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소 야외수업

증권거래소 법과대학에서 야외수업을 나간다면 법원의 재판 방청이나 국회 본회의장 견학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교수로서도 많은 학생들을 인솔하고 나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므로 여간해서는 실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2003년 1학기에 증권거래법 강좌를 맡게 된 뒤로 주식투자를 하기는 커녕 신문의 경제면조차 제대로 읽을 줄 모르는 학생들에게 증권거래의 실상을 보여주고 싶었다. 전에 네덜란드에서 유럽통합(European Integration) 과정을 공부할 때 유럽집행위원회(브뤼셀), 유럽재판소(룩셈부르크), 유럽의회(스트라스부르그)로 수학여행 다녔던 생각도 나고, 댈러스의 SMU 로스쿨에서 공부할 때 연방지방법원을 찾아가 현직 판사로부터 브리핑을 들었던 기억이 새로웠다. 그래서 4월 초 여의도 윤중제에 벚꽃이 피기 시작할 무렵 증권거래법 강의가 있는 수요일 오후 증권거래소로 견학을 갔다.

증권거래소 다른 수업이 많은 수요일 오후 시간이라 많은 학생들이 참가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수의 학생들이 여의도 야외수업에 따라나섰다. 여의도 중심부에 소재한 증권거래소 1층 로비에 모였다가 2층 홍보관으로 갔다.
그런데 놀랍게도 증권거래 플로어에서는 많은 거래원들이 분주히 오가는 것이 아니라 텅 빈 자리에 홍보관이 꾸며져 있을 따름이었다. TV 뉴스나 신문기사에서 연상하였던 포스트에서 이루어지는 증권거래는 1997년 초반까지의 이야기이고 지금은 지하실의 대형 컴퓨터가 증권거래가 행해지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전광판에서는 종목별 거래금액과 거래수량이 명멸하고 종합주가지수가 전일보다 3-4 포인트 올랐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데이트레이더의 것을 포함하여 수십만 대의 컴퓨터가 쌍방향으로 교신하고 있는 거래의 결과치를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였다.

그렇다면 우리가 종종 뉴스를 통해 보게 되는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개장과 폐장 시간에 저명인사가 나와 타종하는 것은? 미국은 딜러 중심으로 증권거래가 이루어지므로 지금도 플로어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주문에 따라 거래가 이루어지므로 온라인 상으로도 충분히 거래를 수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증권거래소 홍보부의 박상옥 대리는 9·11 사태 이후 온라인 증권거래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국내 모처에서 완벽한 백업 시스템이 가동 중이므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증권거래소

홍보부 박 대리는 우리 일행에게 증권거래소의 여러 가지 재미있는 통계수치를 알려주었다.
- 증권투자자 10명중에 외국인투자자가 2명이지만, 거래량은 40% 이상을 차지한다.
- 외국인투자자들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7개 종목(Seven Sisters) - 삼성전자, 국민은행, POSCO, 한국전력, KT, 현대자동차, SK텔레콤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증권거래소 증권거래액의 25%를 점한다.

황소와 곰의 싸움 우리는 현장 브리핑과 홍보용 비디오를 관람한 후 밖으로 나왔다. 1층 로비 중앙에는 황소(호황장세)가 곰(침체장세)을 물리치는 조각이 자리잡고 있었다. 현재 이라크 전쟁, 북핵위기, SK 글로벌-카드채 등으로 가라앉아 있는 국내 증시가 아연 활기를 띠고 주식을 투자하는 많은 사람들이 즐거운 표정을 할 날이 어서 오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였다.

화창한 수요일 봄날 오후 우리는 여의도 광장으로 이동하였다. 공교롭게도 이라크 파병반대 구호를 외치는 대학생 데모대와 마주쳤다. 여의도 공원에는 많은 시민들이 나와서 산책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농구 경기를 즐기고 있었다. 여의도 광장은 남북으로 양쪽에 공원이 들어선 만큼 종전의 5·16 광장에 비해서는 규모가 크게 줄었지만 전과 다름없이 이념과 주장, 목적이 다른 사람들이 한 데 어우러질 수 있는 포용력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국회쪽 여의도에서는 대학생들로 구성된 우리 일행이 10명 이상 움직이니 국회 주변에서 경비를 서고 있던 기동경찰들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였다. 경찰 눈에는 우리가 갑자기 가방에서 플래카드 꺼내 구호를 외칠 운동권 학생들로 보이는 모양이었다. 할 수 없이 필자가 전에 다녔던 산업은행에 들어가 사료관 관람도 하고 구내 소비조합에 가서 음료와 다과를 들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여의도공원에서 여의도공원에서 여의도공원에서

한강변으로 나갔으나 벚꽃은 아직 만개하기 전이고 강바람도 쌀쌀하였으므로 우리는 인근 음식점으로 들어가서 저녁식사를 하면서 간담회를 갖기로 했다. 화제는 법학공부 방법, 장래 진로, 취업문제 등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무궁무진했다. 다른 수업의 결석을 무릅쓰고 따라온 학생들은 교수 체면을 살려주려고 했는지 매우 뜻깊은 야외 행사였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여의도 한강공원 여의도 한강공원 여의도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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