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법연구회 하와이 학술대회

대학교수에게 방학이 휴식과 재충전의 기간이 아니라 어느 때보다도 분주한 시기이다. 그것은 연구계획에 따라 학기 중에는 가볼 수 없는 곳을 탐방하고 관계인사들을 만나고 자료를 수집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기 때문이다.
2006년 겨울방학 중에는 이태리에서 열린 국제워크샵에 다녀온 지 열흘만에 다시 하와이로 떠났다. 북한법연구회가 하와이대 로스쿨 및 한국학연구소와 공동으로 주최하는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하와이를 통일한 카메하메하대왕 북한법연구회 장명봉 회장의 개회사 주제발표하는 필자와 사회를 보신 김상용 교수

"하와이"라 하면 나의 지식수준은 태평양전쟁의 단초가 된 일본군의 진주만 공격이 있었던 태평양상의 미국의 영토로 사탕수수와 파인애플로 유명한 관광휴양지라는 것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2월 15일 아침(현지시간, 이하 같음) 호놀룰루 공항에 도착하였을 때 일본 관광객 일색인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와이 인구의 1/4이 일본계이고 경제적 파워에 있어서도 일본의 힘이 막강하다고 했다. 그 날만 해도 호놀룰루에는 한국에서는 중형 여객기 두 대가 도착한 반면 일본에서는 대형여객기 6대가 2천명이 넘는 일본 관광객을 가득 싣고 왔다는 것이다.
며칠 간 오하우 섬의 곳곳을 돌아다녀 보니 일본은 경제적으로 진주만이 아니라 하와이 전체를 접수하였다는 인상이 들었다.

호놀룰루 공항 밖의 일본인 관광객들 일본 관광객들로 붐비는 갈레리아 면세점 갈레리아 면세점의 내부

오하우 섬을 여행 다니는 중에 가장 인상적인 곳은 다이아몬드 헤드 부근에서 바다 반대편으로 언덕 위에 조성되어 있는, 한반도 모습을 한 주택단지였다. 전체적인 모양이 한반도 지도와 비슷하게 생긴 데다 중앙에 가로로 생긴 공간은 영락없는 비무장지대였다. 한국 관광객들은 이곳을 "Korean Map Village"라고 부른다는데 하와이 로스쿨 교수들에게 그 말을 했더니 금시초문이라고 했다.
또 한 가지 우스운 것은 그 주택단지가 조성된 지 일천하여 대부분의 주민은 아직 일본계라고 하였다. 그렇지만 한국인들에게 '明堂자리'라는 소문이 퍼지면 한국인들이 그곳을 접수할 날이 머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하와이에서는 해변가 오션프론트 주택 못지 않게 전망이 좋은 언덕 위의 주택이 고가에 거래된다고 한다.

하와이 제일의 부촌 카할라 톰크루즈의 별장으로 알려진 저택 Korean Map Village 전경

호놀룰루에 아침에 도착하면 호텔 체크인 시간(오후 2-3시)까지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게 된다. 우리의 코스도 공항을 벗어나 열대우림(Tropical Rain Forest) 지역을 통과하여 제일 먼저 들른 곳이 바람산 전망대(Nuuanu Pali Lookout)였다.
이곳에서 관광객들은 짙푸른 태평양과 맞닿은 하늘, 그리고 하와이의 평화로운 생태환경(Ecology)에 접하게 된다. 굳이 아등바등 다투지 않아도 먹을 것이 풍족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유롭게 관광을 하며 지내니 시계의 초침이 서울에서 보다 느릿느릿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우리 일행이 투숙한 호텔 Royal Garden은 고층건물로서 Kalakaua Ave와 Ala Wai Canal 사이의 Banana Republic과 Nike 골목(Olohana Rd) 선상에 있었다. 와이키키 해변에서 도보로 5분 거리였다. 그리고 관광안내는 Dynamic Tour(808-951-5959)의 김기봉 씨(808-389-5691)가 재미있는 유머를 섞어가며 성실하게 수고해줬다.

