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변국들이 새 정부에 바라는 것

다음은 2013.1.25자 남북물류포럼 홈페이지에 실린 KoLoFo 칼럼을 전재한 것이다.
같은 내용이 2013.2.22자 천지일보 칼럼으로도 실렸다.

로스쿨의 계절학기 강좌로 개설한 “통일시대의 국제거래법” (영어)수업에 예상보다 많은 학생들이 참여했다.
크리스마스 휴일이 중간에 끼어 있음에도 많은 학생들이 수강한 것은 그만큼 북한과 통일 문제에 관심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로스쿨 졸업생이 변호사가 되어 가상의 정책금융회사에 다니면서 통일에 대비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을 가정하고 몇 가지 워크숍 과제를 부여했다.
여러 학생들이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한반도종단철도(TKR) 건설 재원을 국제금융시장에서 조달하는 방안이나 금융·경제의 측면에서 통일 후 북한주민들의 유이민화를 방지하는 방안을 학우들과 진지하게 연구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 학생들에게 이런 자극(즉, 통일 관련 문제의 제기)이 필요함을 절감했다.
통일 문제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구호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
각종 시나리오 별로 국민적 합의를 이루어나가면서 무엇보다도 끊임없이 주변 강대국들과 이해관계를 조율하여야 실현가능한 일이다.

이번 계절학기 영어 수업을 마치고 나서 복잡 미묘한 사안을 영어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변국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에 우리들만의 논의로 그쳐서는 안 되고 기회를 얻는 대로 주변국들의 이해를 구하는 작업이 진지하게 병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필자가 운영하는 KoreanLII.or.kr 사이트에도 남북경협, 경제특구, 북한의 인프라 재건과 같은 항목을 20개 가까이 영어로 올려놓았지만 주관적인 의견개진은 따로 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그래서 KoLoFo 칼럼을 이용해 강의할 때 못 다한 이야기를 영어로 펼쳐 놓고자 한다.
주변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서 우호적인 여론조성도 남북관계 개선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들을 설득하는 데 필요한 용어와 상황에 맞는 논리를 제공하는 것이 이 칼럼의 목적이다.

오늘은 주변국들이 새로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에 대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무엇을 바랄 것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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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주변국이 박근혜 정부에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남한에서는 “통일비용” 이슈가 최근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이 이슈는 남한 내에서만 부각되는 듯하다.
통일부가 통일비용 조달에 필요한 펀드조성을 위해 시도한 “통일 항아리”만 하더라도 남한 주민을 물론, 국제적인 관심을 끌지 못한 것을 알 수 있다.
남북한 통일과 관련된 문제는 김정은에 의해 전격 발사한 미사일의 경우와 같이 국제적인 차원의 해결 노력이 대단히 중요하다.

이제 2월이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게 된다.
그에게는 거의 모든 남북관계를 얼어붙게 한 이명박 정부의 5·24조치와 북한의 새로운 지도자와 남북대화를 어떻게 풀 것인가가 최우선적 현안이 될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런 과제들은 국제적 차원에서 푸는 것이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기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성공했을 때 국제적인 안보 전문가들은 오히려 한반도 보다는 시리아나 이란을 포함, 중동지역에 더 예의 주시한 것 같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나 극동의 지도자들이 최근에 교체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당선인은 대선기간에서보다는 조금은 더 심리적인 여유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새로운 게임의 규칙을 만들려고 할 것이다.
물론, 그가 말한 남북한간에 신뢰를 형성하고, 서로 급부와 반대급부에 의한 효율적인 전략을 세우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서로 총을 겨누기 전 협상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
남한이 북한의 핵개발 중단을 원하는 것은 확실하다. 한반도 주변국이 핵문제로 인한 북한의 급변사태를 감당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남한이 최선을 다해 북한의 핵개발 문제에 종지부를 찍어야만 하는 역할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 사시이다.
그러면서도 남한이 북녘 동포를 도와주고 침체된 남북한의 교류협력을 활성화하는 길을 가야하는 것도 분명하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와는 달리 중국과 미국이 차기 정부가 어느 한 쪽에 치우쳐 있을 것이라는 인식을 갖지 않게 하면서도 대한민국의 국익을 최대화하는 데 진력해야 한다.
한국의 기업이 중국의 동북 3성의 개발 프로젝트에 진출, 스스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동시에 북한에 대해서는 조건 없는 인도주의 지원을 하는 것은 시급한 일이다.

물론, 대북 지원이 현금과 같은 것이 되어서는 미국의 의심을 유발할 것도 유념해야 한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현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한반도 횡단철도나 러시아가 제의한 가스관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만약 이와 같은 프로젝트에 북한이 적극 협력한다면, 서 시베리아 수력발전소로부터 무상으로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러시아 정부는 본 사업과 관련, 철도와 가스관사업의 운영에 대한 안전을 책임져야 할 것이다.
일본인의 납치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국의 정부가 이의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상과 같은 관점에서 다음과 같은 결론이 가능하다.
우선 논란이 많고, 북한의 핵문제와 관련이 희박한 5·24조치는 해제하기 보다는 무시하고 넘어가는 것이 낫다. 대신, 인도주의 지원을 통해 남북경협이 점진적이면서도 전면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다만, 인도주의 지원은 현물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가능한 한 더 이상 현금지원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중국은 남한이 북한과 어떤 차원의 협력을 하더라도 이를 수용해야 할 것이다.

이상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북한의 핵개발 문제를 떠나 새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는 대북 정책을 확고히 실천해야 할 것이라는 점이다.

[English text is also available. 영문판은 이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