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철한 탐구정신의 야곱과 유대인

Sanchez-Perrier의 강풍경 필자가 유학하였던 댈러스 SMU 대학 구내에는 메도우즈 미술관이 있다. 예술대학 구내 한 쪽에 전시관이 있는데 스페인 외에서 최대의 스페인 미술 콜렉션을 자랑하는 미술관인 만큼 많은 관광객들이 관람하러 온다. 입구 왼쪽에는 우리가 잘 아는, 구약 창세기(30:25-43)에 나오는 야곱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무리요의 그림 "얼룩무늬 나무 막대기를 양들 앞에 늘어놓는 야곱"이 걸려있다. 그밖에도 이 미술관에는 "성 루피나"(Saint Rufina), "성 유슬라"(Saint Jusla, ca 1665),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The Crucifixion, ca 1670) 등 무리요의 다른 성화가 전시되어 있다.
* Bartolome Esteban Murrillo(1617/8-82), Jacob Laying Peeled Rods before the Flocks of Laban, Oil on canvas, ca 1665.

성경에 나오는 야곱은 아주 꾀가 많은 사람이었다. 아버지 이삭이 눈이 어두운 것을 기화로 형 에서의 장자권을 훔치듯 물려받고서는 집에서 도망쳐나와 외삼촌 라반의 집으로 피신한다. 한 달이 지나도록 집에서는 돌아오라는 전갈이 없고 라반은 공짜밥을 먹여 줄 수 없다고 하자 그는 할 수 없이 첫눈에 반한 외사촌 라헬을 아내로 얻기 위해 7년간 머슴살이를 하기로 한다. 기다리고 기다려 7년후 그는 라헬과 결혼하는 줄 알았으나 첫날밤을 지내고 보니 신부가 라헬('암양'이라는 뜻)보다 용모나 지능이 쳐지는 언니 레아('멍청이'라는 뜻)가 아닌가! 라반은 격렬히 항의하는 야곱을 달래며 동생까지 줄 터이니 7년만 더 일하라고 설득한다.

약속한 14년이 지나자 야곱은 라반에게 고향으로 돌아가겠으니 그동안의 봉사에 대한 보수를 달라고 요구한다. 라반은 야곱더러 품삯을 정하라고 하지만 외삼촌의 인색함을 익히 아는 야곱은 기묘한 제안을 한다.
"외삼촌은 제가 어떻게 봉사를 하였고 목축을 하였는지 아실 것입니다. 제가 오기 전에는 가축 소유가 보잘 것이 없었으나 지금은 얼마나 번창하였습니까! 저의 공력에 더하여 하나님께서 외삼촌에게 복을 주셨습니다."

여기에 야곱의 믿음이 엿보인다. 비록 자신이 열심히 일했지만 잘 되게 하신 분은 하나님이라는 생각이다. 야곱은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람의 노력과 하나님의 축복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었다. 그리고 품삯을 정할 때 열 번이나 마음이 변하리 만큼 인색한 외삼촌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제안을 내놓았다.

"외삼촌의 양과 염소 중에서 검은 놈, 아롱진 놈, 점박이는 모두 가려내어 멀리 보내시고 앞으로 흰 양과 염소 중에서 검은 놈, 아롱진 놈, 점박이가 나오면 그것은 저를 주십시오. 나중에 저의 품삯을 계산하실 때 검은 놈, 아롱진 놈, 점박이가 아닌 것은 도적질한 것으로 간주하셔도 좋습니다."

얼룩무늬 막대기를 늘어놓는 야곱 라반이 보기에 그것은 생각할 수 없는 바보같은 제안이었으므로 즉각 수락하고 양과 염소 중에서 흰 것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사흘 길이 걸리는 장소로 멀리 보냈다. 야곱은 버드나무, 살구나무, 신풍나무의 푸른 가지를 잘라 껍질을 벗겨서 얼룩무늬를 만들고 개천가의 물구유 앞에 새워놓았다. 그리고 양과 염소 중에서 튼튼한 놈만 골라 그 앞에서 물을 먹게 하고 새끼를 배게 하였다.

얼룩무늬의 나무가지에 무슨 신통력이라도 있어서 검고 얼룩 무늬의 새끼가 나오는 것일까?
물론 아니었다. 그러나 야곱은 그의 경험상 흰 놈 중에서도 검은 놈, 얼룩무늬, 점박이 새끼가 나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튼튼한 양과 염소가 새끼도 많이 낳고 털, 가죽이 고급인 것을 알았다. 멘델의 유전법칙이 발표(1865)되기 4천년 전에 그 원리를 터득하고 있었던 것이다.

멘델은 오스트리아의 수도사였다. 그의 완두콩 실험에 의하면 둥글고 노란 콩과 주름지고 파란 콩을 교배하면 1세대에서는 둥글고 노란 콩만 나왔으나 다시 1세대끼리 교배시키면 2세대에서는 둥글고 노란 콩 9개, 둥글고 파란 콩 3개, 주름지고 노란 콩 3개, 주름지고 파란 콩 1개가 나왔다. 즉 16개중 7개의 잡종이 나타났던 것이다.

야곱이 노린 것은 비록 흰 놈이지만 상당 수가 열성인자를 갖고 있으므로 세대를 거듭할 수록 검은 놈, 아롱진 놈, 점박이 등 잡종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모두 경제적으로 가치가 많은 건강한 양과 염소였다.

야곱은 14년간 라반의 양떼를 치면서도 외삼촌의 푸대접에 대한 불만 때문에 아무렇게나 일한 것이 아니었다. 자기가 맡은 일을 성실하게 하면서 항상 연구하고 분석하고 반성하였음을 알 수 있다. 하나님께서도 주목하신 것도 이러한 야곱의 기질이었다. 이러한 철저한 기질 때문에 이스라엘 백성은 430년간의 애굽 노예생활에서도 살아남았고 바빌론 포로생활, 로마 제국의 식민지배, 디아스포라, 최근에는 히틀러의 대학살에서도 살아남아 세계에서 노벨상을 가장 많이 받은 민족, 부와 예술과 영향력을 갖춘 민족이 되지 않았는가!

그 뿐만이 아니었다. 야곱은 그의 노력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사랑하는 라헬에게는 언니가 아들 여섯을 낳도록 하나님이 수태의 복을 열어주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기도하는 심정으로 얼룩무늬의 나무가지를 물구유 앞에 꽂아 놓았다. 그는 하나님께서 그의 간구와 소원을 헤아려 주실 줄 믿었다. 그 결과 6년이 지난 후에는 라반이 자기 소유를 다 가로채 간다고 위협을 느낄 정도로 야곱은 巨富가 되어 있었다.
(김성일, "성경과의 만남"에서 일부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