바람산 전망대 바람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오하우섬 로얄 가든 호텔에서 내다본 바깥 풍경

오하우 섬의 관광은 숙소를 출발하여 시계 반대방향으로 한 바퀴(엄밀하게는 오하우 섬 왼편을 차지하는 군사기지를 제외한 반쪽만) 도는 것이었다. 2월 16일 우리 일행의 일정은 다음과 같았다.
08:55 우선 Diamond Head에 들러 태평양을 조망하였다.
09:05 버스를 탄 채로 호놀룰루의 부촌 Kahala를 구경하였다. 가수 나훈아의 저택, 톰 크루즈가 니콜 키드먼으로부터 선물로 받은 별장도 있다고 한다.
09:10 Hawaiikai의 일본인 집단거주지역을 통과했다. 미니 후지산 부근의 전망대에서 Korean Map Village를 구경하였다.
09:50 나중에 시간을 내서 놀러오기로 하고 Hanauma(말굽) Bay를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것으로 그쳤다.
10:15 Makapuu Point의 코발트 빛 바다물과 절경을 이룬 절벽과 섬을 구경하였다.

다이아몬드 헤드에서 바라본 태평양 마카푸우 포인트의 경치 반대편의 산

10:50 Waimanalo 하와이 원주민 거주지역(쓰모선수 고니시키의 고향)을 버스를 탄 채로 통과하였다. 하와이 원주민이 비만하고 단명하는 이유는 짜게 먹고 콜라와 인스탄트 식품을 많이 먹기 때문이라 한다. 그들은 낮잠을 즐기고 스트레스를 모르는 생활을 하지만, 아이러니칼하게도 의식주가 보장되는 만큼 열심히 일할 필요가 없는 게 비극이라는 것이다.
11:20 Chinaman's Hat의 바닷가 공원을 산책하였다. 부근에 있는 사탕수수 공장터(Sugar Mills)에 1903년부터 1905년까지 한국인 이민들이 이주하여 숱한 고생을 하였다고 한다. 한 편으로는 꼭두새벽부터 손발이 부르트도록 일하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신앙생활과 자녀교육, 조국독립을 위해 열심이었다고 한다. 1910년부터는 하와이에 정착한 이들이 결혼할 수 있도록 수백명의 사진신부들이 왔는데, 리 도나휴 하와이 전 경찰청장의 모친은 50대 남자에게 시집 와서 눈물겨운 사연이 많았다고 한다. 한국 이민들이 자녀교육에 공을 들인 결과 하와이 대법원장을 문대양 씨(Ronald Moon)가 연임하는 등 정.관계에 한국계 인사가 적지 않다.

중국인 노동자의 모자 모양을 한 섬 원주민 마을 하나우마 베이의 절경

12:20 Polynesian Cultural Center(폴리네시아 민속촌)에 도착했다. 점심식사를 서둘러 마친 후 민속촌을 일주하는 카누보트를 타기로 했다.
13:00 카누를 타고 여러 폴리네시아 마을을 선상에서 유람하였다.
폴리네시아 문화센터는 5만 5천여평의 넓은 부지에 남태평양 섬들의 전통적인 생활양식과 풍습을 한곳에 재현해 놓은 민속촌이다. 이곳에는 하와이를 비롯하여 타히티, 마르케사스, 피지, 뉴질랜드, 통가, 사모아 등 폴리네시아 7개 제도의 民家와 거리 모습, 공예품 등을 전시하고 있다. 또 마을별로 독특한 풍습이나 음악을 실연하고 있는데 인근 Brigham Young 대학 Laie 분교의 유학생들이 아르바이트 삼아 맡아하고 있었다. 중앙에는 운하가 있어 카누를 타고 촌락들을 견학하는 것이 가능하고, 구불구불 나 있는 도로를 따라 걸으면서 즉석에서 각 마을의 민속 댄스를 배우거나 게임에 참가할 수도 있다.
14:00 이곳의 자랑거리인 "Pageant of the Long Canoes"는 매일 1시, 2시, 3시, 4시에 인공 연못의 카누 위에서 공연되는데, 우리도 아르바이트 대학생들이 출연하는 민속무용 쇼를 구경하며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폴리네시아 민속촌 입구 폴리네시아 민속촌 내부 카누를 타기 위해 안내를 맡은 한국 유학생과 함께
폴리네시아 민속촌 선상공연 폴리네시아 민속촌 선상공연 폴리네시아 민속촌 선상공연
폴리네시아 민속촌 선상공연 피날레 Dole사의 파인애플 농장 하와이 정부청사 부근의 보리수 나무

15:40 태평양의 서핑을 즐길 수 있는 Sunset Beach에 모여든 사람들로 교통이 혼잡하였다.
15:50 Kamehameha 중부평원의 Dole 파인애플 농장지대를 통과하였다.
16:20 Pearl Harbor War Museum을 방문하였다.
17:00 퇴근길 러시아워임에도 아슬아슬하게 시간에 맞춰 호놀룰루 항으로 이동하였다.
17:25 와이키키 선셋 크루즈를 즐기기 위해 Star of Honolulu에 승선하였다. 1인당 85불에 디너와 포도주 등 음료가 제공되었다. 오늘은 대체로 해가 쨍쨍 비쳤으나 기대와는 달리 서녁하늘에 구름이 끼어 찬란한 일몰은 구경할 수 없었다. 그러나 와이키키 해변의 야경이 황홀하였고, 그 사이 선실에서는 흥겨운 노래와 춤 판이 벌어졌다.
19:50 배에서 내려 일행과 함께 호텔로 돌아왔다. 가이드 김기봉 씨에 의하면 오늘 주행거리만 108마일, 즉 170여km가 되었다고 한다.

