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이의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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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1일 토요일 하오 지영이와 앤드류의 결혼식이 팔로 알토(Palo Alto)에서 거행되었다.
미국에서의 결혼식은 그 전날 신랑 신부의 가족과 들러리들이 캐주얼한 옷차림으로 식장에 모여 리허설을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저녁에는 신랑 또는 신부측이 주최하는 리허설 디너가 있다. 이날의 리허설 디너는 신부측 주최로 실리콘 밸리의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하이드 하우스의 한 홀에서 열렸다.
"오늘 이 자리에서 타이완의 웨이 씨와 한국의 박 씨가 한 가족이 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신부 아버지의 인사말에 따라 디너가 시작되었다.
리허설 디너는 결혼식에 참석하는 양가 친지의 상견례도 겸하는데, 신랑의 아버지는 딜로이트 투시 타이완의 대표인 에드워드 웨이 씨였다. 특히 79세의 노학자이신 외할아버지가 태평양을 건너 참석하셔서 자리를 빛내주셨으며, 신랑의 고모와 외삼촌이 이미 국제결혼을 하셨기에 같은 동양의 유교 문화권에서 자란 지영이와 앤드류의 국제결혼은 특징적이랄 것도 없었다.
지영이와 앤드류의 경우처럼 성장배경과 가족문화가 다른 경우에는 한 데 모여 서로 교감을 나누는 행사가 중요해 보였다.
신부의 아버지가 양가가 한 집안이 되었음을 선포한 데 이어, 신부측에서 새로 가정을 이루는 두 사람을 축복하는 대표기도가 있었다.
나는 에베소서에 나오는 바울의 기도문을 인용하였다.
"오늘의 신랑 신부가 사랑 안에서 뿌리가 박히고 터가 굳어짐으로 모든 믿음의 식구들과 함께 능히 그리스도의 사랑의 너비와 길이와 높이와 깊이가 어떤지를 깨닫고 지식을 뛰어넘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아 하나님의 모든 충만하심의 정도에까지 충만하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리허설 디너의 주된 메뉴는 참치(swordfish)와 필레미뇽(filet mignon)이었는데 참치 요리도 좋았지만 이 집에서 직접 조제한 루트비어와 함께 먹는 스테이크의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었다.
그 이튿날의 결혼식은 스탠포드 대학으로 가는 길목의 팔로알토 제일연합감리교회에서 거행되었다.
신랑신부와 들러리, 가족들이 오후 3시에 식장인 예배당에 모여 사진촬영을 하였다.
Best Man(남성 들러리 대표)은 신랑의 친형이 맡았고, 신부가 박사학위를 받고서야 결혼하는 까닭에 결혼식의 모든 것을 챙겨주는 여성 들러리 대표는 기혼자(Matron of Honor, 미혼이면 Maid of Honor)였다.
교회의 파이프 오르간이 웅장하게 음악(Pourcell의 Bell Symphony)을 연주함으로 결혼식의 개시를 알렸다.
먼저 양가의 조부모가 입장하고, 신랑, 신부의 모친들이 신부 오빠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입장하여 제단 위의 촛불을 밝혔다.
신랑은 들러리와 함께 옆문으로 입장하고 신부는 오르간 음악에 맞춰 신부 아버지의 팔을 잡고 천천히 걸어들어 왔다.
이어서 신랑, 신부 두 사람을 잘 아시는 젊은 목사님(Pastor Steve Lo)이 두 젊은이의 에피소드를 들어가며 복된 결혼생활을 하도록 당부하는 말씀이 있었다.
그리고 목사님은 신랑, 신부를 제단 앞으로 이끌고 가서 하나님과 캘리포니아 주법에 의하여 부부가 되었음을 선포하였다.
결혼식 날 저녁의 피로연은 산호세의 유명한 중국 음식점 Ming's의 큰 홀에서 열렸다.
이날 피로연에는 200명에 가까운 하객들이 모여 새로 탄생한 젊은 부부의 앞날을 축복하였다. 신랑측에서 제공하는 이날의 코스 요리는 모두 10가지나 되어 아무리 먹어도 끝이 없는 것 같았다.
신부 아버지의 환영사와 신부 오빠의 건배 제의, 들러리들의 신랑, 신부에 얽힌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소개될 때마다 홀 안은 웃음으로 가득 찼다.
신랑신부가 성장하고 만나서 결혼하게 되기까지의 사진이 슬라이드 쇼로 공개될 때에도 환호와 탄성이 이어졌다. 식사 도중 이쪽 저쪽의 테이블에서는 짓궂은 친구들이 유리컵을 두드리며 두 사람의 진한(?) 애정표현을 촉구하였다.
식사가 거의 끝날 때쯤 신랑 신부가 각기 어머니와 아버지와 추는 퍼스트 댄스를 하고, 그에 이어 흥겨운 댄스 파티가 벌어졌다. 신랑, 신부가 같은 교회를 다니기에 교회에서 참석한 젊은이들로 식장은 열기로 가득 찼으며, 나이 든 세대가 퇴장함에 따라 연회장에서는 자연히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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