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란도에서의 사흘째 우리 식구는 EPCOT(내일의 實驗사회: Experimental Prototype Community of Tomorrow) 센터를 구경하기로 했다. 20년 전 플로리다에 디즈니월드를 세울 때 상정했던 未來가 오늘 어떻게 비칠지 자못 궁금하였다. 입구에 우뚝 서 있는 대형 골프공 모양의 전시관(Spaceship Earth)에 들어가니 모빌 카를 타고 가는 동안 인류 문명의 발자취를 간추려 보여준다. 내부 조명이 어두워 캠코더 촬영이 무리였으므로 숙제에서 벗어난 기분으로 전시물을 관찰할 수 있었다.
EPCOT센터의 레이아웃은 비교적 단순한 편이다. 입구에 미래의 세계관이 있고, 호수 주변에는 멕시코, 중국, 미국, 일본, 프랑스, 캐나다 등 나라별 전시관(World Showcase)이 늘어서 있다. 그런데 미래의 세계관은 모두 볼만한 것들이었다.
예컨대 미래의 통신, 에너지, 건강, 식량, 수송수단, 해양과 같은 주제를 놓고 온갖 상상력과 첨단기술을 동원하여 교육적인 내용을 일깨워준다. 디즈니월드측이 아이디어를 내고 스폰서회사는 돈을 대는 식으로 꾸며놓았다. 예컨대 엑손이 지원한 에너지관에서는 관객을 대형 모빌카에 태워 태고적 공룡의 세계로 인도한다. 에너지관에 공룡이 등장하는 것은 좀더 관람객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서일 것이다.
想像의 여행(Journey into Imagination) 전시관에 들어서면 디즈니월드의 본질을 깨달을 수 있다. 어떻게 한 사람의 상상력이 이 세상을 변모시킬 수 있는가를 시범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특수안경을 쓰고 보는 입체영화에서는 마이클 잭슨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그가 스크린에서 튀어나오는 것처럼 보여 관객들이 손을 휘젓고 야단들이었다.
우리 식구는 하나라도 더 보기 위해 폐장시간이 다가올 때까지 미래의 세계 전시관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오늘밤의 불꽃놀이는 생략하기로 하고 조명을 받아 허공에 둥실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골프공 전시관 앞에서 마무리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테마 파크가 노는 데가 아니라 공부도 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것과 "상상력=기업+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