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보유증권 실체법 통일협약' 제정을 위한 Unidroit 제네바 회의에 참가하고

2008년 9월 초 법무부 국제거래법연구단의 연구위원으로서 Unidroit(私法통일국제기구, 본부 로마)가 주관하는 국제회의에 다녀왔다
Unidroit에 각국의 전문가들이 모여 간접보유증권에 관한 각국의 실체법을 통일하기 위한 협약(draft Convention on Substantive Rules Regarding Intermediated Securities)을 마련해 왔는데 마침내 이를 채택하기 위한 외교회의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9월 1일부터 12일까지 열린 것이다.
학기 초라 2주간이나 휴강을 하기는 곤란하였지만 협약 최종안을 확정하고 외교적으로 채택하는 회의였기에 추후 보강을 실시하기로 하고 회의에 참석하였다.

제네바의 호반 가로공원과 저 멀리 하늘 높이 치솟는 분수 제네바 Nations 공원의 대인지뢰 참상을 고발하는 다리 하나가 잘린 의자 조각 Unidroit 회의가 열린 제네바 국제컨벤션센터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유가증권을 투자자가 직접 보유하지 않고 중개기관(intermediary: 증권예탁기관)을 통해 간접 보유하면서 거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증권거래의 효율화, 비용절감을 위해 증권의 無券化(dematerialization) 경향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경을 넘어 증권이 활발히 거래되면서 각국 법제간의 차이에 따른 法的 不安全性(legal uncertainty)이 문제가 되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이 경주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노력의 첫 번째 성과는 2002년 말 헤이그 협약이었다. 헤이그 회의에서는 간접보유증권의 준거법에 관한 협약(Hague Convention on the Law applicable to Certain Rights in respect of Securities held with an Intermediary)을 채택하였는데 이것은 國際私法的 성격의 규범이었다.

그러나 증권시장의 국제간 호환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實體法의 조화와 통일을 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공통의 인식에 도달하고 2002년부터 Unidroit를 중심으로 스터디 그룹을 결성하였다.
그리고 그 실천방안에 대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2005년부터 매년 정부전문가회의(Committee of Governmental Experts)를 개최하였으며, 우리나라에서는 학계대표와 증권예탁결제원(KSD) 관계자가 3차 회의 때부터 참석하였다.

제네바 국제컨퍼런스센터에서 필자 협약안 심의 도중 발언을 요청하는 프랑스 대표 2주간의 회의가 끝날 무렵 스위스 정부가 초대한 그뤼에르 성에서의 가든파티

2007년 5월 로마에서 열린 제4차 회의에서 협약 최종안에 대한 의견접근이 이루어짐에 따라 2008년 9월 2주간에 걸쳐 제네바에서 협약 채택을 위한 外交會議(Diplomatic Conference to Adopt a Convention on Substantive Rules Regarding Intermediated Securities)를 개최하게 되었다.
그러나 2차에 걸친 독회(Reading) 결과 담보거래 등 일부 조항을 둘러싸고 EU 회원국들과 ISDA 등 국제 관련단체의 異見이 속출하여 최종안의 확정은 2009년으로 연기하기로 하였다. 스위스 정부는 주최국으로서 최종회의에 올릴 협약안이 마련되는 동안 각국 대표단을 중세의 고성(古城)과 치즈로 유명한 그뤼에르(Gruyeres)에 초대하여 파티를 베풀기도 하였다.
영어와 불어로 되어 있는 협약 최종안 및 공식주석서(Official Commentary)를 확정하는 대로 회원국들의 의견수렴을 거친 후 다시 제네바에서 외교회의를 개최하고 이를 채택할 예정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모여                     Many specialists
    갑론을박하는 바람에                      Discuss and debate
    국제회의의 성과가 미뤄졌다.              Putting off the Convention. 
Unidroit 협약의 특징 및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동 협약은 우선 대륙법과 영미법 등 국가별 법적 개념이나 관행에 따라 다르게 이해될 수 있는 용어는 피하고 최대한 기능적 접근방식(functional approach)을 채용하였다.
둘째, 전세계적으로 통일할 필요가 있는 최소한의 원칙으로 범위를 한정하였다.
셋째, 이미 지역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규범과 제도를 최대한 존중하기로 하였다. EU의 금융담보지침(EU Directive on Settlement Finality and Financial Collateral), ISDA 유가증권 담보화(collateralization, netting) 조항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특히 중국, 브라질, 핀란드 등 증권중앙예탁기관(Central Securities Depository: CSD)이 Transparent System을 취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CSD에 대한 압류(upper-tier attachment) 금지와 관련 시행상의 차이를 고려하도록 했다.
투명시스템이란 증권 발행자와 투자자 사이에 몇 단계의 중개기관이 존재함으로써 최고단계(CSD)에서 하위 계좌보유자의 계좌를 보유하는 등의 방법으로 간접보유증권에 대한 권리가 증거되는 증권예탁시스템을 말한다. 나라에 따라서는 하위 계좌보유자의 계좌를 알아볼 수 없는 시스템이 혼합·운영되거나(mixed system), 하위 계좌가 통합(consolidated) 운영되는 사례도 있다.

협약안(영문)은 Unidroit의 웹사이트에서 찾아 볼 수 있는데 필자가 비공식적으로 번역한 협약 조항도 함께 참고할 수 있다.
조만간 담보거래를 비롯한 주요 내용을 해설한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Unidroit 협약의 향후 과제는 공식주석서 공표 후 Unidroit협약(안)의 채택 여부를 결정하는 일이다. 각국은 협약안이 국내법과 충돌하는 문제는 없는지 검토하게 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예정되어 있는 전자증권법 도입 시의 증권예탁시스템과의 비교 검토가 주된 검토사항이 될 것이다.
협약 가입 시에 留保선언(declaration)을 할 것인지 여부도 결정하고 Unidroit 협약 비준을 위한 로드맵 수립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해외동향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현재 FIX, SWIFT 등의 파생상품 결제방식도 일원화되는 추세에 있으며, EU 차원에서도 Post-Trading(거래 후 접속매매)의 법적 안정성을 위한 법제 인프라 구축에 노력하고 있다. EU의 Legal Certainty Group에서는 두 번째 권고안(Second Advice of the Legal Certainty Group, Solutions to Legal Barriers related to Post-Trading within the EU)을 2008년 8월에 공표한 바 있다.

국제협력의 강화도 중요한 과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Unidroit Inner Circle과의 유대 구축도 긴요하다. 최근 Unidroit 사무국장으로 부임한 Jose Angelo Faria 씨나 일본 동경대의 Kanda Hideki(神田) 교수, 스위스 제네바대학의 Luc Thevenoz 교수, 미국 U Penn의 Charles Mooney 교수 등이 협약의 제정과 공식주석서의 작성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예탁결제원이 이니셔티브를 갖고 BRICs 신흥시장에서의 순조로운 협약시행을 위한 Unidroit 후속작업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제네바 협약의 시행을 위해서는 중국과 브라질이 Emerging Market Committee의 공동의장국이 되어 Unidroit 사무국과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할 계획이며, 우리 대표단도 여기에 참여할 뜻을 밝혔다.

* 필자의 時論 "한국 증시를 선진화하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