 내지 뉴에이지 음악의 장르에 포함시키고 있는데, 주로 이지리스닝 애청자들이 그들의 서정적인 음악 분위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조용하고 신비주의적인 뉴에이지 음악에 심취하다 보면 우울해지고 허무함을 느끼게 되며 생활의 활력을 잃고 먼 하늘만 쳐다보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시크릿 가든 신보 앨범의 "아리아"는 '우리를 구원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기원을 담고 있다. 엔야의 "그대의 해변에서"(On Your Shore)는 무의식의 세계에서 지나가 버린 젊음을 그리워하는 것이고, 야니의 대표곡 "열정의 그림자"(Reflections of Passion)도 종교적인 명상이 아니라 사랑의 추억을 키보드를 통해 노래한 것이다. 처음부터 명상에 몰두하려고 뉴에이지 음악만 듣는 것은 곤란하지만, 시간에 쫒기며 긴장 속에 보낸 하루를 정리하면서 서정적인 음악을 듣는 것은 정신건강에도 좋을 것 같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김수철의 "서편제" 삽입곡들을 뉴에이지 음악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우리는 그 곡들이 아무 종교와도 관계없이 우리 민족의 정과 한을 잘 표출한 것으로 감상하는 것과 같은 이치에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