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청산과 근본 바로잡기

지금 온 나라가 "과거사 청산"으로 소란스럽다. 야당 정치인을 겨냥한 정치공세에 되레 여당 지도자가 낙마하는 사태마저 벌어졌다. 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선친이 일제 때 헌병을 지내고 독립운동가를 탄압했다는 증거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가 지도자들의 잘못으로 나라가 망해버린 터에 먹고살기 위해 공부를 하고 출세를 꾀했다 하여 그의 자손이 어디까지 비난을 받아야 하는가. 자손도 모르고 있었던 조상의 잘못을 일깨워주고 다시는 지도자들의 잘못으로 나라가 망하는 일이 되풀이되어서는 안된다는 "회개와 용서, 서로의 다짐"으로 끝내야 하지 않을까.

에릭 호퍼의 失明

나는 일곱 살 때 시력을 잃었다. 그것은 다섯 살 때 어머니와 내가 계단에서 떨어진 사고 때문이었는데, 어머니는 결국 회복되지 못하고 2년 뒤에 돌아가셨다. 나는 앞을 보지 못하게 된 이후 뒤이어 기억마저 잃어버렸다.
열다섯 살 때 나는 시력을 되찾았다. 돌연한 시력의 상실과 회복에 나는 별 어려움 없이 익숙해질 수 있었다. 나는 다섯 살이 되기 전에 읽는 법을 배웠기 때문에 시력이 돌아오자 거침없이 읽을 수 있었다. 시력의 회복이 일시적인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눈을 혹사시키는 것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다시 눈이 멀기 전에 읽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읽고 싶었던 것이다.

(출처: [에릭 호퍼 자서전](Truth Imagined) 에피소드 1에서)

20세기 미국의 [떠돌이 철학자]로 유명한 에릭 호퍼가 어려서 실명한 것은 계단에서 떨어졌을 때 그 충격으로 척추가 뒤틀려 시신경이 억눌렸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다행히 시신경은 손상되지 않았기에 그가 성장하면서 (사진을 보면 그는 아주 거구이다) 뒤틀려 있던 척추가 바로잡히자 시신경이 되살아나 기적적으로 시력을 회복한 것이다.

지금 에릭 호퍼가 겪었던 실명과 시력회복을 의학적으로 확인할 길은 없지만 이러한 사례는 종종 보고되고 있다. 카이로프랙틱(chiropractic)이나 골격교정에서는 아주 흔한 일에 속하기 때문이다. 필자도 10여년 전 디스크로 입원까지 했었는데 그 때 4번과 5번 요추간판이 내려앉으면서 신장이 2cm 줄어들고 아랫배가 나오는 현상이 생겼다. 뿐만 아니라 흉추 부위의 변형으로 마른기침이 나오고 골반 변형에 따른 양다리 길이의 차이로 오른쪽 무릎과 왼쪽 발목이 시큰거리는 증세가 나타났다. 아무 관련이 없어 보이는 신체이상은 모두 근본인 뼈대의 변형으로 야기된 것이었다.

'넬슨 만델라'식 근본 바로잡기

장황하리만큼 골격교정의 체험담을 소개한 것은 인체의 기본이 되는 척추 및 이를 포함한 인대가 바로 서지 않으면 이와 관련된 신경과 근육을 압박하고 골수 안의 조혈모세포 이상으로 신진대사마저 난조를 보인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과거사 청산은 김영삼 정권 때부터 시작된 "역사 바로 세우기"의 연장선상에 있다. 우리나라 정치·경제·사회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혼란스러운데 이러한 문제가 반드시 과거사 청산이 잘못되어서 그런 것일까. 이러한 진단과 근본적 치료방법이 틀렸다면 에릭 호퍼처럼 실명한 사람은 시력을 회복할 길이 없다.
골격과 인대를 바로잡아야 혈액순환이 왕성해지고 건강이 회복된다고 할 때 우리나라 정치·경제·사회의 근본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이를 바로잡는 일부터 착수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근본은 무엇일까. 우리나라 법질서의 기본인 헌법으로 돌아가 그 조항을 살펴보면 된다.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우리 헌법이 강조하고 있는 이념과 정신은 다음과 같다.
  ▷ 3·1 운동의 정신과 4·19 민주이념,
  ▷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
  ▷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의 이념(이상 헌법 전문),
  ▷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헌법 제10조),
  ▷ 사적 재산권의 보장(헌법 제23조),
  ▷ 개인·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의 존중(헌법 제119조)
등이 그것이다.

근본적 치료가 행해지면 에릭 호퍼가 시력을 회복한 것처럼 그 효과는 즉각 나타난다. 그러나 근본적 치료가 아니고 겉에 나타난 증상만 치료하려 들면 그 효과는 일시적이고 고통스러울 뿐만 아니라 부작용마저 생긴다. 과거사 청산이 근본적 치료가 되려면 과거사를 규명하되 이를 정치적 반대파를 제거하는 일에 쓰지 말고 우리 국민이 회개하고 반성할 일, 다시는 되풀이해서는 안될 일을 일깨우는 데 적용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헌법정신을 훼손하여서는 안될 것이다. 공권력에 의해 인권을 유린당한 사람을 구제한다고 하여 우리나라의 국기인 자유민주주의를 어지럽힌 사람까지 대상에 포함시킬 수는 없다. 자기에게 못마땅한 사람의 조상의 전력을 파헤치는 '마녀사냥'을 하거나, 자파에 유리한 기준만을 내세워 '종교재판'을 벌이는 것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뒤로 돌리는 일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넬슨 만델라가 존경을 받는 것은 그가 인종차별(Apartheid)의 과거를 규명하되 "회개와 용서"(Truth and Reconciliation)를 통하여 국민화합의 계기로 삼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