진주만 해군기지 진주만 전쟁박물관 호놀룰루의 별
태평양의 석양 선셋 크루즈의 선실내 풍경 첫날 저녁에 구경한 폴리네시아 매직쇼 공연장 입구

2월 17일 하와이대 한국학 연구소에서 학술대회가 열렸다.
손호민 하와이대 한국학연구소 소장이 환영사를 하고, 겨울방학 중에 하와이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서울대 법대 최종고 교수가 제1 세션의 사회를 보았다. 나는 연세대 김상용 교수의 사회로 두 번째 주제인 북한의 외국인투자법제에 대하여 발표를 하였다. 하와이대 로스쿨의 Van Dyke 교수는 강의가 있어서 마지막 순서로 주제발표를 하였다.
12:50 세미나를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여든 가까운 Glenn Page 교수는 "그 동안 한반도는 일본과 미국, 러시아, 중국의 각축장이었다"면서 "더 이상 자본주의, 공산주의 등 이념의 갈등으로 말미암아 한국민이 희생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No more killing!)"고 호소하셨다.
"한국민은 오랫 동안 弘益人間을 추구해 왔다"는 노교수의 지적에 이것이야말로 '통일시대 한국인이 지향해야 할 가치이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렌 페이지 교수 최종고 교수와 반다이크 교수 하와이 학술대회 참석자

하와이대 로스쿨의 중정(Middle Yard)에서 간단한 샌드위치로 점심식사를 하였다.
Aviam Soifer 로스쿨 학장이 우리 일행을 환영한다면서 앞으로의 학술적 유대강화를 제의하였다.
경희대의 이재협 교수가 이곳에서 연구년을 보내고 있는데 마침 가족과 함께 귀국하여 세미나에서는 만날 수 없었다.

하와이대 로스쿨 입구의 조각상 하와이대 로스쿨 소이퍼 학장과 함께 하와이대 로스쿨 앞에서

14:00 우리 일행은 모든 행사를 종료하고 호텔로 이동하였다. 그리고 나를 포함한 일곱 사람이 리모를 불러 타고(Ohana Limousine Tour Service Edward Lee 808-551-2211/1155 시간당 리모 대절에 1백불, 반나절은 4-5백불) 하나우마 베이로 이동하였다. 하와이에 온 김에 Stretched Limousine이라 하는 호화승용차를 한 번 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왕족만이 누릴 수 있었던 하나우마 해변에서 해수욕과 스노클링을 즐겼다. 해수욕하러 온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또다른 즐거움이었다.

수심이 얕은 하나우마 베이 생전 처음 타보는 리모 앞에서 기념사진 호놀루루 토다이에서의 만찬

18:10 해산물 뷔페로 유명한 토다이 레스토랑에 가서 저녁 식사를 포식하였다. 이번 행사를 후원해준 법제처에서 제공한 만찬이었다.
내일 귀국을 앞둔 하와이에서의 마지막 밤이라서 일행과 함께 셰라톤 호텔 칵테일 바로 갔다. 그러나 인파가 넘쳐 야외 테라스에서 쇼만 구경하였다. 밤이 깊어서 와이키키 해변을 거닐었다. 한참만에 도보로 호텔에 돌아올 수 있었다.
2월 18일 아침은 어제 저녁을 잘 먹었으므로 거르기로 했다. 그리고 하와이 여정을 마무리하였다.
08:00 호놀룰루 공항으로 이동하여 10:20 KE052 여객기에 탑승하였다. 이번 하와이 방문은 단순한 학술세미나와는 달리 이색적인 체험을 많이 한 여행이었다.
무엇보다도 글렌 페이지 교수의 "홍익인간"과 "이념대립으로 인한 동족상잔은 없어야 한다"는 말씀에 공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일본계 이민의 하와이 경제지배나 중국계 華商의 네트워크 결성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의 세계화 정책에는 해외 이주민들의 정착과 성공을 지원하는 유기적인 시스템 구축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