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0일 아침 작은 아이가 아스팔트 바닥에 넘어져 이마에 혹이 생기는 작은 사고가 일어났다. 얼음 찜질을 해주면서 우리 식구는 플로리다에서의 마지막 날 시간을 좀더 유용하게 보내야 했으므로 터퍼웨어社 본부의 容器박물관을 방문하기로 했다. 올란도에 디즈니 테마 파크가 들어서기 훨씬 전부터 자리잡고 있었으나 오늘날에는 다른 어트랙션에 가리워 미리 정보를 알고 오는 사람들 외에는 별로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래도 깔끔한 정장 차림의 여자 안내원이 관람객의 질문에 성심을 다해 답변해 주는 것이었다.
이제 비행기 탈 시간까지 6시간 가량 남았다. 우선 주유소에 가서 기름 탱크를 꾹꾹 눌러(?) 가득 채운 다음 간간히 소낙비가 내리는 가운데 우리는 '시 월드 플로리다'를 찾아갔다. 캘리포니아주 산디애고에 있는 시 월드의 자매회사로서 버드와이저 맥주로 유명한 안호이저-부시社가 윌리암즈버그, 탐파에 있는 '부시 가든'과 함께 히트시킨 엔터테인먼트 사업체다.
우리 식구 입장료가 모두 합쳐 100불 가량 되었으나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고 깔끔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특히 알래스카 찬 바다물에서 산다는 킬러 훼일 '샤무'(Shamu) 가족의 공연이 볼 만 했다. 올란도 지역에는 디즈니월드 亞流의 어트랙션이 수없이 많은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입장료 값을 하지 못한다면 여지없이 도태되고 말기 때문이리라. 시 월드의 한쪽 구석에서는 海洋 분위기에 걸맞지 않는 중국 곡예단의 묘기가 펼쳐지고 있었는데 손에 땀을 쥐게 재미있었다. 공사중에 있는 상어 수족관은 구경을 못하고 펭귄관을 둘러본 후 밖으로 나왔다.
이제 공항으로만 가면 된다. 자동차에 올라 시동 키를 돌렸으나 아무 반응도 없다. 아뿔사! 배터리가 나간 것이다. 아까 소나기가 내릴 때 날이 어두워 헤드 라이트를 켰었는데 끄지 않은 채 내린 탓이다. 비행기 탈 시간은 다가오는데 무슨 낭패람! 허츠 서비스 카를 부른다? 그러나 시간이 없다. 일단 시 월드측에 SOS를 청하기로 했다. 인포메이션 데스크로 가니 나말고도 시동을 끄지 않고 차문을 잠근 사람등 여럿이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그곳 정비사의 점프 케이블 연결로 간단히 문제를 해결하고 공항으로 떠날 수 있었다.
우리 가족과 짐을 싣고 1,100마일을 힘껏 달려준 마스다를 렌트카 회사에 반환하고 콘티넨탈 항공사 게이트 앞으로 갔다. 공항에 마중나오기로 한 친구네 집에 정시에 도착함을 알린 후 비행기에 올랐다. 야자수가 우거진 올란도 공항을 이륙하면서 플로리다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게 해주신 데 감사기도를 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밤 10시 10분 우리가 탄 제트 여객기는 뉴왁 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불과 두어 시간전 무덥기까지 하던 플로리다와는 달리 뉴욕에는 쌀쌀한 바람이 불고 있어 반바지 차림의 우리 식구는 추위를 느꼈다. 승객들이 대부분 빠져나간 후 이번 여행에서 잠자는 아이를 실어나르느라 큰 공을 세운 스트롤러까지 찾은 다음 밤 늦은 시각임에도 공항에 마중나와준 친구의 차로 집에 돌아왔다. 물론 우리 집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